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조실장은 왜 폭로했나
“잠도 자지 못하고 23시간을 조사받았어요. 저를 긴급구속시킨다고 검사가 겁을 줬어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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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4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312호 법정에 국정원 기조실장이었던 이헌수가 증언석에 앉아 있었다. 먼저 검사가 그에게 물었다.
  
  “증인은 남재준 국정원장 시절 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을 만난 적이 있죠? 그때 최경환 의원이 뭐라고 하던가요?”
  “청와대에 예산이 부족한데 국정원 예산을 좀 쓸 수 있느냐?라고 하면서 몇억 원이라도 청와대에 지원하도록 원장님게 말씀드려보라고 했습니다. 당시 최경환 대표는 정권의 실세였습니다.”
  
  “증인은 이병호 국정원장 시절 매달 고정적으로 1억 원씩 청와대에 가져다주는 외에 추석과 설 명절에 추가로 1억 원을 전달했죠?”
  “이병호 원장의 지시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병호 원장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분명히 그런 지시를 하셨습니다. 저하고 많은 말을 나누셨습니다.”
  
  “미르 케이 스포츠 등에 관한 보도가 시작되자 국정원 돈의 전달이 중단됐죠? 누가 지시한 건가요?”
  “그건 박근혜 대통령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증인은 국정원의 돈을 매월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위법하다는 인식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검사의 기술적인 유도신문이었다.
  
  “국정원 돈이 절차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저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기조실장은 반쯤은 검사에게 협력하고 반쯤은 여지를 남겨두는 것 같았다. 검사실에서같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장들과 비서실장이 그의 증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검사가 신문을 계속했다.
  
  “그런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여기 있는 국정원장들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죠?”
  “원장님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가 질문의 올가미를 슬쩍 비켜나고 있었다.
  
  “증인은 다른 사건에 증언으로 나가서는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돈을 보내는 것이 부적절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진술하셨는데 기억합니까?”
  “기억합니다.”
  
  “청와대의 안봉근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이 금전적으로 어려워한다는 말을 듣고 이병호 국정원장에게 대통령이 돈을 달라고 한다고 보고하지 않았나요?”
  “꼭 그렇게 말하지는 않고 안봉근 비서관이 한 말을 원장님께 그대로 전했습니다. 원장님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하시다가 추석도 다가오고 하니까 한 2억 원을 지원하라고 지시하셔서 그 돈을 전달했습니다. 그 후 안봉근이 대통령이 매우 흡족해 하신다는 말을 해서 이병호 원장님께 정말 잘하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말 잘하신 것 같다는 건 무슨 의미죠? 하급자인 국정원장이 상급자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돈을 줬으니까 대통령이 더 잘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었나요?”
  “대통령께서 만족한다고 하시니까 잘했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상납하면서 증인에게 그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검사의 신문이 끝나고 변호인의 반대 신문이 시작됐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이 물었다.
  
  “여당의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이 청와대에 지원해 주라고 부탁했을 때 처음에는 국정원장이 난색을 표명했다고 진술하셨었는데 왜 그랬나요? 그런 예산지원이 국가재정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부적절하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뇌물이나 국고손실죄 등 범죄가 되기 때문인가요?”
  “법률적으로 위법하다기보다는 국정원의 예산이 외부로 나가는 데 대한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외부로 나가더라도 예산 처리상 소정의 법적 절차를 밟으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국가재정법상 예산전용 절차를 거치든지 국정원 내부에서 원장의 결재를 받아서 예산의 세목 사이에 내부적인 이전 절차를 거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돈을 준 것은 공적인 예산지원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인 증인을 통해 한 것이 아닐까요? 사적인 뇌물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했을까요?”
  “저도 원장님들이 사익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지원했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전두환 대통령시절부터 직원들 간에는 청와대 냉장고까지 챙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국정원에서 지원을 계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재판장이 끼어들어 물었다.
  “냉장고까지 챙긴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청와대 냉장고 안에 들어가는 음식이나 물까지 국정원에서 마련해 준다는 얘기입니다.”
  “그 외 어떤 걸 챙겨주나요?”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돈이 갔지만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그 금액은 얼마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때 배석인 김종우 판사가 재판장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김종우 판사가 증인석에 있는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물었다.
  
  “과거 안기부 시절 김영삼 정권에 돈을 지원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노무현 정권 시절은 어땠나요?”
  “당시 제가 국정원 예산관이었는데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정례적으로 지원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배석인 강성훈 판사가 재판장의 허락을 얻고 물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정원이 예전으로 회귀됐다고 하는데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어떤가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방청석에 앉아서 나는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기조실장의 뒷통수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이 들었다. 그는 정보기관에서 일생을 보냈다. 폐쇄된 정보조직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독 속의 게들처럼 그 좁은 항아리 속에서 조금이라도 높이 올라가는 게 그들의 인생 목표였다.
  한 직급이라도 올라가기 위해 승진 때가 되면 몸부림쳤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탈환한 정상(頂上)이 차장이나 기조실장 자리였다. 그는 거기까지 올라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 모두를 걸었을 것이다. 그는 평생 국정원 직원으로 있다가 퇴직을 했다. 그러다 60세 정년이 초과하는 나이에 다시 국정원 기조실장이 됐다. 야당이 ‘별정직 공무원은 연령정년이 60세인데 국정원 기조실장이 연령 정년이 넘은 사실을 문제 삼으려고 했다. 이헌수는 친한 안봉근 비서관에게 부탁을 했고 결국 대통령으로부터 사표가 반려된 적이 있었다.
  
  그가 검찰에서 무장 해제를 당한 데는 말 못할 그 나름대로의 사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행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경호관과 대비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이던 경호관은 기(氣)치료 아줌마나 의상실 비용까지 모든 돈 심부름을 한 인물이었다. 최순실의 비서 노릇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서 단 한 마디도 불지 않았다.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비서관들도 사실상 자백한 내용이 없었다. 국정원 기조실장이라는 큰 둑만 허물어졌다. 어떤 약점을 잡혀 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약점을 잡고 구속시킨다고 겁을 주어 자백시키면 위법수사로 증거로서의 자격이나 가치가 떨어진다.
  
  나는 법정에서 그가 했던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의 입에서 검사의 회유나 약속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약점을 잡고 있는 검사 앞에서 과연 그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다른 변호사에게 좌석을 양보하고 방청석에 앉아 있던 나는 일어나 재판장을 보면서 소리쳤다.
  
  “제가 증인에게 몇 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그러시죠”
  
  재판장이 허락했다. 나는 변호인석으로 가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보면서 묻기 시작했다.
  
  “대북공작비등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의 사용은 기밀을 요하는 사항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런 사항들이 이렇게 공개된 법정에서 노출되면 정보기관이 상처를 받고 공작사업들도 지장이 있죠?”
  “그렇습니다.”
  
  “기밀 중에서도 속칭 VIP라고 불리는 대통령에게 가는 돈은 더욱 외부누설이 금지되는 고급 기밀사항이라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그를 핵심으로 유도하기 위해 당연히 긍정할 내용만 묻고 있었다. 그는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갈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피고 있었다. 내가 계속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인질이 되었을 경우 그들이 요구하는 돈이나 또 대통령 나름대로 국가를 위해 포섭할 사람들이 있어 비용이 필요할 때 국정원 정보예산이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나 국정원장의 특수 활동비에 대해서는 전적인 재량권을 준 것이다.
  
  “증인은 북의 김정은이 여기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반드시 처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사실 알고 있죠?”
  “알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평화무드로 전환되는 최근에도 김정은은 이병호만은 꼭 죽이겠다고 하면서 테러리스트를 보낸 사실을 알죠?”
  “압니다.”
  
  “왜 그런가요? 그 배경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대북특수공작 사업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증인은 국정원에서 정보예산의 총괄책임자이고 결재까지 하는 지위에 있는데 당시 대북공작에 사용된 특수사업비 내역을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있나요?”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약간 방향을 바꾸어 말할 수 있는 것을 물어보겠습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김정은에 대한 것을 알아내기 위해 김정은과 친한 제3국의 인물을 포섭하기 위해 특별사업비를 사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습니까?”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내역을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습니까?”
  “비밀이라 곤란합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정보예산인 특별사업비의 기밀성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안보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가는 돈은 그런 대북공작에 사용하는 돈보다 훨씬 급이 높은 기밀이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보는데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대북공작보다 훨씬 기밀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밀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뼈에 박힌 국정원에서 평생 근무한 증인은 왜 그 기밀을 지키지 못했나요?”
  “저도 안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왜 기밀을 지키지 못하고 폭로했습니까?”
  순간 그의 표정이 삼하게 일그러졌다. 내 말이 그의 내면을 쿡 찌른 것 같았다.
  
  “폭로라고 하지 마세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얼굴에 순간 경련이 일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가 되받아 물었다. 그 대답을 위해서 기나긴 다른 질문으로 우회해 온 것이다.
  
  “잠도 자지 못하고 23시간을 조사받았어요. 저를 긴급구속시킨다고 검사가 겁을 줬어요.”
  
  그의 조서가 증명력이 희박하다는 걸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재판부가 외면하지 않는다는 전제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수많은 수사 절차에서의 불법을 호소했었다. 얻어맞아 뼈가 부러지는 고문을 입증해도 그걸 인정하는 판사를 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변호사로서의 길은 가야 했다. 내가 질문을 계속했다.
  
  “조사를 받고 검찰청을 나와 이병호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님을 배신했습니다’라고 고백을 했는데 그 의미가 뭡니까?”
  거짓자백을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비밀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여기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묵비권을 행사했다.
  
  “전화해서 배신했다고 말한 사실을 검사에게 다시 고백했는데 그건 또 무슨 행동입니까?”
  “이병호 원장님께 그런 얘기를 한 것 때문에 구속이 될 뻔했습니다.”
  
  “증인이 검찰에서 만든 조서를 보면 증인은 당시 검사에게 청와대에 간 돈을 문고리 3인방 비서관이 먹었을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말 그렇게 말한 적이 있나요?”
  “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나는 결론 쪽으로 가고 있었다.
  
  “검사는 증인이 청와대에 가져다 준 돈을 뇌물의 청와대 상납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개념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예산지원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과 그가 검찰에서 했다는 진술을 적은 조서는 전혀 달랐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잠시 휴정이 됐을 때였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데 옆에 이원종 대통령 전 비서실장이 서서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엄 변호사가 묻는데 내 속이 다 시원하더라구요.”
  
  
  
  
[ 2019-02-18, 11:2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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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의이름    2019-02-20 오후 7:15
이헌수는 이등병만도 못한 인물로서 애시당초 기조실장에 택도 없는 자였다. 그런 인물을 기조실앙에 임명했으니 그게 박전대통령 죄다. 보수를 몰락시킨 죄, 그래서 이제 나라가 북한 핵앞에 풍전등화가 되게 한 죄 그게 35년 형이다. 명색이 국정원장들도 대통령을 그렇게 방치한 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 이나라 어디로 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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