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戰線 이상 없다'는 소설은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1928년에 쓴 베스트셀러이다. 독일어판의 제목은 Im Westen Nichts Neues, 즉 '서부戰線에 특이 동향 없다'이다. 이를 1930년에 영어판으로 번역한 아서 웨슬리 휜씨가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라고 제목을 붙였다. 멋진 意譯(의역)인 셈이다.
레마르크는 1차 대전 참전 군인이었다. 그는 이 소설에서 교사의 권유에 이끌려 自願(자원)입대한 파울 보이머 등 소년들이 戰場(전장)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이어간다. 1차 대전의 서부 전선은 英佛 연합군(나중에 美軍이 참전)과 독일군이 참혹한 참호전을 펼친 곳이다. 나중엔 독가스까지 등장하고, 1916년 솜느 전투에선 첫날 死傷者(사상자)가 쌍방 10만에 육박하였다.

소년병의 눈에 비친 의미 없는 살육, 戰友愛(전우애), 휴가를 갔을 때 만난 고향사람들의 어이없는 질문들. 그리하여 전쟁에 대한 幻想(환상)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보이머가 가장 실망하는 것은 휴가 때 고향에 가서 만난 親知(친지)들이 전쟁을 마치 잡지 읽듯이 이야기하는 데서이다. 그는 학생들을 독려하는 얘기를 해달라는 교수 앞에서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개죽음이라고 말한다.

戰線(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과 후방에서 편하게 있으면서 훈수를 두는 사람들 사이의 메울 수 없는 實感(실감)의 간극. 이는 한국의 6·25 체험 세대와 젊은 세대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1918년 10월 독일군이 항복하기 한 달 전 보이머는 날개 짓을 하는 나비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다가 저격을 당하여 죽는다. 그의 얼굴은 평온하다. 그날 부대는 상부에 '서부戰線 특이동향 없음'이라고 보고한다. 큰 전쟁에서 한 사병의 죽음 따위는 '특이동향'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비정함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 제목은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다. 레마르크는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스위스로 망명, '개선문' 등을 남겼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反戰(반전)문학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가는 이념적으로 경도된 사람이 아니었다.

2010년 3월26일 밤 서해상의 北方戰線(북방전선)에서는 초계함이 침몰, 46명이 실종되고, 對潛(대잠)헬기가 출동하고, 초계정이 북쪽을 향하여 집중사격하고, 조명탄이 오르고,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긴박한 전장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날 아침 청와대 대변인이 국민들에게 보고한 내용은 '북한에 특이동향 없음'이었다. 'All Quiet on the Northern Front'!
戰線을 가진 나라는 늘 긴장되어 있어야 한다. 軍人과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청와대나 후방에 있으면서 한가하게 말장난을 일삼으면 이 實感(실감)의 차이가 비극을 부르고 비극을 확대시킨다. 李 대통령은 ‘북한 특이동향 없음’이란 보고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