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을 떡밥으로 이용하는 북한의 對話 전략
이산가족들 스스로 적십자회담에 의하여 농락(籠絡)당하는 상황을 과감하게 거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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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2월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공식적으로 채택, 발표한 뒤 그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제7차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이들 두 합의문건을 채택, 발표한 것을 ‘축하’하는 뜻에서 “올해(1992년) 8·15 해방 47돌을 계기로 각기 노부모 100명과 예술인 70명, 그리고 70명의 기자, 지원인원들로 구성되는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 및 예술단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교환하도록 쌍방 적십자단체들에 위임한다”고 합의했다.
  
  이 합의는 “남북합의서 이행에 대한 첫 선물을 민족 앞에 내놓으려는 염원”을 운운하면서 북측이 제안한 것으로 남북 양측은 이 합의의 경우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 이를 이행한다”는 데도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어디까지나 화장실에 가기 전 이야기였고 화장실을 다녀 온 뒤의 사연은 그와는 전혀 달랐다. 이 합의의 이행을 위하여 남북 적십자대표들이 가진 회담에서 북측은 “무조건 이행 합의”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깡그리 무시하고 엉뚱한 ‘전제조건’을 들고 나왔다. 무장공비 출신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李仁模)의 송환을 요구한 것이다.
  
  북측의 속셈은 분명해졌다. 북측의 노림수는 이인모의 북송이었고 ‘노부모·예술단 교환 방문’은 이인모 북송 실현을 위한 떡밥에 불과했었다. 남측이 이인모 북송 문제는 남측의 어부들을 비롯한 납북 민간인의 송환 문제와 상호주의 차원에서 별도로 다룰 것을 주장했지만 북측은 이인모 북송을 ‘선결조건’화 한 끝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노부모·예술단 교환 방문’ 합의를 백지화(白紙化)시켜 버렸다. ‘노부모·예술단 교환 방문’은 물론 실현되지 못했다.
  
  지금 개성에서 그때와 똑 같은 상황이 재연(再演)되고 있다. 북측이 금년 추석에 즈음하여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시행하자고 제안하자 남측은 감지덕지(感之德之)하여 북측 지역인 개성(開城)에서 열리는 적십자회담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개성에서의 적십자회담이 열리자마자 북측의 마각(馬脚)은 즉각 모습이 드러났다. 이번에도 북측의 노림수는 이산가족 상봉 그 자체에 있지 않았다. 북측의 노림수는 단 한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을 떡밥으로 해서 재작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 여인 살해 사건으로 중단되어 있는 금광산 관광의 재개(再開)를 슬그머니 실현시킴으로써 이를 통하여 남측 관광객들로부터 눈먼 달러 수입(收入)을 챙기려 하는데 있는 것임이 드러난 것이다.
  
  1992년에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선택은 단 한 번의 1회성 이산가족 상봉을 위하여 원칙을 버릴 것이냐의 여부가 된다. 1992년 노태우(盧泰愚) 정부는 이인모 문제에 관하여 원칙을 고수했다. 물론, 그로 인하여 ‘노부모·예술단 교환 방문’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에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어느 쪽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남쪽의 대한민국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정권이 이산가족들을 이처럼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데 떡밥으로 활용하는 것을 용납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산가족들 스스로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본래 이산가족 가운데 적십자회담을 통하여 이루어진 상봉 참가를 신청한 사람들 은 모두 12만5000명, 그 가운데 그동안 도합 17차례에 걸쳐 실시된 상봉의 혜택을 본 이산가족은 총 1700명인데 그 동안 이들 신청자들 가운데 고령(高齡)으로 타계(他界)한 사람들이 4만여명이나 되어서 지금 생존해 있는 신청자가 8만3000여명이다. 그 동안과 같은 속도로 이들 8만3000여명이 상봉을 이룩하려면 거의 500년의 세월이 소요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고령에 의한 타계가 매일처럼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독재정권은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데 이산가족을 떡밥으로 사용하는 것을 우리 정부도 맞장구를 치고 있는 형국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39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적십자회담 방식은 이산가족들의 절실한 재회(再會) 염원 실현의 방법으로서는 사실상 현실적인 방법이 되지 못하는 것임이 자명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들 스스로 적십자회담에 의하여 농락(籠絡)당하는 상황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무언가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끝]
  
  
  
[ 2010-09-24, 22: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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