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가 제시해야 할 가치는 '자유'가 아니라 '혁신(革新)'이다.
보수의 재건은 역설적으로, 保守라는 용어를 폐기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파가 지켜야할 것은 이념이지 용어가 아니다.

국철(회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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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우파의 상황 - 1993년 삼성의 상황
  
  현재 우파의 상황은 199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진단했던 삼성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삼성의 제품은 소니 등의 일본제품에 밀려 매장 뒷편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그 해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때 기업의 체질은 물론 로고와 CI까지도 바뀌었다.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정신으로 이러한 기업혁신을 이루어 냈다. 거꾸로 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삼성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2.'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 필요하다면 로고도 바꾸어야 한다.
  
  현재 우파의 상황이 당시의 삼성만큼 심각하다면, 그 솔루션 역시 삼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우파의 상황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출발은 보수라는 로고의 교체이다. 우파에게 보수라는 용어는 마누라와 자식은 아니다. 마누라와 자식에 해당하는 것은 이념이다. 마누라가 자유민주주의라면, 자식은 시장경제제도이다. 즉 지금의 우파는 이념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하며 그 출발은 '보수'라는 용어를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보수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조어(造語)이기 때문이다.
  
  3. 젊은이들에게 '보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몇 해 전 몇 명의 대학생들에게 직접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참고로 이 대학생들은 대한민국 최상위권 대학의 예체능계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서,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투표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했다. 한 학생에게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보수는 나쁜 것이고 진보는 좋은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되물으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 개념이 그런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한 학생은 "진보는 개혁을 하지만 보수는 개혁을 거부한다"라고 대답했다.
  
  4. 보수와 진보는 각각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일부 무식한 대학생들의 생각이 아니다. 아마 대다수 20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가만히 따져보니 그 대답이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보수라는 용어 속에는 (1)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을 나타내는 개념 외에 그 자체로 (2)변화와 개혁을 거부한다는 의미가 실제로 포함이 되어 있다. 뜻이 두 가지인 것이다. 반면 진보라는 용어 속에는 (1)좌파식 이념의 개념 외에 그 자체로 (2)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각각의 의미가 한 가지가 아닌 것이다.
  
  5. 왜 보수는 잘못된 용어인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국가이념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영미권 국가에서는 이러한 용어를 써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반면에 좌우세력이 실제 공존하는 일부 유럽국가와 한국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쓸 경우 의미의 혼동이 발생한다. 우파입장에서는 우파식 개혁을 할 때 그 개혁을 거부하는 것이 곧 (두 번째 의미의) 보수이고, 수구이다. 개혁의 방향에 따라 좌파식 개혁이 있을 수 있고 우파식 개혁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용어의 문제로 인해 진보는 항상 개혁을 추구하고 보수는 개혁을 반대한다는 오인을 하게 되며, 이는 우파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6. 현재 한국에서 개혁은 주로 좌파식 개혁을 의미한다.
  
  실제 대학생들이 보수와 진보의 의미를 위에서 예로 든 (1)번의 이념적 의미로 받아들여준다면 다행이겠으나, 실제로는 (2)번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1)번과 (2)번의 의미가 완벽히 합쳐지는 현상도 발생하기 때문에 (1) 좌파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2)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되고, (1) 우파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2) 변화와 개혁을 반대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된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효율성과 자율의 강화라는 우파식 개혁이 곧 개혁으로 인식되는 것이 대세임에 반해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7. 최소한 좌-우는 되어야 공평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최소한 좌파-우파 정도는 되어야 공정한 용어의 대결이 된다. 하지만 조갑제 선생의 의견대로 이는 대한민국에서 좌파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좌파세력 스스로가 이러한 용어의 어드밴티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좌파가 스스로를 좌파라고 표현할 리는 만무하다. 아마 계속해서 스스로를 개혁세력, 진보세력으로 포장할 것이다. 개방보다는 폐쇄, 자율보다는 규제라는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곧 개혁이고 진보라는 '환각'에 빠지게 된다.
  
  8. 우파식 개혁을 나타내는 용어의 예-혁신(革新, Innovation)
  
  우파라고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우파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를 발전시키는 개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사회에서 개혁은 곧 좌파식 개혁을 의미할 정도로 좌파세력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좌파식 개혁과 다른, 우파식 개혁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 그 용어의 예로 '혁신'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혁신은 그 사전적 의미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서 우파식 개혁에 딱 들어맞는 개념이다. 좌파도 혁신이라는 용어까지는 선점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9. 지금 우파가 제시해야 할 가치는 '자유'가 아니라 '혁신'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진보와 보수가 정치이념의 문제가 아닌 '善'과 '惡'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유행처럼 돌고 있다. 위의 (1)과 (2)의 의미가 혼용되어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파가 보수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한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우파로서는 좌파식 개혁과 우파식 개혁, 즉 개혁과 혁신의 방향이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히 제시하여 진검승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가 추구했던 국가발전의 방향은 혁신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박정희는 대한민국 최고의 혁신가였다. 지금 우파가 제시해야 할 가치는 '자유'가 아니라 '혁신'이다.
  
  10. 지켜야 할 것은 이념이지 용어가 아니다.
  
  지금 한국의 우파는 스스로 보수라는 용어의 틀 안에 갇혀 부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되고 있다. 반대로 좌파세력은 구한말 위정척사파 정도에 해당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이라는 용어를 선점하여 필요 이상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되고 있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을 설득시키는 경쟁에 있어서, 이것은 화살로 조총을 상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절대적으로 우파가 불리한 경쟁이다. 보수의 재건은 역설적으로, 보수라는 용어를 폐기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파가 지켜야할 것은 이념이지 용어가 아니다.
  
  
언론의 난
[ 2017-05-19, 23:28 ] 조회수 : 995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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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gho21   2017-05-20 오후 1:01
자유통일세력과 분단고착세력의 대결이 정확한 표현이라 봅니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우파식 개혁이냐! 좌파식 개혁이냐!
  죄형법정주의   2017-05-19 오후 11:39
"보수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면 안되는 이유" 란 회원토론방의 좋은 게시글이 대문에는 안보여서 다시 확인해 보니 위와 같이 제목이 바뀌어서 올라가 있네요. 국철님이 원래 달았던 제목대로 타이틀을 올려주는게 관심을 더 끌고 임팩트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국철님, 너무나 필요한 주제를 잘 요약하여 올려주셨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한민국처럼 외모, 존칭에 대해 극히 민감한 나라에서 보수란 용어를 계속 써서는 전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데 적극 공감합니다. 식당가서도 아줌마 대신 이모란 말 쓰고, 미용실가서 선생님이란 호칭 쓴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우파들도 이제 보수란 단어는 폐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국철님이 자세히 설명한 이유처럼 무엇보다도 그 말이 주는 주관적인 느낌과 이미지때문입니다. 일단은 보수 대신 우파란 용어로 통일하고, 우파를 대변하는 용어로 국철님이 말한 혁신과 같은 두세개의 대표 단어를 만들어 전파하고 교육하여야 할 것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한국이란 사회에서는 좌파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때문에 좌와 우, 좌파와 우파는 같이 쓰는게 더 좋을 것같습니다. 불의와 정의가 대비될 때와 같은 주관적인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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