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속 도인(道人)
“산에 가서 道를 닦는 아버지보다 세상에서 험한 노동을 하면서 우리들을 키운 엄마가 훨씬 도가 통해 있을 거예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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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의 ‘인간극장’이라는 프로를 이따금씩 본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중 한 프로에서 본 광경이 생생하게 며칠째 뇌리에 남아 있었다. 갑자기 가족들을 떠나 지리산 깊숙한 숲 속의 화전민이 버리고 간 집에서 18년째 혼자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새벽에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한다. 아침 밥상은 소박한 것을 지나쳐서 초라한 느낌이다. 잡곡밥 한 그릇과 김치 몇 조각이었다. 그는 직접 장작을 패고 무너져 가는 오두막을 수리하고 냇물에 가서 먹을 물을 길어왔다. 전기, 수도 같은 문명의 혜택 없이 산중에서 인내하며 사는 자체가 수행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그의 가족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파출부로 노동을 하면서 늙어가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느 날 갑자기 버림받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식의 결혼식 날조차 산에서 내려오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깊었다. 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산에 가서 도를 닦는 아버지보다 세상에서 험한 노동을 하면서 우리들을 키운 엄마가 훨씬 도가 통해 있을 거예요.”
  
  원망기가 섞여 있지만 도(道)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목표를 설정해 놓고 성공의 기약 없이 하는 환상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 다시 산 속에서 도를 닦는 남자의 모습이 화면 가득 나타났다. 냇가의 바위 위에 앉아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선정(禪定)에 들어가 있었다. 그 주위에는 그가 쌓은 돌탑들이 보였다. 그의 단칸방을 비춘 화면에는 책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 권의 불교서적과 자전(字典)이 전부인 것 같았다. 그는 글자가 아닌 염불과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는 수양을 통해 세상의 모든 어려움들을 지게에 지고 가는 인간이 되려고 합니다. 이제 조금만 더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으면 세상에 나가 그걸 알려주려고 합니다.”
  
  과연 그 어떤 경지가 있을까 궁금했다. ‘만다라’ 같은 구도(求道)소설을 보면 한겨울 오두막 암자에서 치열하게 궁극의 깨달음을 찾는다. 그러다 눈 내리는 절벽에서 훌쩍 뛰어내리는 수도자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수도승이 된 남자의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손자 손녀가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그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가족 만나기를 거부하는 그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내려와 가족들을 보고 처음 보는 손자를 안아준다. 따뜻한 봄볕이 처마에 달린 고드름을 녹이듯 가족의 사랑이 계율 속에 있는 그의 마음을 녹이는 것 같았다.
  
  깨달음이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기적을 일으킬 정도의 신비한 어떤 정신적인 경지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따금 나는 어둠 속을 헤맨다. 그런 때 나는 이런 위인(偉人)이 쓴 책에 의지해 보기도 하고 저런 신학자가 쓴 글에 기대보기도 한다. 파도 위에 뜬 작은 배처럼 아무거나 믿으려고 하는가 하면 무엇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리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눈 덮인 광야에서 조금씩 길을 내며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성경을 오랫동안 보아 왔다. 진리에 이르는 길의 형태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양이 인간이 만들어가는 길이라면 성경이 제시하는 길은 하나님이 인간 쪽으로 다가오기 위해 만든 길 같다. 빛이 하늘로부터 인간의 어둠을 비추어 순간 의심의 구름이 걷히고 말씀이 진리임을 깨닫는 것이다. 예수가 삼 년간 옆에 두고 직접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던 제자들이 어느 순간 성령(聖靈)을 맞아들이면서 진리를 깨달았다. 비겁자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순교자로 변질이 되었다. 종교의 영역은 논리가 아니라 신비와 기적이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욕심을 없애고 맑은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는 게 또한 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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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24, 13: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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