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의 언사
文의 “일본은 우리 동맹국이 아니다”는 발언 사과 없다면 정상적 외교접촉은 끝나는 것이 보통

조원일(前 駐베트남 대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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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에서는 국제관례에 따라 서두에, “대사관은 주재국 외무성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통보하는 영광을 가집니다”라고 한 후에 본론을 전해야 하고, 말미에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외무성에 대해 대사관의 최고의 경의를 재확인합니다”라고 써야 한다.

따라서 최근 한일관계에 관한 우리의 외교소통은 다음과 같이 적었어야 할 것이다.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은 일본 외무성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알려드리는 영광을 가집니다.

최근 귀국 정부가 불화수소 수출과 관련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시킨 데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은 죽창가를 부르며 일본에 대항하여 싸우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도록 국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군함으로 일본해군을 격퇴한 경험을 되살리고 또 북한과 힘을 합치면 능히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불어 넣으면서 이와 같은 투쟁에 불참하거나 소극적인 사람들은 ‘친일파’, ‘토착왜구’라는 낙인을 찍어 불이익을 줄 것입니다.

우리는 또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도 11월22일 폐기하기로 결정했음도 아울러 알려드립니다.

이 기회를 빌려 한국대사관은 일본 외무성에 최고의 경의를 표함을 재확인합니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의 경제력, 국방력이 얼마나 강하고 미·일동맹이 세계 최고의 동맹임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외교관들은 이 외교문서를 일본 외무성에 발송하지 않고 미루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모두 알려진 이 사실은 서울의 일본대사관이 동경 외무성에 모두 보고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 거북한 사실들을 우리 대사관이 새삼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교부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수상을 면담할 수 있도록 주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우리 대사관은 다음과 같은 외교문서를 일본 외무성에 보냈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사관은 외무성에 경의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요청하는 영광을 가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3 회의 기간 중에 아베 수상 각하와 면담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대사관은 일본 외무성에 대하여 최고의 경의를 표함을 재확인합니다.>

이 문서를 쓰면서 우리 외교관들은 심한 자괴감을 느끼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국가의 존엄이나 개인의 자존감은 모두 내다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허탈해 했을 것이다.

만일 실제로 이런 외교문서를 우리 대사관이 일본 외무성에 보냈다면,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의 ‘최고의 경의 표명’ 등의 언사가 모두 허망한 거짓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 정상 간 면담이 내키지 않았으나 단 10분 만이라도 만나서 사진 한 장 찍게 해달라는 대사의 애걸복걸에 측은지심이 발동해 10분보다 1분 더 만나주어 우리 대사의 체면을 세워주었을 것이다.

외교는 전쟁을 예방하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각종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외교에 사용되는 언사는 문명적인 고품격 언사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확립된 관행은 ‘최고의 경의를 표명합니다’, ‘외교소통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는 표현을 문서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고 면담 시에도 그런 뜻을 시사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모욕적이거나 불경스러운 언사를 쓰는 것은 금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 동맹국이 아니다”고 한 것은 매우 모욕적 언사이며, 그런 언사를 사용한 후에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정상적 외교접촉은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 2019-11-08, 17:1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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