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못하는 동양의학
어느 날 법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집사람이 오래 앓고 있어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 화타 노인의 진료를 좀 받게 해 줘요.”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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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신동 골목에서 조그만 옷가게를 하는 여인이 있었다. 몸이 아팠던 그녀는 스스로를 고치기 위해 수지침 강습을 나갔다. 오랫동안 자신의 몸에 수지침을 놓다가 깨달은 점이 있다. 인간 전체를 핏줄이 그물망같이 감싸고 있었다. 보일러의 물이 파이프를 통해 잘 돌아야 방이 따뜻하듯이 사람도 피가 원활히 돌아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녀는 주변에서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할머니들을 보고 마사지를 해 주기 시작했다. 별 게 아니었다. 두 엄지손가락으로 아프다는 사람의 전신의 혈관을 눌러주면 모두들 시원하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피의 흐름이 원활하면 주변에 굳었던 근육들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침이나 다른 도구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누르는 행위는 법에 위반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손가락이 오그라든 육십대 말쯤의 여자가 소문을 듣고 그녀를 찾아왔다. 젊어서 농사를 짓다가 낫에 손가락을 베고 난 후 그렇게 손가락이 오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찾아온 노인의 오그라든 손가락을 매일 조금씩 주물렀다. 그 부위의 모세혈관에 피가 돌게 하려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오그라든 손가락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보름쯤 되자 손가락이 거의 정상이 됐다. 아팠던 사람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는 걸 보면서 그녀는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도 이웃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 얼마 후 삼십대 말쯤 되는 여자가 얼마 전 치료를 받은 노인의 딸이라고 하면서 찾아와 다짜고짜 다그쳤다.
  
  “아주머니 자격증 없이 한 거죠?”
  그녀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런 거 없는데 왜 그러죠?”
  “우리 어머니가 여기 와서 치료를 받았는데 손가락 뼈에 금이 갔대요.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었어요.”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 드려야 해요?”
  겁을 잔뜩 먹은 그녀가 되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돈으로 손해배상을 하셔야죠.”
  “얼마나요?”
  
  “오천만 원 주세요.”
  “그렇게나 많이요? 난 그냥 좋은 일 하려고 한 것뿐인데”
  “자격 없이 하신 거니까 의료법 위반으로 걸리면 벌이 엄할걸요.”
  
  이십년간 하던 작은 옷가게의 보증금을 다 빼도 그 돈을 주기에는 모자랐다. 그녀는 고소를 당하고 법정에 섰다.
  
  “무슨 자격으로 사람들을 치료하셨죠?”
  재판장의 질문이었다.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변호사였던 나는 딱한 사정을 법정에서 변론했다. 다행히 그녀는 관대한 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또 다른 의료법 위반 사건을 맡아 변호를 한 적이 있다. 기소가 된 사람은 백 세 살의 장병두라는 노인이었다. 그는 최고령의 한의로 화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 말 궁전에서 의관을 하던 사람에게 의술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신비한 인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환자들이 그를 찾고 있었다.
  
  2008년 6월 9일 휘경동의 허름한 연립주택의 온돌방에서 그를 봤다. 자그마한 덩치의 깡마른 노인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부부가 몇 시간째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고 있었다. 특이한 모습이었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환자의 등을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말한다.
  
  “병이 서른일곱 살 때부터 시작된 거여. 당 때문에 이제는 눈도 침침하지? 내가 고쳐줄 게 염려하지 말어.”
  
  백 살이 넘은 노인의 어눌한 말투가 오히려 신뢰성을 주고 있었다. 그 방에는 판사를 얼마 전에 그만 둔 황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의료법 위반 사건을 재판하다가 그만 대체의학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환자한테 자세히 얘기를 듣지도 않고 병을 맞추네요, 정말 이 할아버지 진단을 보면 귀신기가 있어요. 이게 동양의학의 신비성이죠. 그런데 이런 동양의학의 진수를 뭉개버려서 되겠습니까? 한국에서도 신화 같은 민중 의사들이 있어 왔어요. 그런 의사들이 조선시대부터 있다가 법 저쪽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 거죠. 의사, 한의사 면허가 없으면 진료도 할 수 없고 약도 줄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 서양의학 의사들이 못 고치는 병이 많은데 그 병을 앓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입니까.”
  
  진료가 끝나고 화타로 불리는 백 살이 넘은 노인과 얘기를 시작했다. 노인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머슴을 살았어. 밥만 얻어먹어도 황송했지. 머슴 다음에는 삼년 동안 미꾸라지 잡는 일을 했어. 그걸 잡으면 어머니가 장에 가서 팔아 그걸 쌀로 바꿔왔지.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엽전이 똥값이 됐어. 그때 조선 사람이 일본 순사 앞잡이가 되어 가지고 설쳤어. 일단 순사 앞잡이가 노리면 거기 걸린 사람은 모두 유치장에 들어갔어.”
  그는 살아있는 역사였다. 노인의 말이 계속됐다.
  
  “내가 그 다음은 먹고 살려고 사람들 손금을 봐 줬어. 그걸 공부하니께 시골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이 너도나도 손금을 봐 달라고 하더래니께. 밤새 잠도 못 자고 남들 손금을 봐 줬지. 그러다가 풍수 공부를 했어. 여기저기 산을 돌아다니면서 명당을 잡아 준 거야. 그러다 육경신 수련을 하게 된 거야. 그게 뭐냐면 경신일 잠을 자지 않고 하늘과 교통을 하는 거야. 그 능력을 얻으면 환자가 와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저절로 알게 되는 거지.”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그 노인에게 환자들이 구름같이 밀려들고 있었다. 어느 날 법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집사람이 오래 앓고 있어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 화타 노인의 진료를 좀 받게 해 줘요.”
  
  대법원의 직원이라는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제가 암을 앓고 있습니다. 그 노인이 지은 약을 먹고 싶습니다. 좀 도와주십쇼.”
  
  법관들은 앞에서는 처벌하고 뒤에서는 사정을 하는 현실이었다. 세상은 엄격하게 자격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구의학이나 한의과 대학병원에서 단정한 것만이 병일까?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나 한의사 자격을 딴 사람만 치료를 독점하게 하는 게 절대 선일까? 세상에는 과학으로 증명이 안 되는 여러 가지 병도 있고 큰 병원에서 치료방법도 대체의학의 여러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수십 년 한의원을 한 친구들은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무자격 침술사한테 침을 배우는 걸 보기도 했다. 무당들이 앓는 신병은 몸에 귀신이 들어와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읽히는 성경 속에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병을 일으키는 귀신을 쫓아내느라고 바쁘다. 정신과 의사들 중에는 그 분야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격증은 다른 면으로 보면 독점적인 밥그릇이다. 밥그릇 싸움 때문에 좋은 침술사들이 자격증을 얻지 못해 몰래 치료하다가 벌을 받기도 한다. 선한 일을 하다가 고약한 인간을 만나면 그들의 밥이 되는 것이다. 아픈 사람을 위해 선한 일을 했다면 법도 좀 더 넓게 치료행위를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여유로운 시각으로 그들을 봐 줬으면 좋겠다.
  
  
[ 2019-11-05, 13:5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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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05 오후 5:04
"진실 속에 양심이있다" 선을 악으로 갚는 자들도 진실은 알고 있다!!! 요지음 진실을 알고도 속된 욕심으로 썩어버린 지식인의 떼 놀음에 환멸을 느낀다!!! 세상은 이런건가 가 아니기 바라며 또 쓸쓸해진다!!!
   정답과오답    2019-11-05 오후 4:31
은혜를 원수로 갚는 더러운
영혼들이 흔해서 어려워 보입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인간수준으로 회복되는 날이
와야 하는대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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