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 변호사회관 앞, 금강제화쪽의 시위대들이 아예 폭도로 변했다. 경찰버스를 끈으로 묶고 당기자 경찰도 반대쪽에서 이에 맞서 시위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기도 했지만 시위대는 해산하지 않았다. 시위대와 맞선 전경부대 뒤편에 40-50대 어머니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시위진압에 나선 전경의 어머니들이었다.

경찰의 뒤편엔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연신 경찰의 동정을 전화로 알리기도 했고 가끔씩 경찰들에게 시비도 걸곤 했다. 40대 초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 남자가 술냄새를 풍기면서 전경들 앞으로 가서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지나가겠다고 하자 전경들이 막아섰다. 지휘관이 나와서 점잖게 다른 곳으로 가라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때 한 어머니가 달려와 그 남자의 팔을 잡으며 애원했다.

'우리 애가 전경이에요. 이 애들 허우대만 크지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내 얼굴 봐서 제발 참아주세요. 애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제발 人道(인도) 밖으로 나오지 말고 시위해 주세요. 나는 정치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시위하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평화적으로 해주세요. 우리 애들한테 제발 위험한 거 던지지 말게 해주세요. 오늘도 누가 아이들한테 락스랑 식초를 뿌렸대요. 아저씨 정말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40대 남자는 '나도 애가 고2에요, 어머니 마음 잘 압니다.'라고 하고선 계속 시위진압하는 경찰의 행태를 비난하며 은근히 시위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어머니는 87년생 아들이 1년 전에 전경에 입대해 경기도의 한 도시에 근무한다고 했다. 서울 데모가 격해지면서 걱정이 되어 부대에 전화를 하니 아이가 광화문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 아이를 볼까 매일 나온다고 했다. 오늘도 아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서 전경 어머니들과 함께 나왔다고 한다. 전경들 주변에 와서 시비거는 사람들이 보이면 이 어머니들이 달려가 제발 싸우지 말고 가라고 타이르고 애원한다.

조금 뒤 한 어머니가 물병 20여개를 사와 전경들에게 나눠주었다. 전경들은 금방 물을 받아 단숨에 마셨다. 아까 어머니의 말이다.

'애들이 물이 제일 먹고 싶대요.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갈증이 대단하대요.'

잠시 후 또다른 어머니들이 1.8리터짜리 여섯 병 묶음 물을 어깨에 메고 와 전경들에게 나눠주었다. 또다른 어머니들도 손으로 들을 만큼씩 물을 사서 날랐다. 얼핏 봐도 100명이 넘는 중대 규모의 부대에 어머니들이 물 한 병씩 사주려면 그 돈이 적지 않을 듯했다.

'아이들 물값이 어떤 날은 10만원도 들어가요. 내 아들은 못 봐도 저 아이들 놔두고 집에 가 잠을 못자요. 그러니 매일 새벽 6시까지 같이 있는 겁니다. 다음날 직장에 나가 졸지만 퇴근하고 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