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화당 골수 지지자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나이 많고 고집불통에 백인 우월주의, 남성 우월주의, 또한 학력이 낮으며 합리적인 토론문화 부재 등이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상이다.

술자리에서 여성 비하적인 혹은 인종 비하적인 유머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고 남성의 간음이나 성폭력에는 관대하면서도 동성연애에는 유독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서부개척 시대에나 필요했던 총기자율화를 right to arm이라는 논리로 아직도 붙들고 늘어지며 총기류를 소지하지 못하는 것을 남성성의 거세 정도로 착각하는 이들이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현주소이다. 낙태를 반대하며 생명윤리에 충실해 보이는 이들이 총기규제를 사회주의 운운하며 반대하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레이거노믹스가 70년대 불어닥쳤던 플래그 스테이션을 해결한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파산에 이른 시장만능주의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사회주의와 혼동하여 부시가 발의한 구제금융안을 1차 부결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또한 상위 5%에 4.6% 세율을 올리는 것 역시 사회주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막대한 군비 지출에는 관대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미국 의료보험제도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조차 모르고 있다. 단지 의료보험에 국가의 재정을 쓰는건 사회주의라는 망상에 빠져있을 뿐이다.

이런 공화당의 처사에 미국 국민은 파산선고를 내렸다. 흑인 대통령을 용인할 정도로 파산선고를 내린 것이다. 부시의 감세정책이 경제 살리기에 아무 효과도 못보았음에도 또다시 상위 1%에 대해 감세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구제금융안에 대해 우왕자왕한 매케인과 공화당이 지긋지긋한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은 사실 미국이 지켜야 할 가치를 많이 갖고 있다. 건전한 기독교 모럴, 가족중심의 문화, 국가에 대한 자긍심등은 공화당의 장점이다. 또한 무분별한 이민정책을 반대하는 정책 역시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합당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가치들이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무식한 처사 덕분에 허물어져 간다. 사실 부시의 再選당시 공화당은 30년 집권 계획을 세울만큼 여건이 좋았다. 많은 중산층 미국인들은 '리버럴'이라는 단어를 가정을 파괴하고 동성연애자들과 포르노 산업을 부흥시키며 反국가적인 히피시대로 돌아가자는 마귀의 구호처럼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전쟁의 장기화, 집값 하락, 신금융자본주의가 만든 투기세력에 의한 유가와 원자재값 급등, 그리고 집값하락과 투기로 인한 버블붕괴로 금융회사의 잇따른 파산에 따른 심각한 금융위기로 결국 미국의 중산층은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대로 경제가 회복된다면 30년 집권 플랜을 세울 곳은 오히려 민주당이 될지 모른다.

미국의 우파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패배했다. 도도히 흐르는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채 늙고 굼뜬 고집불통의 노인의 모습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젊은 세대를 움직일 만한 아무런 활기찬 아젠다도 없으며 그저 비장감만 넘치는 무거운 모습뿐이었다.

한국의 우파는 어떠한가. 한국의 우파는 미국우파의 몰락을 보며 배워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겁장이의 모습은 아닌가? 작은정부에 대한 교조주의적 태도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착각 아래 경제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이념보다 밥그릇이 우선한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잊어버린 채 경제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공자왈 맹자왈 타령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제 우파는 '보수'라는 단어부터 떼어버려라! 단어만 보자면 '보수' 보다는 '진보'가 더 좋은 의미이다. 어째서 그 좋은 단어를 좌파에게 빼앗긴 채 스스로를 늙고 고집세고 융통성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라는 단어로 자아를 드러내는가.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을 보라. 그는 농지개혁을 단행함으로써 남한 내부 공산주의의 준동을 막았다. 또한 戰時에는 무조건적인 친미도 반미도 아닌 철저히 국익을 생각하는 자세로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 반공국가의 기반을 닦았다.

근대화의 영웅인 박정희는 어떠한가. 잘못하면 역적으로 몰릴수 있는 일본과의 수교를 단행해 경제발전을 위한 물질적 토대를 만들었으며 전격적인 월남파병으로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도 오일쇼크를 이겨낼 자본과 기술력을 키웠다. 또한 당시는 상상도 못했던 중공업화를 계획하고 결국은 이뤄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진보인가 보수인가. 당연히 진보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진보적인 사고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우파의 가치를 지켜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은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이명박의 '實用(실용)'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가치 - 국가정통성 역사관은 포기하고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천박한 사고이다. 그나마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사고도 낡은 레이거노믹스에 기반한 교조주의적 올드보이 스타일에, 정책에 대한 일관성도 없다.

이번 韓美통화 스와프 체결에 나도 속았지만 엄연히 행정부와 독립된 연방제도이사회와 한국은행과의 계약을 정치적인 수완으로 이룬 것처럼 포장하고 강만수를 치켜세우는 거짓말까지 하지 않았는가. 이게 바로 이명박정부가 말하는 '실용'의 본질인 것이다.

이제 우파는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 변화하는 세계정세에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로 맞서야 한다. 우파진영이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이명박식으로 처신한다면 미국 공화당 꼴이 안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우선 '보수'라는 딱지부터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