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구축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의 기조를 어어 갔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 간 전통적 우호관계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천명했다.

또 양정상은 “한미 연합방위력을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재배치에 관한 관련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기본적인 임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 정상은 “21세기 안보환경의 변화와 미래 수요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면서 “한미 동맹이 공통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안보 협력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협력까지 포괄하도록 협력의 범위가 확대, 심화돼 나가야 하며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양 정상의 언급은 한미동맹의 향후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1차 정상회담 때 합의한 것처럼 기존의 안보, 군사 동맹 위주에서 ‘전면적 동맹관계’로의 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한미동맹의 폭과 질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생각이다.

또 한반도와 동북아에 국한돼 왔던 한미동맹의 적용개념을 전 세계적 범위로 넓히기로 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지위변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여타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재건을 위한 한국의 기여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난제에 대해 양 정상은 비교적 우회적으로 피해갔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에 요구할 것으로 생각했던 아프가니스탄의 파병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반미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 우리 측도 독도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부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는 지적이다. 독도에 대해 바로 잡아 준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독도에 대한 역사적 의미와 정치적 의미를 재차 강조하는 선에 마무리 했다는 것.

이에 부시 대통령도 “독도가 우리 땅인 것을 압니다”라며 지지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을 확대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군 파병 여부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는 21세기 한미동맹의 전면적 적용이 여의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초 이번 회담에서 예상돼온 한미동맹 미래비전 채택이 불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래비전은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문서형태로 구체화하는 것으로 외교 당국자는 미래비전이 속성상 한 번 맺으면 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비전인 만큼 양국 간의 좀 더 세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미래비전 채택을 두고 양국 간 일부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부시 대통령이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마당에 내년에 새로 들어서는 새 행정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 ‘북핵, 인권 문제 한 목소리’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북한의 인권문제에 언급, 대북(對北)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인권상황 개선의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 정상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미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 당국의 인권 개선 노력이 향후 북미 관계 정상화 등에서 중요한 기준과 원칙이 될 것임을 시사 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즉, 북한이 예상했던 한미 관계 악화가 아니라 한 목소리를 내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 같음 목소리를 내면서 한층 성숙된 한미관계를 보여줬다.

부시 대통령은 금강산 여성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 유감과 조의를 표명하면서 “이번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이러한 비극의 재발 방지를 위해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에 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강산 피격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기 위해 북한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맞장구쳤다.

더 나아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유린이 아직 존재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면서 “한국정부의 금강산사건 공동 조사 요청 언급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시점에 대해 “이런 일은 12일에 첫 번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지도부에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서 “6자회담에서 일단 약속했으면 지켜야 하며, 따라서 해제될지 안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고 해제가 안될 경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제재를 많이 받는 국가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행동이행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 여부에 대해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무역을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양국간 동반자 관계에 있어 경제 분야의 항구적인 버팀목이 돼줄 것”이라면서 연내 비준에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미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 완급 조절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한미 관계의 큰 난제를 넘겼다는 지적이다.

독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부시 대통령에게 상기시킴으로써 일본보다 앞선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는 것과 북한 인권에 대해 두 정상이 언급하므로 써 북한에 대한 대응에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국정상이 큰 성과를 얻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북한 인권과 북핵 폐기에 대해 양국 간의 의견이 일치 됐고, 앞으로의 6자 회담에서도 한국 측의 입김을 작아지지 않았다는 것. 또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밋밋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이번 정상회담은 무난했다는 게 중론이다. 여러 암초를 잘 피해 나갔고 앞으로의 한미관계의 신뢰성을 찾아가는 데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영덕 기자]ghost7287@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