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민심이 밀쳐낸 사석(死石)일 뿐, 그 어떤 헌신의 모델도, 통합의 공로자도, 열린 보수의 전형도 결코 아니다. 유승민이 불출마한 까닭은 무엇이며 그걸 어떻게 봐야 할까? 이건 이미 지나간 이야기에 속한다. 그러나 그 결과 ‘보수통합’이라는 게 이루어지는 것까지야 물론 잘됐다 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유승민을 과연 자기 희생의 대단한 표양인 양 봐줘야 할지는 심히 의심쩍다. 그는 자기 희생적이라 불출마한 것이라기보다는 할 수 없이 후퇴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다.

그는 보수층 다수의 인심을 잃었다. 왜 이렇게 말하느냐는 생략하겠다. 그는 대구에서 출마해도 떨어질 것이라는 평이 있다. 필자는 이 평에 동의한다. 탄핵에 앞장섰기 때문에 탄핵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인심을 잃었다는 건 너무 자명한 이야기다. 그보다 앞서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할 때부터 이미 부덕을 드러냈다.

평당원이나 평의원도 아니고 원내대표라는 완장을 찬 사람으로서 국회 정당 대표연설을 하면서 유승민은 자기 당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사정없이 패대면서 상대 당의 원조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선 “높이 평가합니다”라고 했다. 이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을 할 때 할 소리가 아니다. 그러려면 더불어민주당으로 갈 것이지 왜 박근혜 새누리당에 있으면서, 더군다나 원내대표 직함을 가진 상태에서 당내 토론장도 아닌 국회 연설판에서 그런 신분에 맞지 않는 소리를 했나? 그 이유가 뭘까? 한 마디로 재승박덕의 소치다.

정당 원내대표 같은 보스는 공부만 잘해가지곤 안 된다. 학교공부는 보통이더라도 사령관, 지도자, 형님, 어른이 되려면 덕이 있어야 한다. 보수 정당 대표연설을 하면서 자기네 우파 당 보스는 깔아뭉개고 좌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치켜세운다? 이건 아니다. 그때 이미 유승민은 재승박덕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이 유승민의 사람됨을 너무나 잘 간파했던 것 같다. 그래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승민을 합작 파트너로 삼았을 때 “왜 하필 유승민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른바 중도통합을 한다면서 유승민 김세연 박형준 같은 이들이 전면에 나서서 왔다갔다 하는 광경 앞에서 ”그래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보수통합을 하려면 별 수 없는 것인가?“ 하며 많은 보수 국민들은 착잡한 심경을 누르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설령 못마땅하더라도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겠다면, 참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러나 유승민을 띄워줄 수는 없다. 그는 민심이 밀쳐낸 사석(死石)일 뿐, 그 어떤 헌신의 모델도, 통합의 공로자도, 열린 보수의 전형도 결코 아니다. 그저 ’얄팍한, 너무나 얄팍한…‘일 뿐이다. 유승민, 바이 바이(bye bye) !!

류근일/2020/2/1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