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甲濟 기자가 최근 1960년 4.19와 1961년5.16 기간의 긴박했던 5.16 군부와 4.19 학생들의 동향을 기사화 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5.16 측 동향은 상세히 언급하고 있으면서도 학생 측 동향은 충분히 기술하고 있지 않다. 이 점을 보충하면 다음과 같다.

5.16 세력은 4.19 혁명 1주년에 학생들이 폭동을 일으키기를 바랐다.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군으로 투입되는 척 하다가 여차 하는 순간 일약 쿠데타 軍으로 내뻗자는 속셈이었다. 5.16 세력은 일제하 항일독립 無정부주의자 류림 선생의 아들 류원식 대령을 그의 조카 류세희에게 파견했다. 류세희는 당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 4학년생이자 1년 전의 4,19 주동자 중 하나였다. 류원식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4.19 혁명 1주기 때 난동을 부려라. 그러면 우리가 들어가겠다”

류세희는 이것을 동료 운동 학생들에게 보고했다. 4.19 학생 동료들 사이에 논의가 일었다. 나도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공식적인 모임 같은 것은 없었다. 나와 다른 학생들의 입장은 분명했다. “쿠데타가 오느니 張勉 정권이 100년 가기를 원한다”이 통고를 받은 류원식 대령은 실망하면서 류세희에게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너희들 가슴에 깜장 콩알이 박힐 것이다”며.

며칠 후 4월 18일, 특무대 대위를 자임하는 수사관이 밤늦게 내 집에 찾아왔다. 동네 포장마차에서 대좌했다.
그는 말했다. “이제 10년 후에는 사회주의 사회가 옵니다."
나는 속으로 내질렀다. "엉까고 있네…웬 사회주의? 누굴 뭘로 보나, 유치하게스리…"
그러면서 그는 물었다. “내일 4.19 혁명 1주년 기념 시가행진의 진행로를 알려달라”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따위 건 비밀도 아니지만 우린 차라리 장면 정권이 100 년 가기를 원합니다”
특무대 대위는,
“흠. 그래요?" 하면서“일이 싱겁게 돌아가네”하는 표정으로 물러갔다.

그 때 이 수사관은 혁명군부 쪽 사람일 수도 있고, 장면 군대 쪽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그가 어느 쪽 특무인지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장면 군부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5.16 그룹은 학생들의 시위를 선동해 폭력난동을 부추겼고, 장면 정권은 비(非)운동권 학생회를 동원해 폭력난동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4.19 학생측은 처음부터 폭력난동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한 적도, 기획한 적도 없다.

결과적으로는 '쿠데타 반대' 학생들과 '질서 유지' 장면 정권이 절묘한 접점(接点)을 이룩함으로써 그 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왕따 당한 5.16 세력은 이를 악물었다. 명동 막걸리 집에서 비분강개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곤 그 때부터 남에게 편승하지 않는 홀로 선 혁명으로 질주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새벽, 그들은 목숨을 걸고 한강을 건넜다.

5.16 세력의 폭동요청을 거부한 4.19 학생들은 쿠데타 직후 그 해 여름 모조리 굴비처럼 엮여서 지금의 필동 소재 <한옥마을> 자리에 있었던 혁명재판소에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6조 위반‘이라는 이름의 3년 6개월 전까지 적용되는 소급법(遡及法)에 의해 최고 15년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7년 6개월이 간 1968년 8월13일, 나는 가석방 신분으로 안양교도소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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