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었던 불교 관련 서적에서 한 승려가 했던 말이 있다.

“천국과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인간을 교화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는 아무도 모름.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

성경의 첫 장 ‘창세기’는 만약 인간이 거대한 권위자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낙원(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현대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우리에게 그런 일(추방)이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애를 쓴다.

문제는 이들 전문가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받은 경제학자의 수는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제 위기가 일어날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사람이 없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붕괴할 때도 그 결과가 어떻게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고 신용 부도 스와프의 붕괴를 거쳐 경제 위기로까지 확대될지 예언한 사람이 없었다.

신빙성 있는 증거나 다른 경험 많은 사람들의 의견보다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들의 주장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관을 잃고 부주의해진다. 그리고 심지어 이치에 맞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도 전문가의 말이라면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같은 경향을 행동심리학 용어로 ‘권위자 편향(Authority bias)’라고 한다.

독일의 경제학자 롤프 도벨리에 따르면 수십 년간 발생했던 많은 항공기 사고를 조사한 결과, 원인은 대부분이 기장의 실수를 동료 비행사가 알아차리고도 지적하지 않는 데 있었다고 한다. 부기장이 순전히 권위자에 대한 믿음 때문에 기장에게 조언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모든 항공사는 15년 전부터 ‘승무원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승무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오류들을 관리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불합리한 일을 보면 솔직하게 곧바로 말을 하도록 배운다. ‘권위자 편향’을 떨쳐내도록 훈련을 받는 것이다.

롤프 도벨리는 어느 시대든 그때마다 여러 종류의 권위자들이 있었지만 어떤 권위자들도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늘 옳은 판단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던 간에 전문가들의 주장을 의심해보고 반론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