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폐제조 능력 없다는 물적증거 제시해야” - 버시바우 대사
2006.02.15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15일 북한은 위조지폐를 만들 능력을 상실했다는 물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국제 돈세탁 방지 노력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후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입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불법활동이 재발되지 않고 완전히 중단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슈퍼노트, 즉 정밀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물적 증거’(physical evidence)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날 남한의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미국은 북한의 위폐제조 등 불법활동이 북한의 국영기업이나 국영단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물적 증거’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9일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몇가지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 행동으로 북한이 수입한 위폐 인쇄기와 특수잉크를 인터폴이나 유엔에 반납하는 일을 꼽았습니다.

Larry Niksch: For example, would the North Koreans be willing to turn over to either to United Nations or perhaps Interpol, the printing equipment and the imported ink, (we know they have been using to produce this counterfeit currency.

또 당시 닉시 박사는 북한의 위조담배 공장과 위조약품 공장을 믿을만한 관련 단체에 공개하고 폐쇄시키는 행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북한의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선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버시바우 대사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북한 정권 아래서 북한 인권개선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전문가들조차도 현 북한 지도부를 설득해 북한의 진정한 정치경제적 개혁이 가능할 지 의문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버시바우 대사는 탈북자의 미국 내 정치 망명은 지난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으로 가능하게 됐다면서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가 있다면 유엔 고등난민판무관실, 또 관련국 등과 협의해 이 과정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탈북자 대다수가 남한에 재정착하기를 바란다면서 대규모로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남한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탈북자들을 북한에 강제 송환시키고 제3국 이동을 어렵게 하는 중국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버시바우 대사는 오는 4월 북한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김대중 전 남한 대통령을 최근 만나 미국의 목적은 북한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오마이뉴스 측에 말했습니다.

Vershbow: Our aim is not to topple the regime in North Korea, even though we have lots of concerns about the policies of that regime.

그는 비록 미국은 북한 정권의 정책에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협상을 통해 북한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북한의 개혁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남한의 이태식 주미대사도 15일 미국은 북한의 위폐 제조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령 북한이 위폐제조를 중단했다면 언제, 또 어떻게 그 불법행위를 그만두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