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체적 文筆 수준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언론사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표 신문이라는 朝鮮日報도 그렇다. 25
일, <천황과 일왕>이라는 기사는 대표적 例다.

우선, 기사를 다 읽었는데도, 도대체 기자가 무슨 의도
로 썼는지 感이 안잡힌다. 마치, 독자들이 심심할까봐
'무슨 의도로 썼는지 맞춰 보시라'며 약을 올리는 것
같다.

기사의 초반은, '한국인이라면 일왕으로 불러야 마땅하
다'는 주장을 편다. 그렇다면 이하 내용은, 일왕으로 불
러야 맞다는 당위성 같은 것이 나와주어야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텐데, 기사 내용은, 오히려 이렇게 맺는다.

<일왕을 일왕이라고 부른다고 우리가 강해지지 않는다.
일왕을 천황이라 부른다고 우리가 낮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고로 미국은 '엠퍼러(emperor)', 중국은
천황, 대만은 천황·일왕을 섞어 쓴다. 태평양전쟁 때 쑥
밭이 된 베트남 외교관이 "옛날은 모르지만 지금은 정부
도 언론도 '냐부어녓반(일본 황제)'이라고 쓴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외교관이 "우리도 '마하라자 주폰'이라고 쓴
다"고 했다. "'마하라자'는 황제, '주폰'은 일본이에요.
태국은 왕이니까 그냥 '라자'(왕)입니다.">

한 마디로 左로 시작해서 右로 끝났다. 그야말로 우왕좌
왕이다.

일부 표현은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초반부에 <일본
제국주의 35년은 우리에게 지옥이었다. 피해국이 만족할
만큼 반성도 안 하면서 언감생심 황제라 한다.>라고 썼다.
그런데, <피해국이 만족할 만큼 반성을 안 했다는 것>과,
<일본이 황제 표현을 쓰는 것> 간에,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나? 타국을 향해 반성을 제대로 안했다면, 자기 나라 안
에서 자기들이 쓰고 싶은 표현도 마음대로 쓰면 안된다는
국제법 같은 것이라도 제정되었나?

<일본 제국주의 35년은 우리에게 지옥이었다.>라고 했는
데, 적어도 기자라면, <그 전에는 지옥이 아니었는데, 일
본 때문에 지옥으로 변했다. 지옥의 증거는 이런 것들이
있다>는 식의 최소한의 논리 구조와 그에 따른 최소한의
사례는 제시해 주어야, 글의 진실성(리얼리티)이 느껴질
것이다.

<지옥>이라고 말들은 많이 하는데, 실제(Fact)는, 당시
<인구증가>와 <수명연장>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기본
이 되어있는 기자라면,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지
옥이라고 하면서, 왜 인구는 증가했고, 왜 수명은 길어
졌나?>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논리적으로 타당한 해답
을 제시해 주는 역할쯤은 맡아주어야 할것이다. 기자는,
<지옥인데도, 인구가 증가하고 수명이 길어진 奇현상>
에 대한 호기심이나 의문 같은 것도 전혀 없는 모양이다.

만약 그렇다면, 기자로서 자격미달이다. 왜냐하면, 매사
에 호기심이나 의문을 품는 자세는, 기자로서 기본의 하
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바쁜 시대에, 독자는 신문에서 '사춘기 시절의 투정
같은 표현'이나 읽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음을 신문사는
좀 알아주었으면 한다. <일본 제국주의 35년은 우리에
게 지옥이었다. 피해국이 만족할 만큼 반성도 안 하면서
언감생심 황제라 한다.>라는 식의 표현은, 초등학생, 커
봐야 중학생 같은 애들의 백일장에나 등장할 법한 '非논
리적이며 피상적' 표현에 불과하다.

안그래도 더운 날씨인데, 좌에서 시작해 우로 끝나는 이
러한 우왕좌왕式 기사 같은 것을 읽고, 짜증이 올라올
독자의 심정도, 조선일보 데스크는 헤아려 주었으면 한
다.

미흡한 기사 보완시키고, 심하게 미흡한 경우는 아예 퇴
짜 놓는 것이 원래 데스크의 임무 중 하나 아닌가? 다른
신문이라면 기대도 안한다. 한국 대표 신문이라니까 그
나마 기대하는 것이다. 朝鮮日報 데스크는 적어도, 놀고
먹는다는 소리는 안들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