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조지 테닛.

폭풍의 한복판에서

조지 테닛 지음｜이남규 옮김｜조갑제닷컴

618쪽｜1만8000원

9·11 테러가 터진 다음 날인 2001년 9월12일 조지 테닛 미(美)CIA국장은 아침 일찍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비서실 간부들이 근무하는 웨스트 윙으로 걸어가던 그는 그 건물에서 나오던 신보수주의 운동의 대부 리처드 펄 국방정책회의 의장과 마주쳤다. 펄은 다짜고짜 '이라크는 어제 사건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놈들에게 책임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보의 총책임자인 자신도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CIA국장을 지낸 저자가 회고록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2007년 미국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논란이 됐던 바와 같이 테닛은 9·11의 이라크관련설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변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관심은 全세계 테러리스트 및 이들을 은밀하게 후원하는 국가들과 그것을 막기 위한 CIA의 숨 막히는 공방전이다. 또 제한적이긴 하지만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9·11에서 아프간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 핵심권력층의 동향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특히 백악관과 CIA가 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계획에 대해 오판을 하게 됐는지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실상과 관계없는 권력층 내부의 치열한 암투 때문이었다는 것이 테닛의 주장이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된 정보도 주목할 만하다. 파키스탄의 핵개발 기술이 알카에다로 넘어가는 것은 저지했으나 우라늄 농축기술과 시설은 이미 북한 등에 넘어갔다는 사실, 소련 해체시기에 핵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의 암시 등이 대표적이다. 추리소설보다 더 재미있다. (이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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