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경영학자이자 행동심리 연구가인 롤프 도벨리의 저서인 《The Art of Thinking Clearly》를 읽고 있다.

인간이 빠질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 오류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더 좋아지지기 전에 더 나빠지는 함정’의 오류가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내용인 것 같아 소개한다.

‘더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지는 함정’은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너무 얕거나 거의 없을 때 빠지게 된다고 한다.

일례로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대통령으로서 앞으로의 몇 년은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더 꽉 조이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힘든 시기가 지나가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약속한다. 여기서 대통령 자신은 이 깊은 눈물의 골짜기가 앞으로 얼마나 깊고 오래도록 이어질지는 확정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미뤄놓는다.

이러한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기독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종교이다.

기독교에서는 지상에 천국이 오기 전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지진, 홍수, 세계의 화재, 죽음 등은 신이 설계한 거대한 계획의 일부이며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 신자는 상황이 매번 나빠질 때마다 그 예언이 입증된 것으로 인식하고, 반대로 좋아질 때마다 신의 선물로 인식하게된다.

롤프 도벨리는 “자연의 섭리를 섣불리 예언으로 결론짓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는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가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는 전문가의 예측을 믿고 지켜볼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조치를 취하고 그에 따른 효과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침체기에 더욱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 기업, 국가가 내리막길에 들어섰더라도 하늘만 올려다 보지 말고, 가능한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며 반등할 수 있는 지점에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이다.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