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患亂) 가운데서 강규형 교수가 겪은 마음고생
인간이 인간을 향해 ‘최고’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면의 적대자’들보다 ‘주변의 배신’이 더 뼈저린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곧잘 체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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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 이들의 협박과 회유에 안 넘어가고 끝까지 버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죽창이 난무하는 상황을 지연시키고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요번 진미위 활동의 일시적 정지와 무력화는 필자로선 매우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언론노조원들이 보인 막장 행각들은 물론이고, 여러 다른 KBS 관계자들이 보여준 기회주의적 또는 배신의 행태는 기회가 될 때 모조리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위 글은 강규형 명지대 교수이자 전 KBS 이사가 인터넷 매체에 최근 쓴 칼럼 한 대목이다. 그는 그 글을 통해 자신이 KBS 신(新)권력에 어떻게 당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마음에 들지 않은 사원들을 징계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가처분 신청 일부 허용으로 일단 저지됐는지를 격한 논조로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뿐 아니라 그 과정에 있었던 일부의 ‘기회주의와 배신’에 관해서도 글로 증언해 놓겠다고 했다. 격동기에서는 인간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도 프랑스 혁명기의 온갖 인간 유형들이 다 묘사돼 있다. 고결하고 고매한 사람, 천하고 사악한 사람, 그 틈에 끼인 여러 가지 어중간한 스펙트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인간이 인간을 향해 ‘최고’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면의 적대자’들보다 ‘주변의 배신’이 더 뼈저린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곧잘 체험하는 일이다. 강규형 교수는 아마 이런 일을 겪은 모양이다. 정면의 권력이 치는 건 당연(?)하달 수도 있지만, 의외의 사람들이 뒷전에서 딴 일을 진행시켰다면 그건 참 참기 힘든 고통이다.
  
  필자가 강구형 교수의 체험 칼럼을 읽으면서 유독 이 대목에 신경이 쓰인 이유는, 세상사와 인간사(人間事)는 정치 경제 이전에 그야말로 인간의 이야기임을 강하게 느끼면서 그 점을 특히 주목하고 싶어서다. 인간의 이야기 중에서도 기쁨의 이야기보다 아픔의 이야기, 아프게 만드는 이야기가 보다 크고 깊은 성찰의 주제가 될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가? 전쟁, 혁명, 내전(內戰)이 아픈 이유는 그것 자체 뿐 아니라 그 과정에 드러나는 인간의 얄팍함 때문이다. 악한 것은 악하니까 그렇다고 치부할 수 있다. 나약한 것도 누구나 다 그렇다고 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힘들 때 덧셈을 하지 않고 뺄셈을 하는 게 정작 '아픔 중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프랑스 혁명, 스페인 내전, 두 차례의 세계대전, 볼셰비키 혁명, 그리스 내전, 우리의 6·25 남침 때 이런 ‘상처에 소금 뿌리는’ 스토리들이 번번이 허무(虛無)를 뿌리고 지나갔다. 진정 조용하게라도 있을 수만 있다면 인간의 이야기가 한결 덜 잔인할 터인데….
  
  환란(患亂) 가운데서 썩 훌륭한 처신을 하는 건 말처럼 쉬은 건 아니다. 그렇게는 못해도 어떻게 최소한의 염치(廉恥)를 잃지 않고 사느냐 하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일 성싶다. 강규형 교수의 체험담은 바로 이 염치라는 걸 돌아보게 만든다.
  
  류근일 2018/10/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 2018-10-08, 09:3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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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    2018-10-15 오후 3:10
강규형 교수가 말한 "다른 KBS 관계자들이 보여준 기회주의적 또는 배신의 행태"는 지금 이 나라에서 소위 진보(?) 좌파 인간들이 보여준 '내로남불', 쓰레기 같은 厚顔無恥한 행태에서 신물이 나도록 보아 온 현상이다. 거짓 선전 선동에 기초한 헤게모니 장악을 통한 권력 쟁취를 장기로하는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자들의 전통 수법이었다. 거기에 속아 넘어간 우매한 대중들이 맞이한 종말의 대표적 case가 소비에트 연방 시절 스탈린 치하 소련 민중들과 북한 3대 세습 왕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폭정에 죽지 못해 살고 있는 북한 인민들이 오늘날 겪고 잇는 참상일 것이다. 정신 차리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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