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원래 불공정하다
불공정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때 새로운 눈이 열릴 수 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나의 법률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이층 음식점에서 신 교수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신 교수는 의뢰인이었다. 그는 사기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하는 과정에서 나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사님 젊었을 때 수필을 보면 빠삐용 같은 죄수를 자유의 땅으로 옮겨주는 뱃사공이 되고 싶었다고 썼는데 그게 어떤 겁니까?”
  신교수가 내게 물었다.
  
  “무죄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변호사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죄를 지은 사람을 위해서 변호사가 정상참작을 해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경우가 있죠. 또 다른 하나는 누명을 쓰고 죄인이 된 경우입니다. 그런 사건은 변호사가 철저히 조사를 하고 검사나 판사, 더러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사건입니다. 저는 그런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는 힘들게 신 교수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명문고와 명문대 공대를 나온 그는 미국유학을 가서 세계 최첨단 기술에 관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돌아와 대학에서 교수를 하면서 벤처 회사를 차렸다. 그의 기술을 보고 거액의 투자를 한 사업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업가가 돌연 마음이 바뀌어 신 교수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그를 사기범으로 만든 것이다. 거액을 받은 또다른 그의 변호사들이 비상한 방법으로 그를 사기범으로 만들었다. 그는 일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일년 가까이 징역살이를 했었다. 그를 보면서 갑자기 궁금한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가장 고통스러웠거나 분노했던 건 무엇이었습니까?”
  나는 속으로 자유를 빼앗긴 감옥의 고통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하면서 물었다.
  
  “법정에서였어요. 방청객이랑 판사들이 있는데 검사가 나를 천하의 사기범으로 단정을 해 버리는 거에요. 온 몸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화가 치밀어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세상과는 떨어져 연구만 하던 저는 법 분야의 실정은 전혀 몰랐어요. 수재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나 판사가 되면 공정하게 진실을 파악하고 현명한 결론을 낼 걸로 믿었어요. 그런데 검사가 나를 사기범으로 단정을 하는 걸 보고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감옥으로 돌아와서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자살을 하고 싶었죠.”
  
  사회적 지도층에 있던 사람들은 누명을 쓰고 포승줄에 묶여 포토라인에 설 때 이미 그의 인격은 살해당했다.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떻게 그 순간을 이겨냈죠?”
  궁금해서 물었다.
  
  “감옥으로 접견을 온 변호사님을 만났죠. 변호사님의 짧은 한 마디를 듣고 아 세상은 원래 그런 거였구나 하고 눈이 열렸죠. 그리고는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나는 기억이 없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불공정한 거라고 했어요. '그 나이까지 모르셨습니까?'라고 내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세상의 불공정을 받아들이고 시작해 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어요.”
  
  그랬다. 세상은 불공정했다. 억울한 옥살이로 인생을 도둑맞은 인생도 봤다. 법관의 오판으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을 봤다. 검사와 판사가 인간 흉기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판검사 역시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고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솔로몬 같은 공정한 재판관일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편견과 고정관념 오해의 불공정한 세상이었다. 예수의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은 그 모든 것을 상징하고 있다. 그걸 쳐다보는 의미는 세상의 불공정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다음의 세계를 보라는 뜻은 아닐까. 불공정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때 새로운 눈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 2019-10-06, 21:0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1    2019-10-08 오후 4:10
불공정한 세상!!! 그런가!!!! ,그런 건가????, 하며 그냥 살아가기엔 뭔가 내가 초라하고 비겁 해 보여 넉두리로 불평 불만을 토로도 해 보는것! "주님의 뜻대로 하 시옵소서!!!" 십자가에 못박혀 날 강도와 같이 죽임을 당한 예수님의 마지막 말이 "삶"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이중건    2019-10-07 오후 8:30
맞아요. 죄가 있어서 죽나요. 전쟁때는 무고한 백성이 그냥 죽지요. 세상도 그렇구요. 불공정하면 싸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공정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살수밖에 없지요.
   정답과오답    2019-10-07 오후 4:38
불공정의 받아 드리면
세상이 불공정하게 될수 있을거 같은대요
불공정은 타파해야 세상이 공정하게 될수 있을거 같은대 아닌가요
허나 대한민국에서 살아 가려면
불공정도 받아 드려야 할거 같기는 합니다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