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해제 된 라인하르트 겔렌 관련 美 정부 자료

라인하르트 겔렌(Reinhard Gehlen)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방첩부 소련관계 책임자로 히틀러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쟁 기간 중 독일 육군참모본부 제12과장으로 부임한 그는 소련의 공격 정보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겔렌은 전쟁이 끝나자 이것을 이용해 미국이 점유하고 있던 병력 처리에 대한 협상카드로 활용했다. 1944년 겔렌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문서를 마이크로필름화해 강철 컨테이너에 보관했다. 미국에 들어간 겔렌은 그곳에서 주요 정보 관리들과 친분을 맺었고, 소련과 동유럽에 대한 정보 공작을 수행할 것에 합의했다.

OSS의 후신인 CIA는 나치 요원을 배제한다는 조건으로 겔렌을 지원했는데, 그는 약속을 어기고 이들(나치주의자)을 멤버로 포섭하고 게슈타포 등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랍게도 CIA는 이를 알고도 눈감아 줬다고 한다.

이는 독일의 연방정보부(BND)의 전신이 되는 ‘겔렌 조직(Gehlen Organization)’이 창설되는 단초가 됐다. 겔렌 조직은 1956년 2월 연방정보부로 명명되어 수상실 소속으로 배치됐고, 1956년 4월 독일연방공화국 연방정보부로 공식 출범했다.

이후 겔렌은 1968년까지 정보부 총책임자로 재임하며 對소련 첩보활동을 지휘했다.

[참고자료] '페이퍼클립' 작전의 비밀

전후 미국의 항공우주공학이 발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나치 과학자들의 도움이 지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美 정보당국은 나치(NAZI)가 개발 중이던 최신 무기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 무기들은 가변익(可變翼) 항공기,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신종 생화학 무기 등으로 당시 미국의 기술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던 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2차 대전 말기 다수의 독일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비밀작전을 수행하는데 이것이 바로 ‘페이퍼클립 작전(Paperclip Operation)’이었다.

페이퍼클립이라는 명칭은 미국으로 이송될 나치 과학자 및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의 서류를 페이퍼클립으로 표시해 놓은 데서 유래했다. 이 작전의 목표는 당시 소련보다 한 발 앞서 독일의 첨단 과학기술(人的자원 포함)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NASA의 공식기록에 따르면 페이퍼클립 작전이 진행되면서 총 642명의 ‘외국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폰 브라운 박사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나치 과학자 132명은 단일 그룹으로 최다 규모였다고 한다.

페이퍼클립 작전을 최종 승인한 인물은 트루먼 대통령으로 “나치당 당원이었거나 나치 활동에 명목상의 참가 그 이상의 열성을 보인자, 혹은 나치즘이나 군국주의의 열성적인 지지자는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트루먼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 사항은 페이퍼클립 작전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미국의 전쟁부(War Department)의 합동정보목적국(JIOA)은 독일에서 사로잡은 과학자들에 대한 서류를 취합, 미국 비자 심사를 위해 국방부와 사법부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들 서류에는 비자 심사 대상이었던 독일 과학자 대부분이 ‘열렬한 나치주의자’로 나타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비자 발급은 거부됐다. 이에 대해 당시 JIOA의 국장 보스케 웨브(Bosquet Wev)는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 ‘이미 죽은 나치의 망령을 다시 한 번 죽이는 쓸데없는 노력’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과학자들이 이제까지 나치와 손잡고 한 행동 혹은 이들이 여전히 나치에 품고 있을지 모를 동조 의식보다 훨씬 더 중대한 국가 안보의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JIOA를 포함한 美 정보당국은 웨브 국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독일 과학자들의 비자 발급에 방해가 되었던 이들의 과거전력을 대부분 수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필재/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