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강윤중기자
조 대표의 발언은 언론에 빈번하게 인용된다. 물론 그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그의 발언은 때때로 일종의 ‘스캔들’로 취급된다. 그만큼 우파의 욕망과 신념에 ‘정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 대표의 역사관과 세계관은 이제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 기조와 상당 부분 포개진다. 그러나 조 대표는 8일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좌파가 우파에게 선물한 것이 노무현, 우파가 좌파에게 선물한 것이 이명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왜 ‘결핍’을 느끼는가. 그의 ‘결핍’이 충족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조 대표를 ‘경향과의 만남’에 초대한 이유다.
-70년대 유능한 기자로 조 대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회의 그늘진 곳이나 부조리를 들춰내는 기사를 많이 썼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익의 이념을 전투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하셨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나는 한국현대사를 긍정하는 사람입니다. 과거에도 정권의 정통성이나 정당성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87년 민주화가 됐습니다. 이제 한반도에서 가장 그늘진 곳은 북한이고 가장 비참한 사람이 북한 동포입니다. 평화시에도 굶어죽는 북한 동포의 참상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김정일 정권과, 김정일 정권을 편드는 남한의 소위 종북세력에 대해 분노를 갖게 된 겁니다.”
-북한 주민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89년 칼(KAL)기를 폭파한 김현희씨를 인터뷰한 뒤 탈북자들 얘기를 중심으로 북한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한국에는 두 부류의 북한 연구가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고, 문서적 접근을 통해 북한을 관념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관념으로 이해하면 북한은 근사해 보입니다. 북한 사람들을 통해 북한을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최근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6·15 선언을 존중하면 이명박 정권을 탄핵해야 한다’고 하셨더군요.
“6·15 선언은 우리 헌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유통일을 해서 북한까지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명령입니다. 6·15 선언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폐기돼야 합니다. 6·15 선언을 집행한 사람은 법적으로 응징해야 합니다.”
-남북은 60년 넘게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왔습니다. 두 체제가 통합을 모색할 때 체제 내부의 논리가 어느 정도 양보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민주공화국에서 헌법보다 위에 갈 규범은 없어요. 헌법 위에 6·15 선언을 둘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헌법에 적힌 통일방안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자유통일로 흡수하는 게 한반도 역사의 진로 아닙니까.”
-최근 들어 북한체제의 허약함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이 남쪽을 ‘적화’할 만한 야심과 실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북한에 의한 ‘적화’ 위협론은 과장된 것 아닌가요.
“북한은 대남 적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체제예요. 자전거가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죠. 핵무기는 왜 개발하는 겁니까. 핵무기를 개발하면 전략적 우위에 서고 남한에 친북세력이 있으니까 그것을 잘 결합시키면 남한 사회를 흔들고 잘하면 적화도 할 수 있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서민이었죠. 그들이 원했던 것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이 나라는 서민들에게 살 만한 나라였을까요.
“나는 서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서민과 부자로 가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민은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밖에 없어요. 그리고 경제불황은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흐름이고 전 정권 때 실패한 것도 있을 테니까.”
-‘서민은 없고 국민만 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우리 헌법은 계급을 허용하지 않죠. 또 계급적인 차별이 한국에 있습니까. 농민 출신은 대통령 못됩니까. 노동자 출신은 사장이 못됩니까. 대학 들어가는 데 무슨 제약이 있나요.”
-사회에서 계층간 이해 상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이 갈리고 그런 정당들이 경쟁을 하면서 사회를 운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헌법은 계급정당을 허용하지 않죠.”
-우리 헌법이 계급정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사회주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민주노동당은 위헌정당입니다.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해산해 달라는 요구를 해야 해요. 그걸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예요. 민노당의 강령에 사회주의 지향, 연방제 통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에 동조하는 겁니다.”
-일본에도 공산당이 있고 서구에도 공산당이 있습니다.
“일본 공산당이 일본 국체를 부정합니까. 그리고 일본에는 휴전선이 없어요. 서구에 있는 좌파정당 중에서 그 국가를 부정하는 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 계층간 이해관계의 상충이 있다면 정당정치를 통해 제도의 틀 내에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계급정당은 아니에요.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죠. 노동자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좋은데 김정일 정권의 노선을 추종해서는 안 돼요.”
-‘촛불시위 때 깽판세력들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하셨는데, 촛불을 든 시민들도 ‘국민’일 겁니다. 말씀하신 ‘국민’이라는 것의 실체가 뭔가요.
“국가 중심으로, 국익 중심으로, 국민 전체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국민이라고 합니다. 모든 일을 내가 책임진다, 대한민국은 나의 나라다, 이런 주인의식을 갖는 사람이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물을 판단하자 이거예요.”
-누구나 국익을 말합니다. 국익의 이름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국익의 이름으로 한·미 FTA를 반대합니다. 도대체 ‘국익’이란 무엇입니까.
“상식으로 판단하면 되는 거죠. 예컨대 수도를 분할해서 충청도 쪽으로 수도를 옮기겠다는 것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지 국가의 이익은 아니죠. 그것이 그렇게 복잡한 겁니까.”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폐지한 것은 부자들의 ‘사익’에 부합하는 것 아닙니까.
“종부세는 헌법위반이라고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한 거죠.”
-기획재정부가 종부세는 없애고 간판세를 거두겠다고 합니다. 부자들 세금 덜 내게 하고 서민들 돈을 더 걷겠다는 겁니다. 부자가 국가로부터 혜택을 더 보지 않습니까. 국가가 월급쟁이 1000만원 재산 지켜주는 것과 부자 100억원 재산 지켜주는 것은 혜택의 크기가 다릅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부자들이 더 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것도 정도 문제죠. 세금의 원칙이란 게 있는 것 아닙니까. 종부세가 그것을 몽땅 위반한 것이니까 헌법재판소에서 그런 판단이 나온 것 아닙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부자 돈은 많이 뺏을수록 좋다 이겁니까. 부자 것이라고 무조건 뜯어 먹어도 됩니까. 규칙이 있어야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권이 교체되면 헌재의 인적 구성이 조 대표의 분류법상 ‘좌파적’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나중에 헌재가 조 대표의 ‘자유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수용할 겁니까.
“일단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그러나 비판은 해야지. 존중하는 것과 비판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용산에서 참사가 있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철거민들의 망루 시위를 ‘도심 테러’로 규정하더군요. 이런 규정에 동의하십니까.
“우선 화염병을 썼잖아요. 화염병은 몰로토프 칵테일인데 탱크에 던지는 무기로 개발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실제로 화염병 던져서 6명이 죽었잖습니까. 그거 살상무기 아닙니까.”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죠.
“검찰에서 다 밝혔잖습니까.”
-검찰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거야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지. 테러냐, 법률적 용어로 방화치사냐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것을 테러로 규정한 것이 크게 과장인 것 같지는 않아요. 대로 상에서 남의 건물에 쳐들어가 망루 만들고 화염병을 발사하는 그런 세력을 변호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까.”
-경찰과 철거용역이 함께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적법하진 않죠.
“안 했잖아요.”
-사진과 동영상이 보도됐잖습니까.
“검찰 발표에서 다 부정된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검찰 발표를 사람들이 신뢰 못하죠.
“그 사람들이 누굽니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습니다.
“여론조사가 뭐가 필요합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검찰이지. 일단 ‘공’을 믿어야지 ‘사’를 믿습니까. 검찰은 수사전문가들인데.”
-평소 검찰의 수사를 신뢰하는 편입니까.
“상당 부분 믿죠. 촛불시위 주도자들이 발표하는 것보다는 열배쯤 더 믿죠. MBC보다는 백배쯤 더 믿고.”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가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가가 자선기관은 아니죠. 또 국가는 법을 어기는 사람까지 보호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죠. 국가는 전쟁을 방지하고 북한 공산당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거죠. 깡패나 범죄자들이 설치는 것을 막고,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신체장애인이어서 보호를 받아야 될 사람을 보호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민간 부문이 알아서 해야지.”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와 국내 뉴라이트 교과서가 일제강점기가 근대화에 미친 긍정적 영향과 관련해 유사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뉴라이트) 교과서를 쓴 사람 중에 어느 한 사람도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사람은 없어요. 다만 일제시대 때 이런이런 일이 일어났다, 교육·기업 이런 데서 일어난 일을 사실적으로 기술했겠죠. 그것을 마치 일제시대를 긍정한 것처럼 멋대로 해석해서 비판하는 건데 그것은 본의를 왜곡하는 겁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그런 평가가, 뉴라이트의 친일파에 대한 인식, 즉 친일 문제를 흑백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당대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봐야 한다는 인식과도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지금 이 시점에 왜 친일파 이야기가 나오죠. 친일파가 살아있습니까, 지금? 친일파가 살아있으면 우리가 현재의 문제로서 논의해야 하는데, 친일파가 살아있어요? 우리나라는 친일파 청산했잖아요.”
-한·일 우호관계를 중시하시는데,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본의 재무장이나 일본의 보통국가화 분위기를 만든 제1 책임자가 김정일입니다. 김정일이 일본인을 납치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니까 일본에서 우경화된 여론이 들고 일어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친일파는 김정일입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