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백정을 애도하는 북한주민의 속내
말할 자유, 아니 생각할 자유조차 없는 북한주민은 인간백정의 죽음에도 눈물경쟁을 벌여야 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20세기에 두 유형의 독재가 자유민주를 조롱했다. 공산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20세기가 저물 무렵, 철의 장막 위로 훨훨 날아간 자유방송과 자유삐라에 의해 공산주의는 지구를 수십 번 폭파시킬 핵무기의 단추를 북극해의 만년설 어딘가에 감춰둔 채 공포 한 방 못 쏴 보고 스스로 무너졌다. 자유민주는 대세가 되었고 시장경제는 시대정신이 되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공산독재가 자유민주는 여전히 조롱하더라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시장경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쿠바도 제한적이나마 시장경제의 쓰나미는 피할 수 없었다. 21세기에 접어들자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의 경찰에게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던 이슬람 근본주의도 재스민의 향기에 취하여 스스로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튀니지에서 이집트로, 이집트에서 리비아로, 리비아에서 예멘으로, 예멘에서 시리아로 독재자의 피를 머금고 재스민의 향기는 갈수록 짙어진다.
  
   자유민주도 시장경제도 한사코 거부하는 세계 유일의 섬, 21세기 벽두의 말기암 환자 북한도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날아온 재스민의 향기를 맡았나 보다. 죽든 말든 재스민의 향기를 묻혀 올까 리비아의 북한 근로자들을 국제 고아로 만들더니, 인간백정이 저 혼자 기쁨조의 치마 속에 숨어서 몰래 수입한 재스민의 향기를 몇 모금 마셨는지, 유언 한 마디 못 남기고 심장발작을 일으켰다. 3년 포위 작전으로 총 한 방 안 쏘고 300만의 동족을 굶겨 죽이고 얻은 영예! 위대한 장군! 바야흐로 남녘의 1000만 동족을 더 죽여 위대한 장군이란 칭송이 거짓이 아님을 세계만방에 입증하려고 핵폭탄과 미사일과 땅굴과 제5열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서울 불바다, 청와대 불바다!’를 외치더니, 수만 리 밖에서 재스민의 향기 몇 모금 몰래 마시다가 덜컥 죽어 버렸다.
  
   인간백정 김정일의 절친(切親) 무바라크가 거꾸러지고, 인간백정 김정일의 작은 분신 카다피가 아마조네스에 둘러싸여 달러 다발을 흔들며 NATO를 위협하고 빵과 자유 대신 대포와 총을 소나기처럼 인간벌레에게 퍼부으며 1년 가까이 피의 발악을 계속하다가, 어떤 인간벌레가 답례로 선물한 총 두어 방에 하수구에 처박혀 벌레처럼 꿈틀거리자, 세계는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스스로 양심에 찔려 카다피를 은근히 응원하며 예의주시하던 중국도 석유 한 방울 더 얻고 공산독재에 쏠리는 따가운 눈길을 피하고자 재빨리 조문(弔問) 전문 대신 독재종식 축하 전문을 보냈다. 박원순에게 그러했듯이 카다피에게 인권상을 수여한 한국의 불교인권단체도 차마 조문 전문을 보내지는 못했다. 140억 정의의 눈길이 너무 따가웠던 것이다.
  
   3년 전 쓰러졌다가 건들건들 건재를 자랑하던 김정일이 아마 제일 큰 충격을 받았나 보다. ‘김정일 타도!’ 낙서 몇 줄에 혼비백산하여 바들바들 떨다가, 겉으로는 분기탱천한 듯 발을 구르다가 강성대국의 해를 눈앞에 두고, 한국에선 동네 노인정에서도 받아줄까 말까하는 새파란 나이에 덜컥 죽어 버렸다. 어쩌면 기쁨조의 어느 해어화(解語花)가 부끄러워 섬섬옥수로 짐짓 슬쩍 밀치자, 그 바람에 꽈당 넘어져 인간백정 스탈린의 졸개 곁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북한의 원조 인간백정 김일성은 두 외세를 빌어 300만의 동족을 학살했다. 신화 창조와 역사 왜곡의 달인 김일성은 300만 미군과 170만 소련군이 각각 태평양과 만주에서 도합 230만의 일본군을 몰아낸 것을 자신의 전공으로 가로챘다. 고작 50명의 졸개로 그렇게 하였다니, 과연 인류 역사상 이보다 대단한 장군은 없다! 2000만의 눈과 귀를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에 고정시킴으로써, 철의 성채를 완벽히 구축함으로써, 김일성은 공산봉건유일독재체제를 조국해방과 친일파청산과 공화국건설과 민족부활로 조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한때나마 보리와 옥수수가 절반이 넘는 것이긴 하지만, 쌀 배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2대 인간백정 김정일은 3대 혁명소조니, 70일 전투니, 하며 알량한 김일성의 배급체제마저 무너뜨려 버렸다. 그래서 그는 오로지 김일성을 우상화하여 거기에 빌붙어 권력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암살될지 몰라 자신의 호위병만 10만을 따로 떼어놓았다. 인사권을 장악하고 정보를 독점하여 1985년 무렵에는 김일성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그러고도 민심을 조금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3년상을 빌미로 스위스 비밀금고는 벤츠나 코냑이나 캐비아나 아이스크림 사는 데만 썼을 뿐, 식량 구입에는 한 푼도 안 써서 당중앙을 하늘같이 믿고 충성을 다 바치던 순진한 사람들부터 무더기로 굶겨 죽였다. 법과 도덕을 헌신짝같이 버리는 이악스런 사람들만 살아남게 만들었다. 공포와 기아는 김정일의 최대 무기였다. 그렇게 3년 만에 철두철미 일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공포와 기아 속에서 살아남은 2천만은 이를 갈았다. 지붕 위로 던진 젖니까지 갈았다. 겉과 속을 완벽하게 다르게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두고 보자!’
  
   스위스 비밀금고 중 한두 개를 헐지 않으면 통 큰 선물정치로 가신(家臣)과 호위병을 더 이상 붙잡아 두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핵개발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을 때, 김정일은 서해로 구닥다리 군함을 내려 보냈다. 1999년 6월 15일, 대한의 해군은 벌겋게 녹슨 북한 군함을 단숨에 박살내 버렸다. 놀란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즉시 괴이한 교전수칙을 내려 보내 국군의 손발을 묶어 버렸다. 김정일에게 국군을 상대로 복수할 기회를 완벽하게 마련해 주었다. 또한 무엄하게 김정일이 내려 보낸 통일일꾼을 간첩이라며 쥐 잡듯 잡는 5000여명도 남김없이 정리해고했다. 정확히 1년 후 2000년 6월 15일, 김대중은 5억 달러의 핵개발비를 김정일에 바치고 김정일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덤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독재자 김정일은 한국의 조중동 포함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아침이슬처럼 싹 사라졌다. 국방위원장이란 직함이 꼬박꼬박 그 이름 다음에 고유명사처럼 따라붙었다. 어쩌다 김정일이라고 이름만 쓸 때도 반드시 제일 앞줄에 국방위원장을 붙여서 신성모독의 죄를 스스로 면죄 받았다. 경찰을 때리고 국회를 조폭의 이권조정 난장판 총회로 만들고도 되려 민주의 별과 민족의 달을 이마와 가슴에 붙이고 사는 나라에서, 자유가 하수구의 오물처럼 흘러 넘치는 나라에서, 희한하게 김정일을 독재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바로 수구꼴통으로, 극우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제 체제가 그대로 온존한 상태에서 갑자기 인간백정이 죽자, 북한주민은 살기 위해서 눈물경쟁에 다투어 뛰어든다. 감쪽같이 연기해야 한다. 오열해야 한다. 어깨를 들썩여야 한다. 평소에 갈고 닦은 영웅 신화를 한두 마디를 울음 사이사이로 정확하게 읊어야 한다. 북한에선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낮의 새요 밤의 쥐라 누구도 진실을 진실이라고, 인간백정을 인간백정이라고 집안에서조차 외칠 수 없다. 오로지 거짓을 진실이라고, 인간백정을 위대한 장군님이라고 찬양해야 한다. 카다피의 죽음을 보고 리비아 국민이 환호하던 것처럼 한국의 탈북자 2만 3천 명만이 몇 날 며칠을 밥을 안 먹고도 배가 불러 마냥 손뼉치고 발을 구른다.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아마 2천만 북한주민은 진실을 진실이라고 언제 어디서나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해도 아무도 안 잡아가거나, 때로는 그 덕분에 도리어 전국적 명사로 떠오르는 자유의 과잉 풍요 속에서, 온통 하의실종한 중2 수준의 한국인들이 조문 정국 어쩌고저쩌고 하며 인간백정 김정일의 아들, 천안함 폭침으로 일약 28살에 대장으로 승격한 김정은 살리기에 여야가 다투어 앞장서는 것을 안다면 치를 떨 것이다. 유럽의 전장(戰場)을 벗어난 곳에서, 가령 미국에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히틀러의 죽음을 애도한 유태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나라의 유태인은 일제히 달려가서, 애인과 키스하다가도 달려가서 바로 민족반역자를, 독재 하수인을 정의의 돌로 쳐 죽였을 것이다. 북한주민은 바로 그와 같은 의분(義憤)을 한국의 친북좌파를 향해 가슴 절절히 느낄 것이다.
   (2011. 12. 23.)
  
  
[ 2011-12-23, 23:3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