풍선 삐라는 다윗의 돌멩이
핵무기를 들고 정보를 틀어쥔 골리앗의 급소를 노리는 게 딱 하나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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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 다윗은 전쟁터의 형들에게 도시락을 갖다 주러 가는 길에 반들반들한 차돌을 몇 개 골랐다. 시험 삼아 구름 낀 하늘을 나는 새에게 겨누어 던졌는데, 오늘 따라 명중률이 높았다. 랄랄라! 이때 이스라엘군은 블레셋(오늘날의 팔레스타인) 부족의 거인 골리앗의 가공할 힘에 압도되어 전쟁의지를 아예 잃어 버렸다. 사울왕도 뭇 장군도 전전긍긍했다. 북과 소라고둥을 울리며 골리앗이 승세를 타고 일시에 군대를 몰아 총공격해 오면, 개에게 쫓긴 어미 닭이 지붕으로 날아가고 병아리들이 산산이 흩어지듯 이스라엘군은 속절없이 패주할 판이었다. 소년 다윗은 훗날 신라의 관창처럼 용감하게 달랑 차돌 하나를 들고 골리앗 앞으로 나간다. 계백과 달리 골리앗은 용장(勇將)이긴 하되 지장(智將)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신장(神將)은 너무나 가소로워 껄껄 웃는다. 다윗은 침착하게 아까 새 잡을 때 쓰던 양가죽 끈을 허리에서 푼다. 이어 천천히 차돌을 그 끝에 재어 골리앗의 이마에 정조준, 원심력을 한껏 이용하여 날린다. 딱! 그걸로 끝이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찬란한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오늘날 김정일은 그날의 골리앗에 비견할 만하다. 성한 손에는 핵 단추, 덜렁거리는 손에는 미사일 핀을 들고 신문의 북과 방송의 소라고둥을 총동원하여 미제국주의와 역적패당을 다리 부러진 6자 회담 테이블과 중도실용 회색 벙커에 몰아넣고 무조건 항복을 강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김정일은 골리앗보다 몇 수 위다. 핵무기 1기에서 6기(미국도 잘 모름), 이것만 해도 골리앗보다 수천만 배 수십억 배 강력한 힘인데, 김정일의 머리는 골리앗보다 월등히 좋다. 오늘날 남북의 정보 비대칭은 하늘과 땅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정보 수집 능력도 김정일 앞에만 서면 번데기처럼 작아지기만 한다. 수억 장의 사진과 수억 페이지 보고서를 토대로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예측하지만 도대체 맞는 게 없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통신감응이 고작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종아리 더듬기인데, 그나마 위로 올라갈수록 변질된다. 어느 홍콩 신문 말마따나 간첩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지하 300미터 백두산 아방궁에서 한국 방송 틀고 인터넷 키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좌르르 쏟아진다. 지리멸렬 부자 동네에는 지하왕의 심기에 맞추려고 갖은 아양을 다 떠는 매체가 부지기수다. 소설도, 시도, 논문도, 교과서도, 영화도, 드라마도, 좌담도, 연설도, 구호도, 인터넷 작문도 약간의 해독 기술만 익히면, 당 중앙에 맞춘 주파수가 줄줄 읽힌다. 북한의 골리앗은 일체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실어 나르고 퍼뜨리도록 내버려 둔다.

 

 대신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추측과 예단과 희망뿐이다. 일제시대 신문도 샅샅이 뒤지고, 정적의 술좌석 농담까지 엿듣고, 극비 군사 기밀도 예사로 빼내고, 대기업 총수의 안주머니까지 뒤지고,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의 마음까지 읽는 비상한 재주도 김정일에 관한 것이면,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관한 것이면, 사진 한 장 못 찍고 인터뷰 한 번 못한다. 김정일의 완벽한 정보 차단은 한국의 자칭 민주민족 세력에게 크나큰 은총이다. 확인할 수 없음, 특이 상황 없음, 북한과는 연관 없음, 탈북자의 증언은 일방적인 말이므로 모름지기 믿을 수 없음! 이러면 끝이다. 그들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한국에게 있고 미국에게 있다! 단,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주류로 올라선 자기들만 빼고.

 

 김정일로 하여금 신음을 내뱉게 만드는 게 딱 하나 있다. 대북 방송에 햇볕정책의 꿀이 발라지고 휴전선 스피커에 붉게 녹이 슨 후, 김정일이 손을 이마에 얹고 지그시 눈을 감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특히 김정일 생일과 김일성 생일에 이명박 정부의 얄미운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보내는 풍선 선물이다. 그것도 북한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탈북자들이 직접 고르고 만들어 보내는 선물일수록 반응이 폭발적이다. 풍선 삐라, 풍선 DVD, 그것은 다윗의 돌멩이다! 아직은 원심력이 덜 실리고 조준이 덜 되어 골리앗 이마에 정통으로 맞추진 못하지만, 그것은 점점 목표를 향하여 다가가고 있다. 옛날의 골리앗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새 골리앗은 다윗의 돌멩이에 대뇌 신피질을 정통으로 얻어맞기 전에 발작적으로 총공격 명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 가공할 힘에 놀라서 말씀 전달 종들이 골리앗의 어금니 가는 소리를 대신 전달해 준다.

 

 “(경고한다!) 심리모략 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납득할 만한 대책을 강구하고 그에 대해 공식 통고하지 않는다면, 우리 군대는 해당한 결정적인 조치를 곧 취할 것이다.”

    (2010. 4. 11.)

[ 2010-04-11, 16: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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