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역사를 바꾸려는 나라
그런 식으로 하면 이 정부에서 만들어가는 역사도 언젠가 반대편의 권력자들에 의해 수정될 수 있음은 어찌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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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별 볼일 없는 인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김원봉은 국군의 근본이요 한미동맹의 뿌리를 만든 독립운동가다. 그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하라"고 고함을 지르고 떠들어댄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논란조차도 되지 않을 것이요, 짤막한 단신으로 기사 몇줄 나는 것 외에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떠드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같은 말을 대통령이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에 대해 한 마디 하면 온 언론이 기사화되고 정치권에서 치열한 논쟁이 붙는다. 역사를 두고 논할 때 권력을 가진 사람의 말 한 마디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보다 더 힘이 실린다는 걸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단종 복위 운동에 가담했다 처형된 집현전 학자들은 조선 전기 시기 동안 역적이었다. 그들이 비로소 만고의 충신으로 신원이 회복된 것은 송시열을 필두로 한 사림이 집권을 한 이후였다. 권력을 잡은 사림이 역사바로세우기를 하겠다며 단종 복위운동 가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것이다. 그들은 물론 충신이 맞다 하겠다. 그러나 이것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힘에 의해 역사적 평가가 전환된 것이다.
  
  고려 말 우왕과 창왕은 공민왕의 아들, 손자로 왕씨인데 조선을 개창한 사대부들은 그 둘을 신우, 신창이라 하여 역사에 신돈의 핏줄로 기록하였다. 비슷한 사례를 또 찾아보자. 5·16은 예전에는 혁명이라고 불렸는데, 민주화가 되고 난 이후에는 쿠데타라고 한다. 반대로 5·18은 폭동이나 사태로 불렸는데 YS집권 이후부터 민주화운동으로 불리고 대규모 유공자 포상이 이루어졌다. 어떤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게 아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역사가 바뀐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 용인의 어느 행사장에서 한 일본인이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행사장을 돌아다녔는데도 전혀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많은 반일 네티즌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욱일기에 대한 반감이 없었다. 동네 오락실의 일본 게임에서 욱일기가 버젓이 나와도 옛날에는 그거 갖고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욱일기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이 격심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동해 표기 문제도 그렇다. 서경덕 교수는 FIFA를 비롯한 많은 국제 단체들이 욱일기를 썼다가 이내 교체하는 것이 욱일기의 부적절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욱일기를 쓴 외국인이 한국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고 욱일기를 내리는 것이나 몇몇 나라들이 동해 단독 표기로 지도를 바꾸는 것은 국력과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신장된 한국의 '힘'이 작용한 결과이지 일부 반일 한국인의 편협한 역사해석과 논리가 먹혔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서경덕 교수가 하는 주장은 반론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일방적 주장만 봐야 하고 반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뒤에 호랑이를 둔 여우가 나타나자 토끼들이 놀라 도망친다고 그게 여우의 힘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수정된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지식인들의 연구성과나 사회적 합의 도출에 의한 것이 아니다. 열에 아홉은 힘 가진 자의 권력작용에 의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부 권력 가진 사람들이 힘으로 역사를 바꾸려고 하는 나라다. 힘이 없었을 때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규정된 역사를 이제와서 힘으로 바꾸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권위에 기대어 김원봉에 대해 일방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몇몇 언론은 대통령이 하시는 말씀은 다 옳은 것인 양 받아적고 공론화시키기 바쁘다. 그런 식으로 하면 이 정부에서 만들어가는 역사도 언젠가 반대편의 권력자들에 의해 수정될 수 있음은 어찌 모르는가.
  
  
[ 2019-06-12, 05:4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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