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선후보 TV토론회의 히트작이 호텔경제학이었다면, 2차 토론의 화제는 이재명의 들통난 부정선거론 거짓말과 이준석을 향한 훈계질이었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이준석과 이재명 사이의 공방을 담은 KBS의 동영상은 토론 후 10시간도 지나지 않아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영상 속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질문에 동문서답, 시간을 끌면서 꼰대식 훈계를 늘어놨다. 2033년이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30조 적자인데, 대체 무슨 돈으로 간병비 지원을 하겠다는 거냐는 질문에 이재명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호텔경제학에 이어 이번에도 이재명 공약이 갖고 있는 재정 만능주의, 재원 마련대책의 부실함이 잘 드러난 대목이었다. 

이준석의 거듭 파고드는 질문에 답이 막혀버린 이재명 후보는 느닷없이 이준석의 태도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말을 왜곡, 짜집기한다, 대화가 아니라 시비를 건다 등 ‘젊은 사람이 말이야~’식 지적으로 이준석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낭비하더니, ‘그러는 당신의 대안은 뭐냐’며 거꾸로 이준석에게 역질문을 했다. 해프닝과도 같았던 그날의 장면은 이랬다.

이준석 : 간병비 관련해서 결국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을 내셨는데, 간병비 중요하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15조 든다고 합니다...지금 추계에 따르면 2033년이 되면 구조적으로 마이너스 30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데, 15조 정도의 추가적인 간병비 혜택이 들어가면 재원 마련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때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매년 최소 15조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 전액이 다 든다고 생각하는 것 전제가 좀 잘못됐다. 우리 의료 재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간호, 간병을 복합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대상자나 질병, 재정 여건에 따라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양 병원도 간병 지원을 해야겠다고 해서 정부도 지금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이준석 : 허용되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하시는데, 말했다시피 마이너스 30조 정도의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허용되는 범위라는게 무엇인가? 당연히 복지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지만,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것인데, 혹시 지금 건강보험이 지출되는 것 중에 방만하게 운영된다고 지적할 만한 게 있는가? 

이재명 : 의료 보험 재정 지출 중 의료 쇼핑 같은 거 있지 않나. 경증인데 무조건 병원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조정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 부분 지출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통제들을 좀 하면 상당 정도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까지 이재명 후보의 답변은 나름 성실했다. 그런데 이준석 후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이준석 : 그렇게 해서(의료 쇼핑을 막아서) 줄일 수 있는 게 보통 2조~3조원 정도라고 한다. 1년 중 365회 이상 외래진료 하는 의료쇼핑자들은 이미 제도가 개정돼 자부담률이 90%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그런 것 말고 현실적인 재정 대책이 있는가.

이재명 : 그게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 2~3조 규모라니까요.

이재명 : 그거라도 크지 않는가

이준석 : 15조 한다면서요.

이재명 :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본인이 주장했지.

이준석 : 그러면 몇 %까지 지원하실 생각입니까.

이재명 후보는 여기서부터 이준석 후보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얘기를 왜곡한다며 훈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간병비 지원에 들어가는 15조는 보건복지부 등이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등장하는 지출 규모다. 간병비 지원을 약속한 후보가 당연히 소요예산 규모는 알고 있을 것이라 전제한 것.

15조가 들어가는 간병비를 지원하는데 이재명 말대로 의료 수요를 통제하더라도 2~3조 정도이므로, 나머지 금액은 어디서 마련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디테일한 질문에 답이 막힌 이재명은 묻는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태도에 대한 지적으로 시간을 쓴다. 이준석에 대한 나름의 회피전략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 자 이준석 후보의 특성인 것 같은데, 상대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걸로 전제를 해서, 15조는 본인이 주장한 것이고, 저는 그 중에서 일부를 절감하고 필요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겠다고 말씀 드린건데 15조를 어떻게 마련하겠냐고 하면 안되는 거죠.

이준석 : 마이너스 30조인데 어디가 여유라는 것인지 설명해 주셔야죠.

이재명 : 잠깐만요. 시간이..다시 30초 쓸까요. 

이준석 : 제가 보충 질문하는 겁니다.

이재명 : 규칙을 좀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가능하면?

이준석 : 얘기하십시오.

이재명 : 시간이 끝나버렸네.

사회자 : 계속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재명 :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양보하고 조정하고 타협을 하는 과정인데 상대가 하는 말들을 왜곡하거나 특정 부분을 빼서 짜깁기하거나 이렇게 해버리면 그거는 대화하는 게 아니라 사실 시비를 건다고 한다. 그런 것들은 좀 안 하면 좋겠다. 저는 건보재정이 좀 어렵다.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저는 낭비적 요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15조를 만들래’라고 물어보면 안 된다. 

이준석 : 건강보험 재정에서 이미 2033년까지 마이너스 30조가 예정되어 있고, 입원료 기준으로 만약 40%의 자부담률을 가정한다고 했을 때 나머지 60% 정도는 지원일테고, 그러면 15조원 중 최소한 9조원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일텐데 그 퍼센트를 얘기 안 한다는 것은, 어떻게 얘기해도 말씀하신 계획에 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큰 상황이다. 이미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제가 질문드리는 것은, 그렇다면 '건강보험료를 그에 걸맞게 많이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는가'라는 것인데, 올려야 되나?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고 시비를 건다는 식의 훈계를 반복하는 이재명 후보의 모습은 이날 토론회 내내 반복됐다. 김문수 후보를 향해서는 계엄·내란 세력이라며 잘 공격하던 그가 이상하게 이준석 앞에만 서면 꼰대가 되었다. 이준석이 질문 내용을 압축해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하냐’며 던진 마지막 질문에도, 이재명은 훈계로 응수했다. 

이재명 : 그전에 이준석 후보는 언제나 그렇다. 문제 지적을 과잉되게 왜곡되게 지적을 막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안은 뭔가? 어떻게 하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건강보험료를 안 올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필요할 땐 올려야 할 때도 있겠죠.

이준석 : 아니 제 주도권 토론인데, 저에게 역으로 질문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룰상. 

이재명 : 질문도 답의 일부에요. 토론이 쉽지 않다. 중간에 좀 안끼어 들면 좋겠다.    

이준석 : 결국 제가 지금 질문드린 것에 대해 답은 안 하시고, 결국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야 된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저에게 훈계하듯이 말씀하시면서 끝났다. 이게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가 재원 마련 대책 하나도 없이 이런 것들을 계속 열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는 말씀 드린다.

한두번도 아니고 거듭 태도를 지적하는 이재명의 훈계는 여러 '짤영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다. 1차 토론회 직후 ‘호텔경제학’의 수많은 패러디가 등장한 것처럼, 이날 공방을 두고도 많은 조롱이 쏟아졌다. 하나만 보자.

“자기소개 1분 해보세요”

“면접관님 한번 해보시죠”

“본인이 대답하셔야죠”

“질문도 대답의 일부입니다”

대선토론의 흥행 보증수표는 이준석 후보라는 사실이 2차 토론회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자칫 식상한 인신공격,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수 있었던 토론회가 이준석의 존재로 겨우 공약 검증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AI산업 100조 투자, 주4.5일제, 풍력발전 기반 데이터센터, 기본소득, 연금개혁 등 그럴듯하게 포장된 공약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은 이준석이 유일했다. 그를 통해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된 유권자들은 그의 존재를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확실히 이번 대선의 키 플레이어는 기호 4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