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여인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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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빼어난 미인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녀의 남편과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아는 사이였다. 그녀의 남편은 대기업의 인사 분야를 책임진 유능한 임원이었다. 오너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그는 얼마 있지 않아 곧 부회장이 될 예정이었다. 그 부부는 세상적으로 행복의 상징처럼 보였다.
  
  “저 이혼하려고 해요.”
  그녀가 뜬금없이 내뱉었다. 나는 얼핏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가정문제에 대해서도 일탈이나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상해서 물었다.
  
  “왜죠? 남편 되시는 분은 인품이나 행동이 정말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나는 싫어요.”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정말 싫다는 표정이었다. 미녀인 그녀의 주위에서 나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건 바람기라고 해야 할까. 그 얼마 전에도 이혼소송을 끝내고 씁쓸한 미소를 지은 적이 있었다. 판결이 나고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길에서 나의 의뢰인이었던 여성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녀는 어떤 남자와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으면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소송 중 가련해 보이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와 있었던 걸 내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꼭 내가 배신이라도 당한 느낌이었다. 이번의 경우도 혹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면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여인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있을 수 있다. 잠시 다른 남성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려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이혼을 말리고 싶습니다. 곧 후회하시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내들은 남편의 훌륭한 점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군의 여자 노예는 영웅을 보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속속들이 보이는 남자가 높게 평가되지 않는 거죠. 남편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이제 곧 부회장이 되실건데 함께 고생을 해 왔던 부인으로 그 명예를 함께 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회장 사모님도 싫어요. 난 이혼을 해야 하겠어요.”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이미 살아온 정들이 모두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남편을 닦달해서 마침내 협의이혼을 하고 말았다.
  
  페미니즘이 퍼지면서 부부간의 주도권도 바뀐 것 같다. 미녀 탤런트로부터 밤에 집으로 가서 궁상맞게 앉아있는 남편을 보면 정말 싫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여의사로부터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남편의 얼굴을 보면 내쫓고 싶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여성변호사가 무능한 남편 몰래 다른 동료들과 바람을 피는 얘기도 들었다.
  
  미모나 재능 아니면 자격증을 가진 남편보다 우위의 자리에 있는 여성들이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오후 내게 이혼상담을 왔던 그 미모의 여성이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기가 죽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제가 남자가 있었어요. 제가 이혼만 하고 나오면 정말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말을 믿었었죠. 지금은 정말 참회하고 반성합니다. 변호사님이 중간에 들어서서 다시 전남편하고 부부로 합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그녀의 미모도 세월의 흐름 앞에 풍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남은 생애를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도 없었다. 원룸을 얻어 막일을 해 가면서 간신히 살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를 하다 보면 진주같이 귀한 남편이나 아내들이 있다. 그걸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가지고 있을 때는 가치를 모른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귀한 걸 깨닫나 보다.
  
[ 2019-08-18, 06: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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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24 오후 8:18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한 글입니다!!! 지금을 소중하게 갈겠즙니다!!! 감사!!!
   이중건    2019-08-18 오후 5:02
황금보다 지금이
먼 사랑보다 곁 사랑이 소중함을 되새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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