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도대체 왜 이러는가 - ‘국정조사’를 받아들여라

도대체 한나라당이 왜 이러는가? 한나라당이 하는 일을 보면 도대체 이 정당이 집권 여당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책임 있는 정당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 정치세력인가를 의문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될 때가 너무나 많다. 그 한 가지로 지금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난리판이 벌어지고 있는 소위 ‘쌀농사 직불제’ 논란에 대처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어정쩡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가 그렇다. ‘쌀농사 직불제’는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지금의 한나라당 정권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권이 갈아치우고 들어 온 민주당 정권(사실은 그때 이름을 하도 여러 차례 바꾸면서 이합집산을 되풀이했기 때문에 민주당 정권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이 저지른 일이다.

한나라당 정권의 잘못이 있다. 그것은 정권을 잡는 시점에서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허점투성이의 덜 떨어진 유산의 하나로 ‘쌀농사 직불제’라는 괴물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정부의 고위 공무원 임용과 국회의원 공천 때 그 같은 괴물에게 물려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지 못한 것 정도일 것이다. 이 같은 잘못은 ‘쌀농사 직불제’라는 부실 정책 그 자체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 같은 잘못을 인지한 시점에서 그 잘못을 솔직ㆍ과감하게 인정하고 시정하는 한편 사과하면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쌀농사 직불제’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을 확실하게 시정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 도대체 왜 이 모양인가? 지금 전개되는 양상은 완전히 적반하장(賊反荷杖) 그대로다. ‘쌀농사 직불제’라는 허점 투성이의 제도를 만들어 놓고, 게다가 이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감사원에 의하여 적발되었는데도, 이를 감추고 쉬쉬했던 노무현 정권의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길길이 뛰면서 한나라당을 몰아붙이는데 한나라당은 시종 일관 수세에서 이 민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힘들어 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이 문제는 여야가 없다”고 길길이 뛰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데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거부하는데 온갖 없는 힘을 다 쏟아 붇고 있다.

소위 한나라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의 언동은 도대체 이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의 말도 도시 영문부지다. 도대체 한나라당이 어째서 이 문제를 가지고 ‘국정감사’를 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도리가 없다. 한나라당의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소속의 국회의장이 하는 말이 “국정조사 요구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TV에서 듣는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에게 물어 볼 일이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야당인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한나라당은 지금 민주당이 하는 것처럼 ‘국정조사’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냐는 것이다. 아마도 ‘여당’인 민주당은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이 하는 것처럼 했을 것이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지금 야당인 민주당처럼 했으리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이 이 나라의 서글픈 정치문화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당’인 민주당이 “국정감사는 정부 관계 당국의 자체 조사가 끝난 뒤에 하자”고 했을 때 ‘야당’인 한나라당이 “맞다. 그렇게 하라”고 화답해 주었을까를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아야 한다.

현실세계의 차원에서는 '정부 조사가 먼저'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이야말로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금 이 나라 민심의 흐름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이 과연 검찰에서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고 고지식하게 믿는 국민들인가? 더구나, 정부가 자체 감사 기능을 발동하여 조사한 결과를 내 놓은 들 민주당이 그 결과를 승복하고 또 많은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틀린 이야기라는 것을 한나라당이 깨우치지 못한다면 이들은 집권은커녕 정치조직으로 존립할 자격이 없는 집단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집권정당의 구실을 하려면 생각을 크게 바꿀 절대적 필요가 있다. 발상(發想)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쌀농사 직불제’ 파동을 수습하는 방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선 지금 이 문제에 연루된 한나라당 인사는 과감하게 정부 고위직과 정치권에서 물러서도록 해야 한다. 오죽하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故事)가 천여년을 두고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어 왔겠는가를 한나라당 지도부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쌀농사 직불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고 실제 ‘국정조사’를 통해 이 문제를 둘러싼 시비에서 진짜 악한(惡漢)은 노무현 정권이었고 그 노무현 정권의 지지기반이었던 지금의 민주당이 그 책임을 공유할 집단이었음을 부각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작 이 문제에 관한 정부 차원의 1차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에서 ‘공무원의 프라이버시’ 운운의 소리가 들린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하여 정부 각 부처에 아직 여전히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노무현 정권 때의 관료들 입에서 그러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만의 하나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과 그 주변,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그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노무현 정권을 승계한 정권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정권은 내놓고 노무현 정권을 진짜로 갈아 치우겠다는 정치세력과 새로운 한판 선거를 벌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한나라당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