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민들이 이룩한 피타는 노력의 열매
국제 재재로 모든 물가가 폭등하는 북한에서 지켜낸 쌀값

김수진(자유기고가)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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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식통에 의하면 요즘 국제 제재로 북한에서 모든 물가들이 폭등했다고 한다. 기름 값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소한 작은 물품에 이르기까지 그 값이 원래의 기준치를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단 한 가지만은 그 값을 유지한다고 한다. 바로 북한인민들의 명줄을 거머쥔 쌀값이 제재에도 끄떡없이 원래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근래에 처음 듣는 희소식이다.

이 희소식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은 국경에 살고 있는 밀수꾼들, 다름 아닌 국경인민들이라고 한다. 보위부, 보안서, 비사회주의그루빠* 등등 여러 형태의 압박적인 정치구속을 이겨내고 중국인들과의 쌀 무역을 암암리에 적극적으로 벌인 결과라고 한다.
(*편집자注: 비사회주의그루빠, 통칭 ‘비사그루빠’는 ‘비사회주의적인 요소의 척결’을 내세우며 당과 국가보위부, 인민 보안부 요원들로 구성된 감찰조직으로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조직되는 북한의 감찰기구이다)

북한인민들은 5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오히려 합법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무역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보안서, 보위부, 비사그루빠를 설득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보안서, 보위부, 비사그루빠들도 역시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민의 일부이다. 그들이 무역꾼들에게 동화되고 있다. 무역이 진행되면 오히려 여러 가지 정보를 슬쩍 건네주기도 한다. 오늘 그쪽에 근무자가 누구라는 둥, 내가 잘 얘기해두었으니 잘 해보라고 하는 둥 적극적인 동조자의 역할을 해준다. 한바탕 무역이 끝나면 그들에게도 몫이 차려진다. 비합법적이긴 해도 그야말로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북한인민 전체가 좋은 일이다.

북한에서 국제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 내적으로 밀수를 눈감아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밀수는 물품만 되는 게 아니다. 비사회주의도 같이 밀수된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 북한 정치의 한 단면이다. 국경을 통해 밀수되는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더 안달하는 것이 북한정부라는 점을 짚어볼 때는 어려운 일이다. 눈을 감아주는 척 하고도 생트집을 잡아 사람을 몰아가는 게 북한정치의 수법이다. 이렇게 볼 때 밀수꾼들은 생사를 걸고 쌀값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쌀값 유지’라는 이 반가운 소식 앞에 한참 눈물이 빙그르 돌았다. 쌀값이 하늘 닿는 줄 모르고 폭등하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랴. 말끝마다 백성의 아버지요, 어머니요 하는 북한정부는 체제유지를 위한 핵 분발에만 미쳐 날뛰고, 언제 인민들의 먹거리 근심을 걱정해본 적 있는가. 300만의 죽음이 거리를 휩쓸어도 거상처럼 앉아서 호령만 치는 것이 그들이다.  
 
나는 쌀밥이 목구멍을 적실 때마다 북한이 떠오른다. 오늘 쌀값은 얼마일까, 북한에 있는 친척들, 이웃들, 친구들이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지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조여들고 근심이 떠나지 않는다. 북한사람들은 아침에 눈만 뜨면 이웃집들 사이에 문안인사를 하기 전에 오늘 쌀값부터 먼저 묻는다. 그게 하루일과의 첫 시작이다. 얼마나 쌀값이 요동을 쳤으면 “아침에는 얼마요, 한낮에는 얼마였소. 저녁에는 더 올랐소” 하는 식으로 길거리에서 아는 지인들끼리 만나면 이것이 인사를 대신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세상에서 쌀값이 올랐다면 모두 근심에 싸여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장마당으로 올리 뛰었다. 더 값이 오르기 전에 한 끼 먹거리라도 사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보다 더 예민하게 쌀값을 걱정하며 엄마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금도 북한 장마당의 광경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쌀값이 올랐다면 갑자기 발 디딜 자리도 없이 장마당 안에 사람이 확 몰려든다. 장마당 전체가 웅성웅성하고 물건을 팔던 장사꾼들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안절부절 못한다. 장사꾼들의 재빠른 타산에 따라 다른 물건들도 덩달아 올리 뛴다. 그러면 이것도 저것도 다 올라간 물가에 모두 넋을 잃고 한탄한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북한의 쌀값이 국제적인 제재에도 끄떡없이 국경의 밀수자들이 그 키를 쥐고 있다니 놀랍다. 오늘을 역사에 기록해두고 싶을 정도로 그들의 승리에 환호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를 믿지 않고 자유를 향해가는 북한인민들의 승리인 것이다. 그들은 쌀값을 지켜내고 있다. 보위부, 보안서, 비사그루빠들의 감시와 감시를 뚫고, 그들을 회유하고 그들과 어깨를 겪고 해내고 있다. 인간승리의 한 장면이다. 감동적이다. 북한인민들의 피타는 노력이 얻어낸 승리의 열매이다. 김정은 체제에 맞선 북한인민들의 자유의 승리다. 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 2018-03-12, 13:17 ] 조회수 : 1139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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