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황 발생 땐 협정개정 요구”

한 총리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미국과 체결한 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협상단이 “재협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다”라고 한 수동적인 태도를 완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한 총리는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96개국 국민들이 함께 먹고 미국에 사는 250만 우리 동포와 11만명의 우리 유학생들도 먹지만 아직까지 미국에서 사람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무엇 때문에 우리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하겠냐”며 “외국과의 어떠한 협상에서도 우리 국민의 건강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도 반응을 보였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5월 12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한승수 국무총리가 한국민의 건강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미국 정부도 이를 지지하며 다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슈워브 대표는 “각국의 정부는 GATT와 WTO의 위생검역협정에 따라 자국민의 안전과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검역주권이 있고, GATT 20조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충족되면 한국이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 재협상도 가능하다는 한·미 양국 정부의 의견이 일치하자 이번에는 과학계와 의학계를 중심으로 사건을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일었다.

‘검증안된 유언비어’ 과학계 우려

특히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의 ‘한국인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논문이 알려진 이후 미 쇠고기 문제가 통상 문제에서 괴담 수준의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유포된 데 대해 과학계와 의학계는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과학적 근거 없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이 사실처럼 알려짐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주장은 신중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의학적 검토를 거친 결과 30개월 이하의 소에서 특정 위험부위를 제거하면 먹을거리로 이용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인간유전체사업단장 등 5명의 내부 전문가가 광우병 관련 국내외 논문을 검토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특별히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과학적 근거 없는 헛 정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재미동포 반응   “우리도 똑같은 쇠고기 먹고있어요” 미주 한인단체들 “광우병 피해사례 한 건도 없어”   글 | 특별취재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들의 관심사중의 하나가 재미동포들의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민들은 우리도 먹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얘기를 건네고 있다. 특히 이들 동포들은 한국에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며 이성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고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 뉴욕 한인단체장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각각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장들은 “한국에 수출되는 쇠고기를 재미동포들과 미국인들도 아무런 문제없이 먹고 있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을 처음 표명한 단체는 뉴욕한인회다. 뉴욕한인회는 지난 4일 광우병 우려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성명서 형식을 통해 발표했다. 뉴욕한인회는 이날 성명에서 “재미동포들이 식용하는 쇠고기와 한국으로 수입되는 것은 동일한 것으로 한국 내 괴담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동포들 가운데 광우병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며 “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욕한인회는 “근거 없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인터넷 등 미디어의 책임도 크지만 정부당국도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의문점을 올바르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 인근 4개 한인회 회장들도 지난 5월 5일 광우병 우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 회장단은 “미국은 자신들의 먹는 기준을 수출 쇠고기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민의 불신과 우려를 씻어낼 수 있도록 적극 나서는 한편 미국정부도 미국산 쇠고기가 수출용과 국내 소비용이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불량품 유출을 막기 위해 품질관리와 한국의 검역 과정에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와 한인상공회의소 등도 “미국쇠고기가 안전에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다른 곳에 비해선 그래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본국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을 호소했다.   이밖에 미국 160여개 지역 한인회를 대표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단은 지난 5월 9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미 동포사회는 미국산 쇠고기를 신뢰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