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식이 많고 머리가 좋은 분의 전화였다.
  
  “세상이 말기적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칠십 중반까지 살아온 내 경험으로도 그래요.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아요.”
  
  그는 뜬금없이 예언자같이 말했다. 명문고와 명문대를 나온 그는 고시도 행정·사법 양과에 합격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에서 학위를 따고 돌아왔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평론가이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되어 세계정세와 국내정치에 대한 예언자 노릇을 해 왔던 분이다. 지식과 지성으로는 그를 따를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남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느끼지 못하는 걸 느끼는 그는 항상 근심과 걱정이 많았다. 그는 높은 지식 때문에 행복한 것 같지 않았다. 그가 내게 그런 말을 할 때면 나는 터지기 직전의 화산 분화구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걸 알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차라리 “주님의 뜻대로”를 외치면서 걱정의 불을 꺼 버렸다.
  
  나는 젊은 시절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몇 년 일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의 연설자료도 쓰고 개인적인 심부름도 했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행복한 것 같지 않았다. 퇴임 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퇴임 후 그 대통령은 감옥으로 갔다. 그를 따르던 모든 사람들이 도망을 가고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옆에서 가까이 지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사형을 당할까 봐 공포에 휘말려 있었다. 대통령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 같지 않았다.
  
  십 년 가까이 서울시장을 한 박원순 변호사와 오랜 인연을 가져왔었다.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사회운동가로 이름이 우뚝 서는 순간 그는 신(神)같이 떠받들어졌다. 이미 자유롭지 못해 보였다. 그가 천만 명이 넘는 시민이 사는 서울시장이 됐다. 그는 서울을 자기의 뜻대로 만들 수 있고 자기의 결정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시장이 된 보람이라고 자랑했다. 일을 열심히 하다가 과로사로 저 세상으로 가는 게 자기의 꿈이라고 농담같이 말했다.
  
  그렇지만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기자단이나 의회 의원들을 보면 불쾌해진다고 했다. 대부분이 비평과 비난이기 때문이었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그는 나에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말을 타면 달리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인 것 같았다. 자기가 입은 왕의 옷 같은 무대의상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친한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갑자기 집을 나가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미투에 관여된 것 같다는 간단한 추측을 덧붙였다. 나는 그에게 죽지 말라는 핸드폰 메시지를 보냈다. 소심한 그는 그쪽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날 밤 그가 시신(屍身)으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남들이 만들어 준 마네킹 같은 우상을 그는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대인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믿음의 조상인 다윗과 솔로몬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인간이란 죄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기 마련인 면도 있다. 무거운 이름을 감당치 못하고 시장은 죽음으로 도피한 것 같았다.
  
  변호사를 해 오면서 여러 명의 재벌 회장들을 보았다. 그들은 영화나 드라마 같이 그들은 귀족도 아니고 화려해 보이지도 않았다.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가진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한없이 비굴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성(城)을 지키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경계하고 의심했다. 나는 지위가 높은 사람, 재벌, 지식이 많은 사람들을 봤다. 그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 아닌 걸 알았다. 제각기 고민이 있고 그걸 없애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람은 모두 남의 행복을 부러워하면서 자기 자신은 행복하다고 믿지 않는다. 재벌들은 재산을 빼앗길까 두려워 한다. 권력자는 자리를 유지하려고 전전긍긍한다. 공허하고 공허하다. 모두가 헛되다. 정말 행복한 사람이란 누구일까? 지위도 돈도 없으면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남과 비교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성령을 받은 사람이 바로 그렇다는 생각이다. 전류 같은 하나님의 기운이 필라멘트 같은 사람의 영(靈)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삶이 환해 지면서 행복해진다. 하나님은 그런 행복을 믿는 사람에게 주신다는 생각이다.
  
[ 2020-08-09, 21: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이중건    2020-08-10 오전 10:11
말씀같은 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