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증오를 낳는다(Veritas Odium Parit)
거짓을 사랑하는 자에게 진실은 증오를 낳는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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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어 경구 ‘Veritas odium parit.’는 영어로 ‘Truth begets hatred.';로 새긴다. Veritas는 ‘진리’, odium은 영어로도 쓰이는데 ‘증오’, parit는 ‘낳는다’란 뜻이다. 영어 속담에는 ‘The truth hurts.’가 있는데, 비슷한 뜻이다. 진실의 가시는 위선자의 폐부를 찌르기 마련이다.

 

 어스름 저녁 무렵에 위대한 다윗왕이 궁궐에서 민가를 내려다보다가 목욕하던 한 여인의 S라인에 이성을 잃었다. 바로 불러서 신하들에게 물어 유부녀임을 알고도 밧세바의 육체를 탐했다. 곧 죄의 싹이 잉태되었다. 완전 범죄를 노린 다윗왕은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전선에서 불러들여 특별휴가를 주었다. 그러나 우리야는 다른 병사들이 들판에서 잔다며, 아내에게 돌아가지 않고 궁궐의 문지기 틈에서 잤다. 하루 더 말미를 주었지만, 우리야는 끝내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 다윗왕은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웠다. 제2의 완전범죄를 노렸다. 장군 요압에게 주라며 우리야에게 밀봉한 편지를 쥐어주었다. 왕의 밀지(密旨)에 따라, 장군 요압은 우리야를 최전선에 내보낸 후 그가 군사 몇 명과 더불어 한창 싸우는 사이, 소라고둥을 불어 다른 군사를 후퇴시켰다. 애국자 우리야는 그렇게 죽었다.

 

 선지자 나단이 다윗왕을 찾았다. 나단은 비유로 먼저 다윗왕의 정의감을 일깨웠다.

 

 “어떤 부자가 가난한 이웃으로부터 새끼 암양 한 마리를 빼앗았는데, 그것은 그 집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위대한 대왕이시여, 어찌하오리까?”

 

 다윗왕이 노발대발하자, 선지자는 그 자가 바로 당신이라고 진실의 비수를 다윗왕의 목에 바싹 들이댔다. 다윗왕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우리야의 아이로 둔갑할 뻔했던 첫 번째 아이는 죽었지만, 둘째 아이는 자라서 후에 솔로몬왕으로 등극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호언장담하던 경제가 3년이 되도록 영 신통찮았다. 경제장관을 마구 바꾸었다. 그게 그거였다. 1964년 박충훈 상공부장관이 진실의 가시를 박정희의 애국심 풍선에 찔러 넣었다.

 

 “각하, 서푼어치 애국심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제국주의에 종속되지 않는다며, 관세의 장벽을 높이 쌓고 이를 악물고 모든 것을 국산화하려 들지 마십시오. 공산권만 아니라 중남미와 아프리카와 인도와 동남아가 우리나라처럼 지금 모두 수입대체(import substitution) 정책으로 보호주의의 붉은 호수(red lake)에 갇혀 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도리어 영원히 선진국에 종속되고 국내 기업의 과보호로 국내 기업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국민은 그만큼 가난해집니다. 수출주도형(export oriented)으로 자유무역의 푸른 바다(blue ocean)로 성큼 나아가야 합니다. 수출용 상품에 필요한 원료와 자본재는 과감히 관세를 철폐하거나 획기적으로 낮춰야 합니다. 그러면 다 같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박정희는 괴로웠다. 담배를 뻑뻑 피웠다. 진실이 두려웠다. 하늘을 마음대로 가로지르는 새도 떨어뜨리는 최고 권력자로서 차마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다.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이 마련한 경제개발계획은 모두 수입대체형이었다. 경제는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보아도 그게 백번 타당하게 보였다. 게다가 경제학자와 관료가 하나같이 그것을 지지했다. 이전의 두 정부가 매가리(脈, 추진력)가 없어서 책상 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군인의 무시무시한 추진력으로 거의 그대로 따라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담배를 비벼 끄고, 박정희는 입을 꾹 다물고 벌떡 일어섰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정희는 진실을 증오하기보다 진실을 사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강의 기적이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중국과 인도와 베트남도, 브라질도 후에 차례로 박정희 모델을 따름으로써 개도국의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은 이제 세계의 모델이 되었다. 박정희의 모델을 거의 그대로 따라한 중국은 10억 공산노예 국가에서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2위 경제대국(경제부국은 아직 요원함)으로 올라섰다. 지난 20여 년간 갈팡질팡한 바 있지만, 한국은 인구 3천만 이상을 기준으로 삼으면 세계 7,8위권 경제부국이다. 게다가 중국처럼 일당 독재국가가 아니라, 한국은 건국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일당 독재를 자행한 적이 없다. 자유당 대 민주당, 공화당 대 신민당, 민정당 대 민주당 등에서 보듯이, 200년 역사의 서구와 비길 수는 없지만(영국의 선거인단 수가 고작 400명에서 80만 명 곧 인구의 14%로 늘어난 획기적인 해는 1832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948년 이래 언제나 야당이 여당에 맞서 할 말 못할 말 다하면서 국회를 거의 반분한 자유민주 국가다.

 

 진실은 증오를 낳는다. 정치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 권력은 진실을 증오한다. 약자는 대체로 잘못을 알게 되면 이내 뉘우치고 새 삶을 살지만, 강자는 거의 언제나 거짓을 고수하고 진실을 왜곡하려 든다. 오늘날 이런 강자의 억지가 가장 잘 먹히는 데가 북한이고 두 번째 잘 먹히는 데가 한국이다. 북한은 거짓으로 잉태되어 거짓의 바벨탑을 쌓고 그 안에서 거짓의 노래를 들으며 거짓의 밥을 먹고 산다. 그러니 배가 부를 리 없다. 북한의 거짓은 중국도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국익 차원에서 믿는 척한다. 그러다가 2010년 마침내 총리 온가보와 주석 호금도가 100일의 사이를 두고 차례로 김정일에게 박정희 모델을 따르라고 충고했다.

 

 한국은 진실과 거짓의 혼돈 속에 잉태되어 진실이 거짓을 이겼다. 그러나 거짓은 정치계와 학계와 언론계와 문화계에서 엉터리 정통성과 사이비 민주로 여론을 오도하고 조작하여 1980년대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북한의 거짓과 손을 맞잡았다. 물 타기, 먼지 털기, 물고 늘어지기, 양비론(兩非論) 등으로 대한민국은 스스로 진실과 거짓의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남북의 거짓이 손에 손을 맞잡고 한반도를 속이고 세계를 속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요란하게 표창 받는 결정적 계기가 된 2000년 6월 15일 이후, 거짓이 검은 연기를 하늘 가득 내뿜으며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며 진실의 해를 가린다. 해방 공간보다 더 심하다. 이제 대놓고 거짓이 한국의 진실은 조롱하고 협박하고 증오하고 북한의 거짓은 찬양하고 숭배하고 사랑한다.

 

 청와대도 거짓이 가득하고 국회도 거짓이 가득하고 법원도 거짓이 가득하다. 거리도 거짓이 가득하고 대학도 거짓이 가득하고 방송도 거짓이 가득하고 인터넷도 거짓이 가득하다. 진실이 밀려나서 침묵하고 분개하는 사이에 온 나라에 불신이 가득하다. 정치인과 유권자는 말할 것도 없고 스승과 제자도 못 믿고 부모와 자식도 못 믿는다.

  (2010. 9. 21.)

[ 2010-09-21, 15:0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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