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본 저자는 통일된 한반도에서도 여러 가지 통일후유증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남북分斷(분단) 비용은 동서독보다 높고, 남북한의 통일 편익이 독일보다 크다며 남북통일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역사에서 수많은 침략을 받아오면서도, 신라 통일 이후 오랫동안 단일민족, 단일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비록 통일이 어렵더라도 韓民族(한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이자 민족적 책무라고 주장한다. 분단에 따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동족 간의 소모적 대결을 해소하고, 공산독재 체제하에서 신음하는 동포들을 해방시키는 값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통일된 한반도가 대륙과의 통행, 내수시장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북한의 지하자원 활용, 남북한 지역의 산업 단지 형성 등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분단으로 인해 정치‧사회‧군사 분야에서 발생됐던 제약 또한 사라져 더욱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염돈재 씨는 통일된 한반도가 강대국으로 발돋움 해 민족 자부심이 고양되고,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이라고 했다. 남북이 통일되면 인구가 7,200만 명으로, 프랑스(6,400만), 영국(6,000만)에 앞선다.

“불과 100년 전 나라를 빼았겼던 가난한 약소국이 세계를 제패했던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쟁을 겪은 분단국가가 평화통일을 이룩한 先例(선례)를 남긴다는 것은 인류史(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것이다.”

저자는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의 격차보다 현재의 남북한의 격차가 더 크므로 한반도의 통일 부담이 더 커 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서독은 세계 경제 3위국으로 재정상태도 건전해 통일 비용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은 독일에 비해 경제규모가 작고 취약해 통일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사회보장 제도를 시행했던 독일과는 달리 남북한의 경우, 사회보장 체제 또한 미흡해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生計(생계)지원을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행정수요도 많아 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남북한은 통일할 경우 전쟁 공포에서의 해방, 북한 및 대륙으로의 진출,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 등으로 국민들이 통일의 혜택을 實感(실감)할 수 있어 통일 이후 고통분담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염 씨는 남북한 통일의 경우 부동산과 토지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한다. 독일의 경우 나치 시절의 몰수재산 반환 문제와 더불어 동독의 토지, 주택 절반 이상이 통일 전에 이미 사유화 돼 통합과정에서 복잡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후 북한의 부동산 가치가 훨씬 높아져 북한주민들에 대한 국유재산 분배 餘力(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독일과는 달리 한반도 통일 시, 통일반대 세력의 무장저항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남북간에 오래 적대감이 지속돼 왔고, 김일성‧김정일을 추종하는 일부 극단 세력의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통일의 경험을 한반도 통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공산독재체제, 사회주의 중앙계획경제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바뀐다는 점과 적대적‧이질적 체제에서 살아온 민족이 하나의 체제로 통합됐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염돈재 씨는 동독 주민이 동독 정권을 버리고 서독과 통합하기로 결심한 것은 서독이 동독 주민들의 가장 동경하는 모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한도 민주주의, 풍요로운 경제, 안정된 사회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동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을 고수하고 도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서독은 서독 내부와 동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토조항을 고수했고, 동독 탈출자를 전원 받아 들였다. 서독은 잘츠기터(Salzgitter)에 ‘동독지역 정치적 폭행사례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동독 공직자들의 도덕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는 공산 국가와의 협상에선 ‘힘의 우위’가 뒷받침 되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적대적 상대와의 교섭은 善意(선의)와 好意(호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미국의 역할처럼, 우리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핵심 우방국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염 씨는 서독 콜 총리가 동독 주민을 설득하고, 2차대전 戰勝(전승) 4대국의 동의를 이끌어 낸 것이 독일 통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한반도 통일 역시 국가 최고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통일은 독일보다 훨씬 큰 위험과 희생이 수반될 것이므로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북한의 통일이 독일의 통일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으므로 최근 논의되는 ‘통일세’ 문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염돈재 씨는 통일후유증이 불가피한 ‘분단후유증’이라고 설명한다. 통일후유증은 ‘사회주의 실험 후유증’, ‘분단국의 통과의례’로, 이미 분단 시에 잉태된다는 것이다. 북한경제를 회생시킨 후 점진적 통일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은 분단기간만 길어지고, 경제격차도 커져 통일후유증이 증폭될 것이라고 했다. 기회가 왔을 때 국민적 의지를 결집해 신속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며 분단(Teilung)은 분담(Teilen)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씨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특히 굳건한 안보태세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독이 1970년대 이후 소련, 동독과 화해‧협력 및 적극적 교류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NATO 동맹체제를 중심으로 한 확고한 안보‧외교체제가 그 바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반도의 경우, ‘힘의 우위 정책’만으로는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며 남북한 주민간 적대감을 해소하고 민족 이질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핵무기를 바탕으로 對南(대남) 위협과 도발을 반복하는 北韓(북한)을 억제하기 위해선 韓美(한미)동맹과 韓美연합작전 능력 강화 등의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북방한계선(NLL)문제에 대한 입장, 북한의 요구에 따른 군사훈련 축소, 친북세력에 대한 원칙 없는 관용 등은 對北(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해 북한이 도발할 빌미를 제공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對北(대북)지원이 전략적 고려 하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과 일정 수준에서 대화하고 교류 협력하는 것은 불가피한데, 이 對北지원이 가져올 효과와 지원규모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브란트의 동방정책 설계자인 에곤 바의 인터뷰를 인용해 북한 정권의 요청이 있을 때, 반드시 대가를 받고, 북한 주민이 한국 측 지원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지원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소개했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對北(대북)지원은 북한 공산정권의 강화에 이용될 뿐이라는 것이다

‘韓美동맹’과 ‘對중국’ 우호관계가 충돌할 경우, 이는 독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선 韓美(한미)관계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핵심 우방의 신뢰를 잃을 경우 다른 나라들로부터 신뢰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경우, 북한 핵 문제 처리 과정에서처럼 자칫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