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전쟁 기념관에는 귀한 전시물이 있다. 지금도 美공군에서 전략폭격기로 사용하고 있는 B-52가 바로 그것이다.

B-52는 보잉사에서 만들었다. 1955년부터 모두 742대가 생산됐다. 총 길이 47.7미터, 최대 폭 56.4미터, 최대 높이 12미터에 이륙중량은 211.3톤에 달한다. 최대 31.3톤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그 엄청난 규모 때문에 별명도 공중요새(Stratofortress)다.

조종석 정면에서 바라본 B-52. 거대한 크기 때문에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순항 속도는 음속의 0.77배이며 최대 속도는 음속의 0.95배다. 최대 항속거리가 1만6765㎞로 재급유 없이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 B-52는 1948년 개발에 착수해 1955년 실전 배치됐다. 그 후 여러 번 개량을 했고 지금은 H형을 사용 중이다. 레이더에 반사되는 기체의 표면적(RCS) 크기도 초기에는 1000㎡ 였지만 현재는 개량을 통해 10분의 1 미만으로 줄었다고 한다.

B-52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전시물이다.

이 폭격기는 월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 모두 참전했고 지금도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다. 美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서 “할아버지도 B-52 조종사, 아버지도 B-52 조종사, 나도 지금 B-52 조종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수하고 있는 비행기이다.

B-52의 착륙 장치(랜딩 기어) 속을 보고 있는 관람객. 구경하는 사람과 바퀴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폭격기가 유명해진 것은 월남전 당시의 ‘北爆(북폭)’ 때문이다. 월남전 당시인 1965년 2월부터 월맹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北爆(북폭) 기간 동안 B-52 폭격기 편대는 72시간 동안 교대로 ‘융단폭격’을 한 적이 있었다. 융단폭격이란 폭격할 지역을 융단을 깔듯 빈틈없이 초토화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B-52의 꼬리날개 부분. 원래는 50구경 기관총 4문이 장착돼 있었다. 현재 사용하는 B-52H형에는 20mm 발칸이 장착돼 있다.

현재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 전시된 B-52는 D타입으로 월남전 당시 사용하다 퇴역한 후 미국 아리조나주 투산에 보관하던 것을 가져온 것이다.
B-52를 국내에 들여온 사람은 초대 전쟁기념관장을 지낸 故이병형 장군(육사 4기)이다.

故이병형 장군은 함경남도 북청 출신으로 1947년 육사 4기로 임관해 6·25전쟁 당시 대대장과 연대장으로 참전했으며 1사단장, 육본 작전참모부장, 5군단장, 합동참모부장, 2군 사령관을 역임했다. 육군 전략뿐만 아니라 해·공군 전략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돌고래급 잠수정을 만드는 데에도 큰 힘이 되었던 분으로 알려져 있다. 故이병형 장군은 2003년 9월23일 77세로 별세했다.

이 B-52가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병형 장군이 전쟁기념사업회장을 맡던 당시 “전쟁 기념관에 전시를 하려 하니 B-52를 기증해 달라”고 미국에 부탁하자 美정부에서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B-52 자체가 핵폭탄을 운반하는 전략 핵무기이기 때문에 해외 반출을 위해서는 소련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미군 지휘부 일부에서는 한국이 B-52를 요구하는 의도에 대해 의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병형 장군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미국 측을 설득했고 결국 내장 설비를 모두 제거한 후에야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 이외의 지역에 B-52가 전시된 곳은 영국 덕스포드에 있는 영국 왕립 공군박물관과 우리나라 용산전쟁기념관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