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장이 대입 교재까지 지정하는 나라
정부의 막강 지원으로 EBS가 사교육을 독점하여 공교육도 사교육도 황폐해졌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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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사교육 잡는 획기적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대통령: 정말이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예, 이번에는 틀림없습니다. 대학수능시험을 아예 EBS에서 내겠습니다.   거짓이 아니란 걸 보여 주기 위해 모의고사에서도 맛을 보이겠습니다. 문제만 바꾸어 영어지문도 몇 개 그대로 내겠습니다. 연계율을 70%로 높이겠습니다. 연기만 피우는 연계가 아닙니다.

대통령: 좋은 생각이오. 오바마는 뭣도 모르고 한국 교육을 칭찬합니다만, 으흠, 장관은 실세 차관을 잘 받들어 사교육을 꼭 잡도록 하오.

 

 이명박 정부는 만년 적자기업 교육방송(EBS)의 하늘같은 은인이다. 은혜를 아는지 모르겠다만...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사격으로 출판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참고서 시장을 3년 만에 완전 정복했다. EBS의 교재가 조금 싸니까, 딱 그만큼 사교육이 줄었을 것이다. 대신 일자리 창출에 혈안이 된 이명박 정부에서 바로 그 정부에 의해 출판계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된서리를 맞았다. 소비자의 선택을 극도로 제한한 결과 아무리 내용이 알찬 책도 EBS의 딱지가 붙지 않으면 선반의 먼지 외에는 반기는 이가 없었다. 로비 자금 한 푼 안 쓰고 정부가 미리 알려 주는 번호로 로또 복권을 뽑은 EBS는 가만히 앉아서 저 악명 높았던 록펠러의 번들번들 기름회사보다 더한 독점으로 과목마다 수십 종의 참고서를 양산했고, 그것들은 모조리 초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모든 도서를 통틀어 이렇게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단 1종이라도 달성한 회사는 <수학의 정석>을 빼고는 없을 것이다. 이문열의 <삼국지>도 이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다.

 

 지난 20년간 정권마다 임기 중반까지 사교육에 관한 통계는 조작했으니까, 사교육 전체 시장의 감소는 지금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조작해 봐야 워낙 뻔하게 보이는지라, 1% 줄었네, 2% 줄었네, 하는 정도이다. 경기와의 관계도 확실하지 않고.

 

 문제는 참고서만이 아니다. 교과서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국정 교과서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라, 한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대개 5년마다 개정되는 검인정 교과서만 해도 수백 종이다. 과목에 따라서는 20종 가량 되는 것도 있다. 한 과목에 대개 3명 이상 많으면 10 이상의 쟁쟁한 교수와 교사가 2년, 3년에 걸쳐서 ‘원리와 개념’ 중심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교과서가 길어야 3개월 만에 날림으로 양산한 일개 정경유착 독점 기업(EBS)의 교재에 의해 쓸데없이 돈만 축내는 미운 오리가 되어 버렸다.

 

 민주 국가에서는 국정 교과서가 한두 과목을 빼고는 검인정 교과서로 바뀐다. 어떤 나라에서는 아예 교과서가 없다. 교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고 정부의 꼭두각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지식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같은 지식도 접근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민주국가는 한두 과목 외에는 국정 교과서를 배격한다.

 

 대통령과 교육수장이 신성시하는 한국의 공교육이란 무엇인가. 내가 누차 지적했듯이 수업일수만 채우면 받는 엉터리 졸업장 양산 독점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졸업 시험을 도입하여 요건을 엄격히 한 다음, 학원에서 공부한 학생도 그 시험에 합격하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도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졸업장을 못 받는다고 하자. 그러면, 공교육과 사교육의 구분은 거의 없어질 것이다. 심지어 홈 스쿨(home school)에서도 졸업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직접 소비자인 학생과 교육의 간접 소비자인 학부모는 아마 다수가 기존의 공교육을 싸늘하게 버리고 새로운 공교육으로 쏠릴 것이다. 이중으로 돈을 낼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러면 사실상 사교육은 사라진다. 어디서 누구에게서 받든 교육은 모두 공교육이다.

 

  대통령과 교육수장이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표 계산에 눈이 어두워 절대적인 교육 권력을 휘둘러, 공사교육에 대한 선악 이분법으로, 대학과 일선 학교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해마다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엉터리 공교육이 갑자기 살아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사교육이 갑자기 사라질 리가 없다. 모양만 달라져서 새로운 사교육이 태어날 뿐이다. 이번에는 EBS 사교육(EBS는 어떤 기준으로도 공교육이 아님)이 정부의 막강 화력에 힘입어 공룡처럼 커졌을 뿐이다. 정부는 일선 학교에서도 EBS 방송을 틀어주라고 난리다. 그것만 들여다보면 붕어빵 지식이 절로 머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모양이다. 수십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 40만 교사가 무슨 필요 있나. 전원 해고하고 아르바이트생 구해서 교실에서 EBS만 틀어 주면 될 것 아닌가.

 

 보수정당의 후보로서 당선된 대통령은 정치적 야심으로 가득 찬 몇몇 인간이 교육에 대해서 아는 척하며 경쟁과 창의력의 깃발을 내걸고 다가서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한 명은 교육부에 보내고 한 명은 국회에 보내고 한 명은 청와대 비서실에 두고서 이들이 원하는 대로 전폭적으로 밀어 주었다. EBS의 사교육 독점, 특목고 마녀사냥(마녀를 마녀라고 하는 건 마녀사량이 아니라나), 자율 없는 자율고 임기내 100개 양산, 입학사정관제 강요, 학원의 영업시간 제한, 등 그들 세 명은 대통령의 실세로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이처럼 오로지 철저한 사회주의적 교육정책을 마구 쏟아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데, 단지 정당이 보수정당의 간판을 내걸었을 뿐이다. 오히려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교육독재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에 관한 한,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수험생: 속았다. 망했다. 이게 뭐야? EBS만 믿었는데!

교사: 거 봐라, 선생님이 아니라고 했잖아.

수험생: 그런데 그 장관은 어디로 갔습니까?

교사: 몰라. 어느 날 보니까 안 보이더라. 인터넷 뒤져 보자.

(2010. 12. 11.)

[ 2010-12-11, 18:1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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