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있는 많은 국민들은 요사이 신문, 방송이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접하고 '구역질이 난다'는 표현을 쓴다. 김정일의 북한내 공식 명칭은 국방위원장이다. 기사를 쓸 때 '국방위원장 김정일'이라고 한번 불러준 뒤엔 그냥 '김정일'이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신문, 방송은 매번 '김정일 위원장'이다. 심지어 줄임말을 쓰게 되어 있는 방송 뉴스의 제목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길게 쓴다.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혼이 나는 줄 아는 모양이다. 한국의 기자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처벌이라고 받는 듯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 자신의 조상들보다도 이 희대의 학살자, 반역자, 거짓말쟁이를 더 깍듯이 모신다. 이들은 죽은 김일성까지도 김일성 주석이라고 불러준다.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호칭하는 사람들 중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과 李承晩, 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존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김정일 위원장'이라 하지 않으면 불경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기자들과 신문, 방송이 지난 10년간 김정일에게 유리한 기사만 골라서 쓰고 북한동포들의 참상에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인들이 북한사정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고 특히 同族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애국단체가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를 '민족의 원수'라고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론이 언론자유의 말살자인 反국가단체의 수괴 김정일에 대해서 할아버지 모시듯 '위원장 '위원장' 하는 것은 이 학살자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북한정권의 본질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방해하는 反교육적, 反언론적인 작태이다. 미국 언론은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폴 포트 이름 앞에 거의 공식적으로 '000000명을 학살한'이란 설명을 붙여 이들의 惡行을 상기시킨다. 김정일 앞에도 '300만 동족 학살자'라는 설명을 접두사처럼 늘 붙여야 한다. 그래야 '위원장'이람 명칭의 영향으로 김정일을 '견식 있는 지도자'쯤으로 알 고 있는 국민들을 깨우칠 수 있다.

김정일은 개혁 개방을 거부함으로써 300만 명의 同族을 굶겨죽인 자, 20만 명의 양심수를 강제수용소에 가두어 둔 자, 대한항공기를 폭파시켜 115명을 죽인 자, 한국 대통령을 외국에서 죽이려고 폭탄을 터뜨려 17명의 장차관급 엘리트를 죽인 자이다. 그러면서도 온갖 성인병에 다 걸릴 정도로 酒池肉林 속의 생활을 하는 자이다. 이런 김정일에게 '위원장' '위원장'하는 자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결여된 이고 국민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