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무드 속 한반도만 모르는 미-중-러 갈등
자발적 무장해제에 나서고 있는 우리 군이 유사시 갑작스런 북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김동연(공개정보분석가)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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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좌)을 평양에서 만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우). 사진=US Dept of State, Pompeo Twitter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방북하여 북측에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 조치’, FFVD(Final Fully Verified Dismantlement)를 요구했다. 한때, 취소된 미북간 대화의 물꼬가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트인 뒤, 미국은 앞선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대신 FFVD를 북에 요구했다. 한편, 남북은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남북군사합의서까지 만들어냈다.

남북군사합의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문장이 향후 쌍방(남북)이 협의를 통해 노력하여, 평화의 방법을 강구하자고 되어 있다. 즉 이런 형태의 문장은 미완성형이다. 이 때문에 상호간 어떻게 비핵화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모두 빠져 있다. 합의서가 말하는 평화의 정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가령 덕적도까지 내려오는 북한의 선박의 종류를 어선으로만 한정한다던지, 유사시 이런 선박의 의심스런 선박 대 선박의 물물교류(Ship to Ship transfer) 행위에 대해서 한국, 미국, 일본 등의 군 및 경의 선박이 다가가 검문검색을 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은 없다. 이러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는 비무장지대 일대 지뢰제거 작업은 물론,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기존 군의 경계태세를 낮추는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의 평화적 무드와는 달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남북의 평화무드 조성에 대한 뉴스만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평양냉면을 즐기고, 곧 통일이 올 것만 같다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청와대에 선물한 풍산개 한 쌍, '곰이'와 '송강'을 통해 일부 국민들은 김정은을 개를 사랑하는 따뜻한 지도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북한의 동물외교는 앞서 중국이 미국 워싱턴 D.C. 동물원에 대여해준 판다 외교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내 반중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중국은 미국에 판다를 보냈다. 중국은 미국내 수많은 동물원 중에서도 미국의 수뇌부가 있는 워싱턴 D.C.를 택했다. 중국의 판다외교는 대표적 중국 공산주의의 선전기법이라고 미국의 외교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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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훈련을 참관하러 온 푸틴이 군으로부터 경례를 받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Wikimedia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는 러시아 및 중국의 강경 군사기조는 최근 여러 지역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례없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바로 2018 보스토크(Восток) 훈련이다. 훈련명은 러시아어로 동방(East)이라는 뜻이다.

이번 훈련은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 러시아를 비롯한 중국,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도 참가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회원국들이 훈련에 참가했으며, SCO는 중국 및 러시아 주도 안보 조직이다. 이른바 중국판 NATO로 불린다.

명분상 러시아는 대테러(Counter Terrorism)가 조직의 주요 목표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군사 및 정보(intelligence)분야 협력도 회원국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SCO를 통해 러시아는 체첸을 테러조직으로 규명하고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참고로 러시아판 NATO로 불리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도 2007년 SCO와 협력조약을 맺고 안보, 범죄, 마약퇴치에 협조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보스토크 훈련은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시행되었으며, 1981년 러시아군이 대규모 훈련을 시행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였다. 러시아군 약 30만명과 항공기 1천여대, 군함 80여대가 동원됐다. 이 훈련에 중국군도 약 3,500명의 군인과 고정익 및 회전익 항공기 약 30대를 첨가시켰다.

이번 훈련기간 중 중국은 최신예 정보군함 천왕성(둥댜오급)을 보내 훈련을 참관했다. 참고로 이 정보군함은 러시아의 공식초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이번 러시아의 훈련에서 많은 군사전술과 전략을 배워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러시아의 훈련을 주목해야하는 점은 바로 훈련의 방식이다. 지금까지 러시아 군은 가상의 적을 상대로 군사준비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을 주로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력을 반반씩 나눈 뒤, 실제로 두 전력이 맞붙는 형태의 실전적 훈련을 했다. 따라서 이번 훈련의 주안점은 전략기동훈련이라고 전해진다. 러시아가 보다 더 실전적인 훈련에 임한 것이며, 이런 실전형 훈련에 중국도 함께 참가하여, 군사준비태세를 한층 더 끌어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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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훈련중 중국군과 악수하는 푸틴. 사진=위키미디어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이번 훈련이 주로 지상에서 진행된 훈련이지만, 러시아 및 중국 등 태평양 함대와의 연계적 훈련이라는 점이다. 즉 한 번에 지상군과 해상의 군대가 함께 훈련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훈련은 한 국가의 모든 군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으로 전시 작전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보스토크 훈련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이 훈련 직전 핵무기 운영부대도 훈련을 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핵무기 운영부대의 훈련까지도 이번 보스토크 훈련과 함께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는 이번 훈련이 복합적인 점검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훈련의 전반적인 양상을 보면 마치 전시를 방불케 하는 규모이자, 전시에 벌어질 상황을 연습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실전적인 경험이 많은 러시아와 함께 훈련함으로써 전반적인 군사전술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러시아-중국간 군사협동성을 강화하게 됐다. 이번 보스토크 훈련은 국가간 갈등(Inter-state conflict)상황을 고려했다고 전해지며, 정치적으로는 최근 남중국해상에서 일어나는 미중간 갈등에 러시아의 중국지지를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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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미국과 연합군이 해상 훈련중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이번 러시아와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미국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대규모 훈련을 준비중이다. 10월 중순부터 다음달 초까지 NATO는 30개국이 참가하는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훈련 역시 러시아의 훈련처럼 사상 최대 규모로 치뤄질 전망이다. 약 5만명의 지상군, 군함 약 70척, 전투차량 약 1만대 가량이 투입될 것이라고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지난 10월 2일 발표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눈에는 눈’ 형태로 맞불을 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태평양함대를 인도-태평양함대로 승격 시킨 뒤 기존대비 함대의 관할 지역을 인도 주변까지로 확장시킨 바 있다. 이후 미국은 인도, 일본의 해군과 함께 남중국해 등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훈련에는 보기드문 대잠훈련도 포함되었으며, 해당 훈련이 북한의 잠수함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을 염두에 둔 훈련으로 해석된 바 있다.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의 부산 입항 등을 꺼려왔던 우리정부는 당시 미군 주도 대규모 해상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9월 30일 남중국해상에서 중국 이지스함이 미국 이지스함 디케이터(USS Decatur)를 상대로 위협 행동을 감행, 양측의 군함끼리 충돌할 뻔한 일까지 빚어졌다.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국제해상에서 미국 군함을 상대로 중국 군함이 중국의 영해에서 나가라고 경고했다. 미국 이지스함은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며 이를 무시하고 항해를 계속했다. 이에 중국 군함이 미국 군함 뒤에서 발진하여 미군함을 추월, 미군함 바로 앞에서 급정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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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폭격기를 막아내는 영국 전투기. 사진=영국 국방부 UK Ministry of Defense

갑작스런 중국 이지스함의 급정거에 미군 이지스함이 40여 미터까지 간격이 좁혀지며, 충돌할 위기에 처했다. 미군함이 급선회 기동을 하면서 충돌은 모면했다고 전해진다. 양국의 군함이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양국간 군사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미중간 갈등 외에도 러시아와 영국간 군사적 갈등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지난 9월말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가 영국 영공을 침범하여 영국 주변을 정찰했다. 이에 영국 국방부는 즉각 타이푼 전투기를 출격시켜, 러시아 폭격기를 영공 밖으로 밀어냈다. 당시 영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폭격기는 경고방송에도 계속 영국 영해를 비행했다.

국내에서는 평화무드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정세는 강대강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간 군사경쟁을 멈추고 자발적 무장해제에 나서고 있는 우리 군이 과연 유사시 갑작스런 북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남북간 군사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의 초소를 남과 북이 1대1 방식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북한은 160여개의 초소에서 10여개를 제거하고 우리는 80여개에서 10여개를 없애는 것이라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합의서가 사실상 NLL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야당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간 합의 문건의 모호성이 언제든 북한의 도발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역사적 전례를 통해 재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 2018-10-08, 09:56 ] 조회수 : 746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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