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다보니
이번에는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생겨 63년을 살아온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이 자리 잡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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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병원과는 먼 거리에서 80여년을 살았습니다. 회갑을 맞이하던 해, 그러니까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갑자기 맹장이 요동을 하여 동대문에 있던 이화여자대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22년의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에는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생겨 63년을 살아온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이 자리 잡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것입니다.
  
  ‘人命은 在天이라’하였으니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모두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이므로 나로서는 아무런 근심도 없지만 나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은 마음속에 걱정이 없지는 않은 듯 합니다. “연세가 있는데 혹시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부질없는 염려도 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병원에 오면 人生苦라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특히 환자의 신세가 되어 휠체어를 타고 검사 때문에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면 우선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어딜 가나 얼굴을 찌푸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왜 이렇게도 많습니까. 석가가 해탈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도, 예수가 앞을 못 보는 사람, 한 편 손이 말라 쓰지 못하는 사람, 앉은뱅이, 문둥이를 보고 의분을 느끼셨다는 성서의 기사도 수긍이 갑니다.
  
  인생을 ‘괴로움의 바다’라고 한 것도 실감이 나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실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문둥이 시인 한하운이 “인생은 괴로우나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한 사실을 생각하면 인생은 고통이 전부라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도, 산모에게 외상으로 밖에는 쌀을 마련하고 미역을 구해 올 방법이 없는 집에서도, 새 생명이 태어나면 식구들이 모두 기뻐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고통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삶에는 이를 능히 이겨낼 수 있는 감동과 감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사랑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이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생각을 또한 하게 합니다. 톨스토이가 “사랑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 (Where love is, God is)라고 한 그 말의 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2010-12-16, 11: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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