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문학인이 따돌림받는 사회
문학계가 좌우의 편가르기가 됐고 그는 우익 블랙리스트의 일급 대상자가 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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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다가오면서 오랜만에 소설가 이문열 선생을 찾아갔다. 십 년 전쯤 김동인의 친일행위 재판을 할 때 문학적 감정을 의뢰해 알게 된 관계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름에 비해 아주 소탈한 성격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담백함이 좋았었다. 십 년이라는 시간의 강물을 타고 우리는 장년에서 노년의 산자락으로 옮겨진 것 같았다. 영혼이 타고 가는 배도 곳곳에서 고장이 나고 붉은 녹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녹내장으로 한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분도 그 사이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예전보다 몸이 마르고 생기가 없어진 것 같다. 늙고 병들고 죽는 삶의 폭포가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 부악 문원의 넓은 정원에는 제법 연륜이 쌓인 오래된 소나무와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가 보였다.
  
  “이곳으로 옮겨 온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인생을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이문열 선생이 말했다. 그는 마음이 열린 사람이었다. 나에게 속에 있는 몇몇 아픔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털어놓았다. 유명인사가 가면을 쓰지 않고 그렇게 소탈하게 행동해 줄 때 나는 속으로 감사한다. 나는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다. 그 행간 행간에서 그가 겪은 아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아픔이 옹이가 되어 수준 높은 작품의 재료가 됐는지도 모른다.
  
  “십 년 전 박정희 대통령 죽음 이후의 시대에 관해 소설을 쓰겠다고 하시더니 작품이 나왔나요?”
  
  “썼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어요. ‘창작과 비평’이나 ‘문학과 지성’에서는 제 작품을 실어주지 않아요. 다른 문학지 사장에게 작품을 기고하겠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그러죠 하고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다가 시간이 좀 흐르니까 게재하기 곤란하다고 거절하는 겁니다.”
  
  그의 작품성은 오랜 시간 검증된 우수한 것이다. 문학계가 좌우의 편가르기가 됐고 그는 우익 블랙리스트의 일급 대상자가 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얘기를 계속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도 그만뒀어요. 친일파인 김동인을 기념하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작가가 있었어요. 상을 받지 않겠다는 작가가 나오는데 내가 열심히 심사를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뒀어요.”
  
  나는 김동인의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소송의 대리인이 되어 몇 년 동안 위원회와 싸운 일이 있었다. 김동인의 모든 작품을 읽고 그의 아들 딸과 인터뷰를 했다. 나는 그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지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3·1운동의 격문을 써서 감옥에 간 사람이다. 일본 천황을 모욕했다고 또 감옥에 갔다. 그 시절 동아일보에 대원군을 주인공으로 민족의식을 고취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문학인이었다.
  
  그는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평생 쓴 수많은 글 중에서 컬럼 한두 개 때문에 친일파가 되었다. 그중 하나는 일장기의 디자인이 괜찮다는 취지였다. 그 나름대로 본 역사와 국내외 정세를 소설과 컬럼으로 썼다. 양심과 언론의 자유영역이라고 나는 본다. 권력을 잡은 정권의 위원회는 그를 친일파라고 했다. 법원은 시대 상황에 편승해서 바르지 못한 판결을 선고했다고 나는 지금도 개인적으로 확신하고 있다. 서로 편을 갈라 주먹질을 하고 욕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2019-07-18, 12: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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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의 민들레    2019-07-20 오전 7:34
김동인이 친일파라고 동인문학상을 받지 않겠다는 작가가 도대체 어떤 분인지?
얼마나 애국적인 작가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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