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아기장수를 죽여서는 안 된다
유능하고 참신한 사람들을 지켜 주자

張良守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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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 못지않게 많은 傳說(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널리 퍼져 전해지고 있고, 또 가장 슬픈 것이 <아기장수> 傳說이 아닌가 한다. 최근 한 민속문학자의 집계에 의하면 그 傳說은 南韓(남한)에서 蒐集(수집), 채록된 것만도 205편에 달한다. 그것은 將帥(장수)가 될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 아기가 역적이 되어 화를 당할까를 겁내어 그 어머니가 아기를 죽인다는 天倫背反(천륜배반)의 이야기이다.

그 傳說은 이야기들이 서로 약간씩 다른 다양한 것인데, 거기서 한 전형을 찾는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① 한 이름 없는 賤常民(천상민)의 집에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은, 神異(신이)한 능력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② 그 아기가 역적이 되어 滅門(멸문), 滅族(멸족)을 당할까 두려워 그 어머니가 맷돌 또는 곡식 섬[石]으로 누르거나 인두로 겨드랑이의 날개를 지져 태워 아기를 죽인다. ③ 아기를 죽이고 나자 白馬(백마) 한 마리가 나타나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는 것이다.

어떤 지방의 傳說에는 듣는 이에게 더욱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도 있다. 아기가,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그 부모에게 좁쌀 등 곡식을 달라고 해 그것을 가지고, 아무에게도 자신의 행방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바위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아기장수가 사라졌다는 소문을 들은 官憲(관헌)들이 찾아와 그 어머니를 다그치자 겁이 난 그녀가 아기가 들어간 바위를 가르쳐 주고 만다. 바위를 깨뜨리자 그 안에서 겨드랑이에 날개가 거의 다 돋고 곡식 낟알로 군사들을 만든 아기장수가 막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결국 아기장수는 官憲들의 손에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민중의 소망이 탄생시킨 그들의 꿈, 아기장수는 왕조체제라는 토양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그 영웅이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크도록 둔다면 그는 자라서 가렴주구를 일삼는 관리들을 처단하고 나중에는 만백성의 원한의 표적인 왕조를 뒤엎어 인간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꿈을 입 밖에 내어 말한다는 것은 생사에 관계되는 禁忌(금기)에 속했다. 그래서 민중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꿈, 장수가 될 아기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기장수의 죽음을 슬퍼해 스스로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말[馬]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영웅을 그들의 손으로 죽인 민중의 悲憤(비분)은 말의 비통한 울음과 죽음이라는 여운으로 그들의 가슴속에 한이 되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들 傳說에서의 말은 天馬(천마)다. 그러니까 그러한 傳說은 민중 속에서의 뛰어난 인재의 탄생은 하늘의 뜻이며 그러한 인재를, 출중한 능력을 타고났다는 그 이유 때문에 죽인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죽음에 앞선 말의 울음은 그러한 逆天(역천)의 만행에 대한 민중의 悲嘆(비탄)이며 怒聲(노성)인 것이다.

생각하면 우리 민족의 꿈에는 집요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이 나라의 곳곳에는, 그렇게 아기장수를 죽이고 만 슬프고, 분하고, 허망한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라진 아기장수> 傳說이다. 全羅北道(전라북도) 益山郡(익산군), 忠淸南道(충청남도) 牙山郡(아산군) 등지에 전해져 오고 있는 傳說이 그것으로 아기장수가,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는 훗날 다시 와서 이 세상을 구하겠다고 하면서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기장수는 언젠가는, 救世(구세)의 군사를 이끌고 도탄에 빠져 신음하는 민중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렇다고 하고, 이제 이 古談(고담)도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전에도 말했거니와 단언컨대 오늘과 같은 開明世上(개명세상)에는 異人(이인)도, 眞人(진인)도, 바위 속에 숨어 있다가 돌연 우리를 구하러 올, 무사히 다 자란 아기장수도 없다. 그렇다면 <아기장수> 傳說은 한갓 허탄한 옛날이야기로 듣고 말아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나는 그것이 반드시 허황한 이야기인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는 그 ‘아기장수 죽이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黨利黨略(당리당략)에 얽매여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참으로 훌륭한 인재를 이런저런 흠을 잡아 기어이 끌어내리고 마는 일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 신인 같은 사람도 현대의 아기장수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유권자들이 老獪(노회)하고 권모술수에만 능한, 추한 정치인들의 선동, 甘言利說(감언이설)에 넘어가 그런 참신한 인재가 좌절하게 하고 패배하여 묻혀 버리게 한다면 그것 역시 제 손으로 자기가 낳은, 우리 모두의 아기장수를 죽이는 어리석고 못난 그 어미가 한 것과 같은 짓이 아니겠는가.

[ 2014-04-30, 11:1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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