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적 의무 포기한 대통령의 책임
그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다른 판단을 내렸을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진중권(동양대 前 교수) 페이스북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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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거죠. 애초에 공직윤리의 문제였습니다. 그때 바로 물러났다면 이런 사달이 나지는 않았겠지요.
  
  우선은 청와대 참모들의 문제입니다. 조국씨 본인은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습니다." 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말로써 공직임명에서 '윤리'의 차원이 실종돼 버린 거죠. 대선의 부푼 꿈 때문에 그것을 검증해야 할 '윤리적 상황'이 아니라 돌파해야 할 '정치적 상황'으로 여긴 겁니다. 당시 윤건영 상황실장 역시 자신이 대통령께 임명 강행을 권고했다고 밝혔죠. 역시 같은 인식이었을 겁니다.
  
  둘째, 대통령의 책임도 작지 않습니다. 아무리 참모들이 그렇게 주장해도 대통령은 공화국의 수장으로서 '정의'와 '공정'의 기준을 사수할 윤리적 기능을 갖고, 그 기능을 발휘할 헌법적 의무를 집니다. 그것을 포기하신 거죠. 그래서 제가 '철학이 없다'고 비판하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다른 판단을 내렸을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바로 거기서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공직자의 윤리를 검증하는 과제가 국회를 떠나 엉뚱하게 검찰로 넘겨진 겁니다. 그러니 검찰이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고. 검찰청사가 있는 서초동이 졸지에 주전장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 반대편에서는 광화문에 모이고.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안이 정치적 성격을 띠면, 바로 논리가 아니라 쪽수의 대결이 벌어집니다. 물리적 갈등을 토론으로 해결한다는 의회의 기능마저 사라져 버린 거죠.
  
  문제는 그런 정치적 오판을 내린 참모들이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민은 둘로 쪼개지고, 지지율은 곤두박질 치고, 조국은 결국 낙마했지만, 그 정치적 오판의 대한 책임은 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윤건영씨는 국회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정권실세 행세를 하고 있지요.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얘기겠지요. 즉, 책임져야 할 자들이 실권을 쥐고 있으니 사후에 징계조차 안 되는 겁니다.
  
  임명 전날, 그쪽 사람들 중에 내가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표창장 위조사실을 알렸습니다. 나도 참 순진했죠. 그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했으니. 내 속만 까맣게 타들어갔고, 몇 년간 끊었던 담배만 다시 피우게 됐습니다.
  
[ 2020-06-30, 22:5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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