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뿔났다

아침에 면도를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XXX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이 XX들을 어쩌면 좋아! ” 세상에! 결혼한 지 1년하고 두 달. 그 동안 목소리 한 번 높인 적이 없는 조신한 목사 집 따님이 온갖 험한 욕설을 다 퍼붓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래?” “어젯밤 시위대들 말이야. 이게 폭도지...”

아내는 오늘 아침 배달된 조선일보를 보고 흥분한 것이었다. 나와서 신문을 보니 어제 새벽 시위대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사를 공격해 회사 로고를 떼어내고, 동아일보 기자와 조선일보 계열사인 코리아나 호텔 도어맨을 폭행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아내를 특히 화나게 한 것은 덕수궁 앞에서 서각(書刻)을 하는 장애인 조규현씨가 시위대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였다. 조규현씨는 나도 오고가며 늘 보던 낯익은 인물. 한 손이 없는 그는 한 쪽 손에 정을 고정시키고 다른 한 손에 망치를 들고 서각공예를 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나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 화는 폭도화된 시위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을 향한 것이었다.


무너진 공권력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의미가 무엇인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촛불 시위 이래 지난 두 달 동안 이명박 정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했나? 언론사 기자들과 애꿎은 민간인들이 폭도들에게 폭행당할 때, 이명박 정부의 경찰들은 어디 있었나? 어젯밤 시위대, 아니 폭도들이 리어카에 쓰레기를 싣고 와서 코리아나 호텔에 부리는 현장을 목격했던 직장 동료는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하기야 폭도들에게 얻어터지고, 헬멧과 방패를 빼앗기고, 자기 몸 지키기에도 급급해하는 경찰에게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헬멧과 방패를 빼앗긴 전경대원이 폭도들에게 “제발 돌려주세요. 그거 빼앗기면 전 영창가거든요”라고 애원했다는 기사는 이 나라 경찰, 이 나라 공권력의 초라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1987년 6월 사태 때에도 이 지경은 아니었다.

경찰은 그저 세종로 네 거리를 버스나 컨테이너 박스로 차단하고 이명박이 사는 청와대를 지키는 것에 자족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바람에 죽어나는 것은 시민들이다. 나도 지난 6월 초 한참 시위가 심할 때 세종로에서 신세계 백화점까지 걸어가서 간신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명박 정권은 '정치적 무뇌아'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이런 국민들의 소리를 듣고, 이를 상황 전환을 위한 에너지로 활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연주의 비리가 드러나고 그가 검찰송환에 불응해도 강제구인을 못하고, MBC PD수첩의 허위보도가 드러나도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게 이명박 정권이다.

이명박 정권의 귀에는 촛불을 빙자한 폭도들의 성난 함성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교통난을 겪는 시민들, 경찰의 차단조치로 귀가길이 끊기고 장사가 안 되는 효자동 인근 주민들, 그리고 내 아내처럼 폭도화된 시위대에 대해 분노하는 보통사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권은 서울대 여대생을 때려 물의를 빚은 전경대원은 득달같이 사법처리했지만, 봉태홍씨나 박찬성씨 등 애국우파와, 프리존 기자나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를 폭행한 좌파들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귀에는 홍진표씨를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임용하면 안 된다는 좌파들의 소리는 크게 들려도 임삼진이라는 불그죽죽한 인사를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쓰면 안 된다는 우파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정치의 기본은 피아(彼我)의 구분이다. 자기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묶을 생각은 못하고, 적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자를 대통령의 참모로 임용하고, 적들의 공세에 밀려 후퇴만 거듭하는 게 이명박 정권이다.

어제 낮 소위 시민사회단체를 자처하는 좌파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는 촛불시위에서는 우리가 일반 국민들의 뒤를 따라갔지만,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반민주적인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싸움은 우리가 선도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그들과 색깔이 같은 임삼진 같은 자를 대통령의 참모로 쓰는 게 이명박 대통령이다. 대통령이나 임삼진을 추천한 자들은 모두 은 정치의 기본조차 모르는 무뇌아(無腦兒)들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보수우파는 싫어도 이명박 정권을 지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보수우파가 이명박을 지지했던 것은 그에 대한 존경심이나 애정의 발로가 아니라 그를 좌파정권 종식을 위한 유용한 카드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보수우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근대정부의 기본적 책무도 이행하지 못하는 한, 보수우파가 이명박을 지지할 이유는 없다.

이미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이나 이수영 경총 회장 등은 이명박 정권이라는 ‘정치적 무뇌아’들에 대한 옐로우카드를 내밀기 시작했다. 이 옐로우 카드가 레드카드로 변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달렸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헤맨다면 보수우파는 다음번 시청앞 광장에 모였을 때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이명박 정권 물러나라!”고. [강철군화 프리존 논설가: http://www.freezone.co.kr/]


광란의 촛불 집회, 이미 빨간 불이 켜졌다 (돌아온386 프리존 논설가)

촛불집회가 낳은 사회적 후생손실규모가 물경 3조원이라 한다. 3조 원이면 정말 천문학적인 돈이다. 일년 소득 2천만원 인 저소득층 15만 가구가 1년 동안 벌어야 할 돈이다. 만약 저소득층 1가구 가족수를 작게 잡아 3인이라 추산하면 물경 45만 명이 1년 동안 생활 해 나갈 수 있는 돈이다.

요즈음 경제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치솟는 국제유가에 나날이 늘어나는 국제수지 적자에 나날이 늘어나는 실업에 소득 양극화에 중산층 붕괴현상까지 우울한 지표들은 매일 대한민국 국민에게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고 지금처럼 밤낮을 지세우면서 시위로 파업으로 정치투쟁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게 되면,앞으로의 삶은 그 누구도 예외없이 더욱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는 그런 암울한 경고음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촛불시위대는 제일 먼저 이 현실적인 사회적 후생손실에 대해 무엇이라고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쇠고기 수입문제에 따른 국민건강위험에 대한 우려도 좋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풀이도 다 좋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촛불시위란 말인가? 공동체의 삶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촛불시위의 목적인가? 밤이면 밤마다 그 까짓 청와대로 한 번 쳐 들어가 보는 것이 그 무슨 대수라고 공공질서를 파괴하길 밥 먹듯하고, 다중의 위력으로 제 멋대로 무법천지를 만든단 말인가? 그러고서도 그대들이 온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고서도 그대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고서도 그대들이 정녕 정당하고 순수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대들은 이제 더 이상 국가공권력으로 부터 용납받을 수 없을 것이며, 말 없는 대 다수의 국민들로 부터도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점차 공공의 적이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 까짓 쇠고기 수입문제 하나 가지고 꼭 이토록 극렬하게 난리부르스를 떨어야만 하겠는가? 그렇게 한다고 국민이 직접 투표로 선택한 합법적인 이명박 정부가 무너질 것 같은가? 그런다고 그대들이 원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대들이 원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스팔트 위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으며, 그대들이 난리 부르스를 떨고 있는 이 순간 그대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계층은 다름아닌 우리 사회의 서민층이며,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것 조차 힘이 드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란 사실을 그대들은 정녕 아는가?

그렇다면 이젠 그만두어야 한다. 촛불시위에는 빨간 불이 켜진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빨간 불이 켜 졌을 때 그만두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그 끝은 눈물이라 했다. 공권력이 분노하기 전에 그만 두어야 한다. 공권력이 분노하는 순간 그대들의 인생은 그야말로 빨간 줄 친 인생이 될테니 말이다.

지금의 촛불시위로 처벌 받았다고 해서 먼 훗날 언젠가는 의사가 되고, 열사가 되고, 투사가 되고 영웅이 될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제는 진짜 그만두어야 한다. 공권력의 불벼락이 그대들 머리 위로 떨어지고 난 후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때는 늦을 것이니 말이다. http://www.freez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