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이회창 총재의 행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정연주 KBS사장을 퇴출시키는 문제와 국회 원구성의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을 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 여부 논란에 대해, 'KBS 사장은 아무도 해임할 수 없는 신(神)이 내린 자리가 아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해임권도 당연히 갖는다. 임명직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신분보장 규정은 `탄핵 또는 형사소추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런 규정이 없는 한 해임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고 해도 임명권자는 해임권을 갖는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KBS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자신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정연주 해임 문제에 있어서 자유선진당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이어 이회장 총재는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의 해임제청을 받아들여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을 할 경우, 정 사장이 이에 승복하지 않으면 해임이 정당한지는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가리면 될 것이다. KBS 사장 해임에 관한 소모적인 법적 논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연주 사장을 감싸는 좌익세력을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써 창조한국당과 함께 국회교섭단체를 만들면서 이상한 행보를 걷은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은, 민주당과 함께 '정연주 지키기' 농성에까지 동참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와는 대조적으로, 정연주의 퇴출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정연주 퇴출 문제에서 이회창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 이회창 총재는 국회 원구성 협상과 관련하여 '장관 인사청문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원내교섭단체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은 (청와대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회 책임이다'라며, 국회파행의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리는 야당과 거리를 뒀다. 이 총재는 '특위를 구성해 시한과 상관없이 장관 인사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은 편법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인사청문 절차없이 임명된 장관에 대해서는 소관 상임위에서 청문회 수준의 자질검증을 하면 된다'고 주장하며, 야당의 생트집을 비판했다. 국회의 원구성이나 장관임명의 문제에서 이회창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凡우익진영의 정책적 공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을 뺀 한나라당과의 `부분 원구성' 방침에 대해서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좀 더 설득해야 한다.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를 오래 끌고 가서는 안 되고 적어도 8월 이내에는 원구성이 돼야 한다. 국회가 수의 힘이 아닌 타협과 협의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우리에게 무한정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시한을 두고 그걸 넘기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혀,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에 `부분 원구성'을 제안할 경우에 이회창 총재가 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주장을 했다. 자유선진당은 KBS 문제와 국회 원구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야당들과 공조하지 않고, 한나라당과 공조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범우파세력으로서 통합적 행보를 계속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 총재는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정체성이 다른 두 정당이 특정사안에 대해 정책공조를 하기로 한 것이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지나친 흑백논리이고 수구적인 편가르기이다. 대운하 반대 등 4가지 정책에 대한 공조 이외의 각자 행동은 이번 교섭단체 성격상 당연한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일부 정책들에 대해서는 창조한국당과 공조하겠지만, 다른 정책들에서는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각각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념적 성향이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이는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이 공조하여 국회의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시도가 성공할지 궁금하다. 현재 문국현 대표는 '정연주 지키기'에 나서고, 이회창 총재는 '정연주 퇴출'에 나서면서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정연주 KBS사장의 경질에 대해서 자유선진당은 매우 적극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지난 날 KBS의 선전선동 때문에 치명적 피해를 입은 경험 때문인지 모르지만, 좀처럼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던 이회창 총재는 정연주를 퇴출시키는 문제에 있어서 한나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돕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국회의 원구성의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 문제라고 규정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제스쳐이다. 이회창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얼마나 더 호의적 자세를 취할지가 정가에 또 하나의 화두가 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회창 총재가 계속 도와줄까?

[허우 올인코리아 기자: hursuaby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