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두 가지 선택
김정은이‘아버지 닮기’와 '우상화 즐기기'로 뻗댄다면 그와 그의 북한은‘주민 굶기는 폐쇄왕국’의 참담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류근일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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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이라는 여인은 김정일을 섬긴 후궁이다. 그 후궁이 김정은에게 90도 각도로 경례를 했다. 새‘주상’한테 선왕의 후궁이 충성을 선서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북한 같은 현대판 절대왕정 하에서나 있을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북한에선 지금 29살 난 새로운 우상이 생겨나고 있다. 그 애한테 대머리가 훤히 벗겨진 원로급 장성들도 깍듯이 거수경례를 올려 부쳤다.
  
   북한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다른 삶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한 탓, 미국 탓하지 말고 자기 탓을 인정해야 한다. 남한 내 일부도 자꾸 남한의 대북정책이 잘못 돼서 북한이 안 바뀐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스로 먼저 바뀌어야 할 쪽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삶의 방식을 고쳐야 할 북한 권력층이다. 왜 북한 권력층이 실패한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는가? 남한이 언제 굶어죽기 딱 좋은 정책을 쓰라고 강제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를 대놓고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방식'의 미이라는 이제 피라미드 안에 넣고 그는 그와는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김정은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아버지 닮은꼴이 되는 것이다. 수구반동적인 폭군의 길이다. 지금의 우상화 작업이 그 길을 재촉하고 있다.
  
   둘째는 일종의 계몽전제군주의 길이다. 세계적 기준의 문명개화 문물을 먹으라고 주문하기에는 지금의 북한은 너무나 악성 소화불량증에 걸려있다. 하지만 최소한 꼭 필수적인 '위로부터의 개혁’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개혁이란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랄 필요는 없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개혁을 말하는 것이니까. 정치는 권위주의, 경제는 점진적으로 풀어놓기(시장비율 늘리기) 같은 것 말이다.
  
   김정일은 자기가 한 깐이 너무 많아서 감히 중국식으로라도 풀어놓을 엄두를 못냈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신이 과거사로부터 자유롭다는 자의식 하에“나는 북한을 점진적으로 변화 시키겠다”는 자세만 취하면 그는 북한주민, 중국, 미국, 그리고 남한 등 모든 당사자들로부터 "그래, 잘 생각했다"는 반응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그의 권좌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그런 계몽전제군주적인 길을 선택할 것 같지가 않다. 북한 특권층의 권력문화와 북한 일반의 사회문화가 너무 오래 동안 유사종교적인 광신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문명세계의 근대화 세속화 합리화도 몇 백 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다. 파푸아 뉴기니 열대우림에 살고 있는 석기시대인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놓아둔다고 해서 그들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김정은을‘교양’시킬 중국의 문화적 충격, 북한주민을 눈뜨게 할 남한의 문화적 충격, 북한의 최소한의 변화라도 불러오기 위한 미국-중국의 전략적 공감대, 북한 수구반동 세력의 모험주의를 압도할 대한민국과 한미 동맹의 강력한 억지력, 변화는 보상을 불러온다고 하는 외부세계의 인센티브...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김정은이‘아버지 닮기’와 '우상화 즐기기'로 뻗댄다면 그와 그의 북한은‘주민 굶기는 폐쇄왕국’의 참담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양 특권층이 자기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연연하는 한에는 북한주민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최하의 요건’조차 거부당하는 상황이 바뀔 방도가 없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류귽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 2011-12-25, 20:3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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