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이야 죽건 말건 공포탄만 쏘라는 군통수권자
대포를 쏘되 공중으로 쏴라, 이것이 대통령의 명령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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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23일 오후 북한은 해안포로 연평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8:30 현재 해병대 2명 전사, 5명 중상, 10명 경상에 민간인 경상 3명이다. 중상자가 5명인 걸로 보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듯하다. 군통수권자는 천안함 피격 때처럼 즉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하 벙커에 들어가 적장의 심기부터 살폈다. 이를 간접적으로 주는 명령을 내렸다.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창이라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은 방패다. 이걸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즉각 한 발 움직였다가 잽싸게 왼쪽으로 한 걸음 도망가라는 말과 같다. 남이 보면 번개같이 행동한 것 같지만, 결국 제자리에 가만있는 것과 똑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오락가락하지만, 막상 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다가, 밥 먹을 때는 잽싸게 상석에 비비적 끼어들어 젓가락을 산해진미와 입 사이에서 어지러이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명령을 받은 일선 지휘관은 어떻게 할까. 즉각 사격 준비에 들어갔다가, 막상 쏘려는 찰나 포신(砲身)의 각도를 위로 슬쩍 치켜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해안포대에는 한 발도 떨어지지 않고 모조리 풍덩풍덩 바다에 빠져 조기나 꽃게 몇 마리 죽이고 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일에게 ‘이건 한국의 1년 GDP 1조 달러에 비하면 그저 1달러 가치밖에 안 되옵니다.’ 하면서, 후에 들킨 것만 해도 북한의 3년치 예산인 5억 달러를 바친 박지원이 얼른 조잘댔다(twitter).

 

“정부는 확전하지 말고 민간인 피해 대책을 강구하라.”

 

운(韻)이 잘도 맞다.

저쪽에서 ‘뇌 숭숭 구멍 탁’하면, 이쪽에선 ‘아침이슬’ 하고,

이쪽에서 ‘북에 특이상황 없다. 예단하지 말라.’ 하면,

저쪽에서 ‘조작이다. 음모다.’ 한다.

 

 전쟁이 일어나던 날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이웃 나라로 놀러가던 대통령이 오버랩된다. DJ 교전수칙과 MB 명령도 유사하다. 육안으로도 서로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의 굼벵이 함정과 구닥다리 포는 한국의 최첨단 고속정과 자동 함포에 맞서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었지만, 절대 선제공격하지 말라는 엄명 덕분에 휘파람을 불면서 김정일의 전사들은 참수리호를 순식간에 침몰시킬 수 있었다. 함교가 박살나고 함장이 즉사한 상황에서 아무리 귀신 잡는 해군이라고 하지만,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2년 전 1999년 6월 15일의 제1차 서해교전에서 처참하게 패전한 북한군에게 통쾌한 승리를 안겨 주기 위해일까, 김대중이 급조한 교전수칙은 다음 3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 제발제발 물러가라고 애원하라.

2. 어떤 상황에서도 선제공격하지 말라.

3. 적의 포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서 옆구리로 밀어내라.

 

 이런 명령을 받고는 넬슨의 군대도 소말리아의 해적에게조차 백전백패한다.

 전쟁이 나던 날, 일흔이 넘은 김대중은 빨간 넥타이를 매고 이웃 나라로 놀러가면서 짐짓 근심 띤 표정으로 한 마디 던졌다.

 

 “냉정하게 대처하라.”

 

 무슨 의미인가. 아군이 전사한 상황에서 이웃나라에 놀러가는 행동과, 냉전하게 대처하라는 말은 서로 모순된다. 말의 뜻은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보복한다며 NLL를 넘는 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1차 서해교전에서 승리한 자들을 좌천시킨 것 봤지!) 김정일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6명의 전사자 장례식에는 정부와 군의 고위급은 절대 조문 가지 말라.”

 

 눈치 9단 코치 10단인 한국의 정부와 군대가 그렇게 안 했을 리 없다. 철저하게 지켰다. 노무현 정부까지 칼같이 지켰다.

 

 이명박 정부는 참수리호 전사자 6명의 명예는 되살렸다. 그러나 행동은 정반대다. 김대중이 학살한 대공(對共) 요인 5천여 명은 한 명도 살리지 않았고 일거에 박살나서 김정일에게 기생처럼 나긋나긋해진 대북 방송은 한 프로그램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직접 바람에 띄워 보내던 풍선 전단도, 노무현이 철거한 휴전선의 천둥 스피커도 스스로 국민 앞에서 엄숙히 다시 띄우고 복원하겠다고 입술에 루주만 붉게 칠하고는 입을 싹 닦았다.

 

 대신에 행동으로 마음을 드러냈다. 수해를 핑계로 핵심 노동당원 1만 명을 1년간 배불리 먹일 쌀을 올려 보낸 것이다. 단돈 1달러도 안 주었지만 대만은 중국과 더불어 매년 수백만 명씩 자유왕래하건만, 70억 달러를 바치고도 자유왕래 단 한 명은커녕 편지 한 통 주고받지 못하는데, 금강산 인간 동물원에서 눈물콧물 연기를 강요하여 사이비 평화를 연출하고 돈을 뜯어가게 허용한다. 그렇게 46명 거룩한 희생은 정부가 앞장서서 기억에서 1년도 안 되어 지워 버린다. 그러면서 슬슬 국민의 눈치를 살핀다. 땡중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드는 척하며 친북좌파와 윙크를 주고받는다. 김정일에게 특사를 보낸다.

 

“자, 이제 6자 회담합시다.”

“덤으로 남북 정상회담도 합시다.”

 

 김정일이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잘 잊어 버리니까, 국지전 도발 8개월 만에 다시 서해에 포연이 가득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민간인도 공격했다. 민간인 3백만도 굶겨 죽이는 인간이 ‘남조선 괴뢰’ 민간인 몇 명 부상 당하고 불이 좀 나고 전기가 불통되는 것에 외눈 하나 깜박일 리 없다.

핵무기를 개발하든, 미사일을 쏘든, 어뢰를 쏘든, 고속정을 가라앉히든, 모든 잘못을 거꾸로 제 정부에게서 찾고, 혈맹의 음모로 돌리는 자가 인구의 30%나 되고, 정부는 패를 다 보여 주면서 야당에게 슬쩍쓸쩍 돈을 잃어 주는 한, 김정일의 눈치를 살피는 한, 김일성 2세와 3세는 더욱 기고만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5천만이 벌벌 떨면서 무릎을 꿇을 때까지!

 

“우리 군사 훈련은 절대 공격용이 아니어요. 방어용이어요. 제발, 제발, 이해해 주세요.”

“(중얼중얼) 농축 우라늄으로 핵폭탄을 만들어도 절대 전술핵도 배치하지 않고 핵무기도 개발하지 않을 테니, 제발 노여움을 푸세요. (모기 소리로) 냉철하게 생각하여 민족공멸의 핵무기를 폐기하세요. (확성기 소리로) 그리고 6자회담에 나오고 정상회담에 응하세요. 그러면 확실하게 퍼 줄게요. 3000달러 곱하기 2300만!”

(2010. 11. 23.)

 

[ 2010-11-23, 22: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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