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재단 주최 정책토론회 [“李明博政府의 危機와 機會”]
일시: 2008.6.11.14:00-17:00
장소: 전국은행회관
발제자 卜鋸一의 “이념적 정체성을 정립하라”에 대한
토론자 李東馥(북한민주화포럼 대표)의 토론발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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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누가 과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이다
李東馥

<월간중앙> 2008년6월호가 전하고 있는 취임 3개월 후의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지지도는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한길리서치>가 5월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22.6%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슷한 시점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김영삼(金泳三)은 95%, 김대중(金大中)은 58.0%, 노무현(盧武鉉)은 57.3%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2008년2월25일 그의 취임 시점에서 고장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의 그의 지지도는 50%, 그와 대조적으로 김영삼은 82.2%, 김대중은 89.9%, 노무현은 84.3%였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의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5월30-31일 <중앙일보>의 조사 결과 그의 지지도는 19.7%였다.

이 같은 지지도의 하락 추세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 추세가 작년 12월1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 결과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1,150만표를 득표하여 620만표를 얻는데 그친 정동영(鄭東泳) 후보를 530만표의 표차로 이겼다. 이 표차는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 실시된 열 차례의 직선제 대통령선거 가운데서 가장 큰 표차다. 이 같은 표차 때문에 대선 직후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4개월 뒤로 박두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960년 4.19 학생혁명 후 실시된 7.29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 이상의 대승을 예고했었다. 7.29 총선거에서 <민주당>은 <민의원>의 총 의석 234석의 75%인 175석을 석권했었다.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40여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실시되었다. 통상적이라면, 당연히, 이번 총선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 실시되었다는 사실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요인으로 작용했어야 마땅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했다. <한나라당>은 과반수에 겨우 3석을 넘긴 15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더구나, 총선 결과는 결코 단순할 수 없는 산술의 문제를 제기했다. 다수의 <한나라당>에서 낙천한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지지 후보들이 일부는 무소속으로 그리고 다른 일부는 <친박연대>라는 급조 정당을 업고 출마하여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치고 국회로 진출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14명의 <친박연대> 소속 의원과 20명의 <친박> 무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돌아가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된 <친박> 의원들이 30명 가까이 있다. 당외의 <친박> 의원들의 복당이 실현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의 하나, 상황의 악화로 당내의 <친박> 의원들까지 보따리를 싸는 일이라도 생기는 날이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 수는 원내 과반수에 30석 가까이 못 미치는 120석 대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정정불안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고유가 파동이 일어나고 이에 더하여 ‘광우병’ 파동이 쓰나미처럼 정국을 뒤덮었다. 그리고 이 정부는 국정지지도 붕괴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들었다. 우리는 이 같은 추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어째서 이 같은 파국에 빠져들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원인이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이번에 대선과 총선을 통해 이루어진 ‘정권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착각(錯覺)’과 ‘오판(誤判)’에 있었다. 이번 대선은 1,150만 유권자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하여 일으킨 ‘선거혁명’이었다. 문제는 ‘잃어버린 10년’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여기서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적 ‘오판’이 등장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실체’를 ‘경제’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그의 성패를 ‘경제’에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그의 ‘착각’이었다. 지금은 ‘국가경제’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시대다. ‘세계경제’의 호전이 없이 ‘국가경제’가 호전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세계경제’는 고유가와 미국경제의 표류(漂流)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경제는 절제 없이 분출되는 다양한 욕구의 조화와 조율이라는 난제 중의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악재(惡材)는 더 있었다. 전임자인 노무현 정권은 ‘양극화’ 해소를 빙자한 ‘양극화’ 조장으로 특히 이 사회의 ‘빈부’ 갈등구조를 격화시켜 놓고 있었다. 원래 <한나라당>은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집단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 같은 상황에서 ‘부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구성 내용은 민심의 이반을 자극하여 그가 표방하는 ‘경제 일변도’ 정책의 신뢰성의 잠식을 초래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잃어버린 10년’의 ‘실체’를 경제로 ‘오판’했지만 실제의 ‘실체’는 경제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이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년 대선과 금년 4월의 총선 결과를 다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작년 대선은 매우 이상한 선거였다. ‘쟁점’이 없고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 경선 시기 이명박 후보가 마음먹고 준비했던 ‘한반도 대운하’는 선거공약으로 구실하는데 실패했다. 사실상 이번 대선의 유일한 이슈는 BBK 공방이었다. 그런데, BBK 공방은 언론과 다른 후보들이 한 편이 되어서 이명박 후보에게 집중타를 가하는, 이명박 후보에게만 불리한, 일방적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표 결과는 1,150만 대 620만이었다. 이 같은 개표 결과는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이슈를 보고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굉장히 많은 유권자들이 오직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하여 국가 정체성과 정통성을 위험에 빠뜨린 ‘친북ㆍ좌파’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맹목적으로 표를 던졌다. 대선 결과는 이 같은 ‘성난 민심’의 ‘대분출’이었다. 대선의 키워드는 3개였다. ‘정권교체’ㆍ‘좌파퇴출’ㆍ‘잃어버린 10년’이었다.

대선 결과에 분명하게 담겨진 중심 메시지는 특히 국가안보와 정체성에 관하여 “지난 10년간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나가는 정권의 모든 것을 바꾸라”는 강력한 주문(注文)이 담겨 있었다. 대선 이후 이명박 ‘당선자’의 행보에 대한 민심의 이반으로 <한나라당>의 위축이 초래된 4.9 총선에서도 ‘성난 민심’은 ‘친북ㆍ좌파’ 세력 퇴출 문제에 관해서만은 일관성을 유지했다. 총선 결과는 ‘386’ 운동권 후보들의 사실상 몰락이었다. 특히 손학규ㆍ정동영ㆍ김근태ㆍ신기남ㆍ김원웅ㆍ유인태ㆍ장영달ㆍ김부겸ㆍ민병두ㆍ배기선ㆍ한명숙 등의 낙선은 상징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와 ‘대통령’은 이 같은 ‘민심’의 주문을 외면했다. 그는 그를 당선시켜준 1,150만명의 유권자들을 그의 경쟁자를 지지한 620만명으로부터 차별화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았다. 그들로 하여금 그가 그들과 ‘같은 편’이라고 믿게 만들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조각’과 ‘공천’에서는 그들을 철저히 외면하여 소외시키면서 오히려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반대 세력에게 ‘소통’과 ‘화합’의 손길을 먼저 내밀었다. 엉뚱하게도 정부 요직에 대한 그의 인선은 ‘물갈이’의 대상이어야 할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참여 인사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정부가 보여준 이념적 색채는 ‘2008년판 좌우합작 정부’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나는 보수가 아니라”는 이 대통령 자신의 어록을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준 1,150만명의 대다수는 ‘이념’ 문제를 중시한 ‘보수ㆍ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회의감이 급속하게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일변도’ 행보는 계속되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드디어 ‘과속(過速)’을 일으켰다. 정부는 쇠고기 수입 문제에 관한 대미협상의 졸속한 타결의 명분으로 한-미 FTA 문제가 거론되엇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타결된 협상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국민건강’을 등한시하는 지나친 양보‘라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특히 이 의혹이 ‘광우병’ 소동의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광우병’ 소동이 ‘촛불집회’로 번지게 되자 불청객들이 등장했다.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친북ㆍ좌파’ 세력과 <통합민주당>ㆍ<민주노동당> 등 야당 세력이 이에 편승하여 ‘촛불집회’의 성격을 ‘정권타도’ 운동으로 변질시키기 시작했다. ‘촛불집회’는 ‘전교조’ 교사들의 영향을 받는 중ㆍ고등학교 학생과 작년 대선과 금년 총선의 ‘기권자’였던 대학생 및 그 동안 대선과 총선의 결과로 위축되어 있던 ‘386’ 청장년들의 참가로 장기화되고 또 확대일로를 걸어 왔다.

분명한 사실은 ‘촛불집회’에 참가자들의 다수가, 특히 주동자들이, 작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에 반대했던 840만명 중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촛불집회’를 통하여 그 동안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하여 잃어버린 것을 거리에서 쟁취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주었던 1,150만명의 유권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지금 ‘촛불집회’의 현장에서는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것은 ‘보수ㆍ우파’ 성향 국민들의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중요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주었던 1,150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정치적 지지세력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국민화합’이라는 미명으로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노력을 펴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최우선적으로는 이념과 국가 정체성 문제에 관하여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주었던 1,150만 유권자들의 불신을 해소시켜 주고 분명한 피아식별(彼我識別)로 그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시급하게 ‘광우병’ 소동을 수습하고 다음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폭넓은 개편을 통해 발제자의 표현에 의하면 “자유주의를 열렬히 따르고 대한민국을 지키려 하는 시민”들로 하여금 “이 정부는 우리가 지켜야 할 정부”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대폭적인 ‘인적 물갈이’가 필요하다. 이 ‘인적 물갈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각의 법무부,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통일부와 청와대의 대통령실장 및 외교안보수석,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 국가정체성과 과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처의 ‘장’들은 1,150만명의 ‘보수ㆍ우파’ 성향 유권자들이 “그 정도면 안심할 수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 가운데서 발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적 물갈이’가 전부일 수는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시책의 개발과 전환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그 동안 ‘친북ㆍ좌파’ 정권에 의하여 왜곡되고 변조된 과거사를 정상적으로 바로잡아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각급 학교 ‘교과서’는 물론 군 정훈교재 등 각종 사회 및 기회 교육 교재의 이념적으로 편향ㆍ왜곡된 내용을 시정하고 ‘전교조’의 불법적 활동을 중지시켜 ‘교단(敎壇)’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6.15 남북공동선언>를 폐기함으로써 ‘퍼주기’ 위주로, 북의 ‘민주화’가 아니라 남의 ‘용공화ㆍ연공화’의 도구로 구실했던 그 동안의 대북정책을 청산하고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한 정상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장기 정책의 차원에서는, 그 동안 ‘친북ㆍ좌파’ 정권 하에서 ‘햇볕정책’에 밀려서 망실(亡失)되어 있는 통일정책을 복원시키는 일이 긴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들 사이에,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 사이에, 대한민국 헌법의 존엄성과 대한민국의 정통성,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의 우월성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신념이 일도록 해야 한다.

그밖에도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침투하여 점거하고 있는 ‘친북ㆍ좌파’ 인맥의 실태를 파악하여 이들을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로 물갈이 하는 인적 청산을 이룩해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고 신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체제도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정비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그 동안 ‘친북ㆍ좌파’ 정권 하에서 남한사회의 ‘연공화ㆍ용공화ㆍ친북화’를 견인하는 조직으로 변질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해체하고 이를 헌법 정신에 부합되는 전문성에 입각한 대통령의 ‘정책자문기구’로 재탄생시켜야 하며 사실상 ‘찢어진 자명고(自鳴鼓)’가 되어버린 <국가정보원>을 명실 공히 ‘대공ㆍ대북 정보ㆍ공작 기구’로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악화일로에 있는 정정불안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촛불집회’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 ‘촛불집회’의 촛불을 지피는 세력이 이명박 정부의 ‘설득’을 수용하리라는 생각은 ‘망상(妄想)’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먼저 ‘우군(友軍)’을 확인하고 그들과의 ‘이념적 일체성’을 확보하여 그들로 하여금 정부를 보호하는 든든한 ‘방파제(防波堤)’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의 수순이라는 발제자의 지적은 진리다. 상대편을 ‘설득’하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이다. 문제는 그의 목에 누가 과연 방울을 매달 수 있느냐는 의문에 귀착되지 않을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