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정일의 지도력 약화가 북한 내부에 정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다. 김정일 건강 악화 설이 대두하자 한때 북한의 정권 교체를 희망하였던 국가들이 지금은 주민을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고, 인권유린을 자행한 북한 정권이 존속하기를 두 손 모아 빌고 있다.

만약 북한 내 권력투쟁으로 야기된 정치, 사회적 소요사태가 무 정부 상태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북-중 국경지대에서 대규모 탈북 사태가 일어난다면, 중국은 분명 개입할 명분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개입은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과 평화를 깨뜨리게 될 것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김 정일의 권력 약화가 북한 정권의 핵무기에 대한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7 내지 12개의 핵 탄두 혹은 그에 상응하는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북한 군부의 강경파 혹은 어떤 불순 세력이 이 핵 물질들을 손에 넣게 되면 세계 평화가 위협받게 된다.

건강 악화로 김정일의 권력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조짐이 보이자,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권력의 일부를 일군의 당, 군 지도자들에게 위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김정일의 지시 하에 움직이는 대리인들로 구성된 집단지도체제를 수립할 것이라는 것이다.
김정일이 지난 8월 중순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실제 그의 대리인들에 의한 집단지도 체제가 벌써 가동되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가지 징후는 북한이 이미 8월14일에 핵 불능화 조치를 중단했으며, 앞으로 영변에 있는 원자로의 시설을 복구를 고려 중이라는 발표가 8월26일 갑자기, 그러고 뒤늦게 발표된 것이다.

만약 북한이 건강 악화로 김정일의 지도력이 약화되고 있는 시기에 군 장성들과 핵심 당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기를 원한다면, 핵 능력을 과시하여 그들의 충성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를 원한다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서해안에 새로 조성한 미사일 발사대에서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엔진을 시험 가동했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 북한 옵저버들은 김일성 사후 북한 정권은 짧게는 3일 길게는 3년 후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김정일은 지난 14년간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김일성 사망 후 김 정일은 외부세계로 통하는 문호를 봉쇄하고, 아버지 김일성의 유훈에 따라 통치하는 유훈 통치를 했다. 김정일은 스스로 초래한 고립 속에 살아 남았고, 북한정권이 붕괴하는 것도 막았다.
따라서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은 시기에 북한이 무슨 선택을 할 것인지는 명백하다 하겠다. 거북이가 머리와 팔다리, 꼬리를 몸통에 숨기듯 북한은 또 다시 고립을 선택해 지도력 위기를 극복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계획에 관한 한 이미 전략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록 기술은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2006년에 핵 실험도 실시했고, 대륙간 탄도탄을 포함한 일련의 미사일 발사 시험도 했다. 북한은 지금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6자 회담 합의를 어기고 영변의 핵 시설을 복구시킨다 해도 이를 징계할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 같다.

북이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대응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결국, 김 정일과 북한 군부가 원했던 것처럼 핵개발계획은 북한 정권의 존립에 필수적인 전략이 되었다.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북한 핵 문제를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것은 잘못이었다.
만약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복구하기 시작하면, 당근과 채찍 두 가지를 다 쓰는 압박전술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경제, 금융, 무역 제재를 포함, 모든 가능한 비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은 대외 무역의 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북한경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북한에서 거래되는 공산품의 70퍼센트 이상이 중국 제품이며, 북한에서 가동 중인 생산설비의 80퍼센트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한다. 중국이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전세계는 2005년9월부터 북한이 외교적 승인과 경제 지원을 받고 그 대신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고 기다려왔다. 만약 북한이 그 합의를 파기하고 영변 원자로를 복구하면 이제 북한 편에 설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