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親北좌파는 '설득 대상'이 아니다
‘어뢰에 의한 침몰’ 그 자체가 북한 소행의 물증이다

홍성기(데일리NK)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홍성기/아주대 교수(철학박사) | 2010-04-20 09:13
  
  정상이라면 오늘 대통령은 1960년 4·19 학생혁명의 젊은 영령들을 위로하는 연설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4월19일 대통령은 아직 이승을 떠나지 못한 또다른 젊은이의 영혼들과 마주해야 했다. 천안함에서 전사한 우리 해군 병사들이 그들이다.
  
  대통령의 연설은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천안함 격침의 원인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둘째, 그 원인을 반드시 제거할 것이다. 셋째, 이 젊은 병사들의 죽음은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그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의 약속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사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측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종북주의의 본산 민노당의 강기갑 대표도 천안함을 북한정권이 침몰시켰을 것이라는 의중을 드러낸 적이 있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2010년 4월 9일 임시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섣부르게 북한을 연계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면서도, 또 한편 “10·4 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의 이 주장은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아 북한이 그 보복으로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전제가 있어야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국민 모두는 밖으로 드러내든 안 드러내든 북한정권을 사건의 배후자로 지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조사단의 과학적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결코 북한의 소행임을 밝힐 수 있는 증거는 발견되기 힘들 것이라는 ‘희망어린’ 주장이 좌파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우병 사태와 다를 바 없는 여론조작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좌파언론에서뿐 아니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언론도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지금 천안함을 북한정권이 침몰시켰을 것이라는 추정에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여기서 ‘심증’이란 ‘증거 없는 믿음’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조선일보 어뢰피격으로 심증 굳히기…버블 제트는 구세주”, “심증은 어뢰…결론은 영구미제” 등의 기사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즉 광우병 파동 때 '국민의 건강권' '사전예방의 원칙' 등을 내세우면서 이론적으로만 0(zero)이 아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극도로 과장하며 촛불시위에 불을 계속 때던 바로 그 언론, 그 인간들이 이번에는 ‘완벽한 물증’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와 보수언론이 심증만으로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북좌파는 내심 이런 방식으로 천안함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작전을 굳힌 것 같다.
  
  여기서 한국정부는 국제조사단이 밝힐 수 있는 영역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절단면 상태 및 여러 가지 검사결과 사건의 원인이 어뢰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이번 국제조사단의 임무영역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뢰가 북한잠수함에 의해 발사되었다는 결론을 국제조사단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외국의 전문가들이나 한국의 민간 전문가들은 그들의 전문가적 영역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이 전문가들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피격·침몰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어뢰를 누가 쏘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이 사실이 전부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한 물증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어뢰의 소유주를 밝히는 것은 과학자의 임무를 넘어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조사단의 임무 영역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만일 분명히 북한에서 제조된 어뢰의 프로펠러가 발견되었다고 치자. 그리고 이 어뢰가 바로 천안함을 침몰시킨 무기였다는 점이 국제조사단에 의해서 밝혀졌다고 치자. 이것이 북한의 소행임을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100% 확실한 증거가 될까? 전혀 아니다.
  
  100% 확실한 것은 북한정권이 이 증거를 인정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고, 마찬가지로 한국의 친북좌파와 언론들 역시 이 증거를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즉 북한산 어뢰의 파편이 발견되었다고 치더라도 그 어뢰를 북한잠수함이 발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우길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몰래 어뢰를 발사하려고 했다면 자국산 어뢰를 사용하였겠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나아가 그 어뢰가 짝퉁이라는 주장도 나올 것이다. 심지어 북한 잠수함이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이 녹화되었다고 치더라도 북한은 자복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실 앞에서 늘어놓을 수 있는 핑계와 변명은 논리적으로 무한히 많다. (이것을 과학철학에서 ‘뒤헴-콰인의 반증의 불가능성’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런 방식이 광우병 사태 때에 무수히 악용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발견된 증거가 누구를 설득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냐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국정부가 설득하고자 하는 대상은 북한정권도 한국의 친북좌파도 아니다. 오로지 정상적 사고를 지닌 한국인과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으로 원인규명의 목표를 한정해야 한다.
  
  앞의 예처럼 이번 조사단이 ‘어뢰에 의한 침몰’로 사건의 원인을 확정하였다면, 한국정부는 곧바로 국제사회에서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해도 좋다. 왜냐하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중의 한 나라가 한국군함에 어뢰를 발사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해에서 한국 군함에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집단은 북한정권 이외에는 없다. 만일 북한의 소행을 심증으로만 간주한다면 모든 증거란 심증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심증이냐 물증이냐’라는 질문이 아니다. 북한의 연계를 결정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정상인이라면 북한 이외에는 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행위가 확실한 물적 증거에 의해 확인되었느냐는 것’이다. 바로 천안함의 함미, 함수의 절단면과 여러 가지 검사에서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한 것이 확인되었다면 이 검사결과는 모두 물증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들로부터 북한의 소행임을 단정하는 과정은 간접 증명이며, 다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간접 증명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증명이지 ‘증거 없는 믿음’에 불과한 심증이 아니다.
  
  따라서 어뢰를 사건의 원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뢰의 프로펠러가 발견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정상인, 정상국가는 북한에 의한 소행에 확실한 물증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보아야 한다. 반대로 이런 검사만으로는 어뢰에 의한 침몰로 단정할 수 없다면, 한국 정부는 또다른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홍성기/아주대 교수(철학박사)
  
  서울출생(1956)/경기고, 서울대 독문과 졸업/뮌헨대 철학석사/자르브뤼켄대 철학박사(논리학, 동서비교철학)/아주대 교수 /칼럼니스트/저서: <불교와 분석철학> <용수의 논리> <시간과 경계>/주요논문 : <용수의 연기설><괴델의 불완정성 정리 비판> 外
  
  
[ 2010-04-20, 09: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