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측은 정권을 장악하고 원내 의석 182석을 차지했으면서도 힘겨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경제 난국, 북한의 대남 강경 모드, 민주당-민노당-가투(街鬪)세력-DJ(김대중) 등의 이른바 '민주연합론'에 직면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렇다 할 대항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8년의 정권교체는 '말짱 도루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정권의 지지기반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 준 유권자들이 집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룡 여권(與圈)이 소수 야권(野圈)한테 쩔쩔매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종 국민 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있다면 야당, 좌파, DJ, 북한이 과연 지금처럼 그렇게 막나가는 식으로 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겐 전혀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아니다.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으로, 민노당으로, 좌파로 돌아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민주당의 일부 행태, 가투 세력이 하는 짓, 지난 시대 실력자들의 비리, DJ의 괴이한 언동, 북한이 부리는 행패들은 양식 있는 국민들의 혐오감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상대방의 그런 취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전위(轉位)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마냥 내버려 둘 경우 앞으로도 그런 리더십의 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일련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공갈협박에 대해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한 것,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밝힌 것, 공기업 합리화를 단행하는 것, 지난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는 것,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들은 집권 초기와는 현저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것만으로는 백전노장이라 할 남북한 통일전선 세력의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난폭성을 돌파해 내기엔 턱없이 미흡하다. 그래서 결단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선 '그들만의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내 직계, '내 새끼'들에 대한 당파적 집착을 출가승(僧) 같은 결단으로 깨끗이 털어 버리고, 그야말로 초연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날 결심하고 TV 화면에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선언해야 한다. '나는 정치적인 차원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혈혈단신, 발가벗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나를 버리겠습니다. 이 장정(長征)에 동행할 '자유민주 연대'를 구축합시다. 정부도 그 '연대' 위에서 새롭게 탈바꿈하겠습니다.'

그가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박근혜씨, 이회창씨, 사회 일반도 흔쾌히 광범위한 '범(汎)대한민국 연대'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깔볼 수 없는 폭넓은 자유민주 블록(bloc)이 출현할 수 있다. 이에 실패할 경우, 그것은 분열에 따른 자해적 소진(消盡)이 될 것이다.

이 블록이 지향해야 할 것은 본격적인 자유주의 개혁, 그것을 지켜낼 법치주의 확립, 두 가지다. 이 두 가지로 대한민국 진영의 우세와 공세를 계속 확보해 나가면 김정일의 공갈인들, DJ의 선동인들 그들 뜻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본격적인 자유주의 개혁은 낭비적이고 관료적이고 경직된 법제와 경영을 효율화하는 개혁이다. 그리고 지난 10년의 교조적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이다. 사기업, 공기업, 공교육, 사학(私學), 미디어 환경, 치안(治安), 유통, 보건, 식품 등 모든 부문을 멍들게 한 퇴영과 불합리를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누가 이명박 대통령을 이런 거국 태세로 가게 만들 것인가? 혹시 한나라당 안의 당찬 초선의원들이 화두를 던질 수는 없을까? 그들의 '봉기'와 '반란'을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