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느닷없는 改憲 도박은 첫날에 이미 승부가 났다. 국민들이 속아주지 않은 것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改憲논의는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개헌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가 없이는 밀어붙이기가 어려웠다. 찬반이 반반 정도로써는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절대로 해선 안된다. 이는 사리에도 맞다.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려면 절박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이 낫다는 확신이 없이 막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이사라는 모험을 해선 안된다. 그런 確信과 確證 없이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간 첫날부터 '아, 여기 와 보니 아파트 생활이 좋은 면이 많았고 단독주택이 불편한 점이 많군'하고 후회하는 꼴이 된다.

密室결정은 항상 이런 실수를 낳는다. 권력자가 자기편끼리만 모아서 논의하고 결정하면 항상 세상 民心과 유리된 獨斷을 한다. 노무현씨 같은 좌파는 가장 무능한 인간조차도 자신이 善하다고 생각하는 아집분자들이므로 독선과 독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충수를 연발하다가 망하는 수가 많다.

이번엔 노무현씨에 대한 국민들의 절망과 불신이 그의 제안을 무조건 의심하게 만들었다. 연말 平統망언이 그에 대한 불신을 굳혀버린 결정타였다. 그가 하는 말을 절대로 믿어선 안된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국민들의 반 이상이다.

집권당도 노무현식의 이 느닷없는 改憲도박을 총대 메고 밀고나갈 수 없을 것이다. 여론이 따라주지 않고 국회를 통과할 리도 없는 게임에 매달리다가 표를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自中之亂으로 이어지면 노무현씨는 우습게 된다. 그는 언론과 여론에 '되지도 않을 일을 밀어붙이는 동키호테!'로 비쳐지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이 黨의 유력 대통령후보群도 모두 반대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씨는 黨과는 별도의 여론형성력이 있다. 이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어용방송들도 이번엔 탄핵사태 때처럼 선동기관役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편파방송은 하겠지만 도가 지나치면 民心과 차기정권의 보복을 당한다는 계산을 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도 4년연임제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노무현 같은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는 길을 차단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이 깽판을 쳐도 헌법만 바꾸면 세상이 좋아진다는 것은 망상이다. 그런 망상은 노무현류의 엉터리 관념론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균형자론'을 들고 나오면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강대국들을 갖고노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착각한 것과 같다. 세상을 미워하고 가벼이 보면서 密室에서 음모한 자의 패퇴가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다.

조선일보-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래도 올해중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약28%라고 한다. 노무현의 平統망언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약28%였다. 盧씨를 지지하거나 盧씨의 말에 속아넘어가는 이 28%의 유권자들과 盧씨를 극도로 미워하는 약70%의 유권자들이 만들어가려 하는 대한민국은 天地차이로 다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 두 개의 코리아를 어떻게 하나의 국민국가로 아우르면서 걸어갈 것인가? 대통령은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경멸해온 노무현은 이제부터 그 민주주의의 보복을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