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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孤獨死)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일본 노인의 사체.

■ 한국사회는 점점 ‘정상’이 ‘非정상’으로 취급받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늘 그렇듯이 시절이 하수상할 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편이다. 이도저도 싫으면 자신이 갇혀 있는 ‘매트릭스(matrix)’를 탈출하는 수 밖에 없다.

제정신 가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해 새로운 공부를 하거나,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꿈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凡事에 감사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인내할 줄 알기 때문이다.

筆者의 경우 좋지 않은 상황이 오면 의식적으로 ‘내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탓을 하게되면 문제해결도 불가능하고 타인을 미워하는 버릇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상황을 못 참고 데모를 하는 사람들을 ‘좌파적 인간형’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세대에게 戰爭은 최선의 대안인가?

6.25전쟁을 겪으며 어렵게 살아온 기성세대가 취업이 안 되어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전쟁의 폐허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너희는 왜 못하느냐’고 핀잔을 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얘기가 이정도로 가면 ‘세대 간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돌파구는 6.25와 같은 ‘전쟁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하루에 한 끼도 먹기 어려운 ‘극한 상황’을 만드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의 과정이 아니다. 

일례로 2차 대전의 발발 원인을 독일, 일본, 이탈리아의 팽창욕구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1929년 대공황으로 발생한 유효 설비를 파괴한 전쟁으로도 재해석하는 학자도 꽤 많다. 산업혁명 이후의 전쟁(6.25 포함)은 대부분 생산력을 파괴시키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전쟁이 끝나면 투자가 늘면서 바로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기성세대는 좋은 지도자(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를 만났다. 즉 運도 따랐던 것이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얻은 것도 많은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 건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을 써온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쓴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등장한다.

<현재 일본은 생계형 범죄부터 아사, 자살까지 광범위하게 사회와 격리된 죽음이 목격된다. 공통점은 ‘외로운 죽음’이다. 소위 고독사(孤獨死)다. 주요언론은 이를 ‘無緣社會’의 확대로 이해한다.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 연간 3만2000명의 고독사가 보고된다. 아무도 모르게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다. 후지와라 토모미가 《폭주노인》이라는 책에서 썼듯이 외로워진 노인들에 의한 사회범죄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같은 노인그룹이라 해도 여성고령자가 문제다. 돈 없이 장수하다 보니 극빈층의 상당 부분이 여성의 빈곤문제로 압축된다. 메이지대학 실태조사를 보면 독거가구의 80%가 여성이며, 이 가운데 생활보호기준에 상당하는 연 150만 엔 이하가 30%를 차지한다. 이들 중 그나마 정부의 생활보호를 받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중략) 2020년이면 연금을 받는 인구가 전체의 30% 전후까지 치솟는다. 고령인구 3600만 명 시대의 개막이다. 반면 이들을 떠받칠 젊은 세대는 급감하는 추세다. 지금은 현역 3명이 노인 1명을 떠받치고 있지만 2050년이 되면 1대 1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고독사의 다양한 원인/와세다대학 보고서

전영수 교수의 지적을 살펴보면 더 이상 일본 사회의 현실을 정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도 어렵지만 미래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일본인은 대개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재정 악화로 연금과 의료비 지원은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인구감소를 촉진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 인구 동향의 특징은 출생자 감소, 결혼 연령지연, 1인 가구 증가, 이혼율 상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日本의 나쁜 상황을 그대로 닮아가는 韓國

2010년 기준 일본인들의 생애미혼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남성은 20%, 여성은 11%나 된다. 더 이상 일본 사회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 불안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의 상황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5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고독사한 사람만 124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2014년)보다 무려 30%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40~50대 남성이 38.8%인 483명으로 연령과 성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65세 이상 남녀 무연고 사망자가 31%인 385명보다 많다.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도 49.6%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이는 OECD 평균 12.6%의 4배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고독사의 근본적 예방책을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 강화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예산을 늘리자고 하면 대체적으로 保守세력은 경기(驚氣)를 일으키는데, 노인 고독사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 젊은 시절 나라를 떠받쳤던 세대를 홀대하지 않고 잘 보살펴주는 것도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계속)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